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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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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기


BY 홀로가다 2006-07-29

선풍기 시간 맞추기 30분, 또 30분.

뒤척이다  간신히 잠을 청했나 싶었는데 부엌쪽에서 끙끙대며 시떡거린 소리에 잠이 깨인다.

\"왜?\"

밤 잠 방해 받는 게 어디 한두번이랴.

한번 깨이면 하얗게 날을 새지만 이제 그만한 일로는 짜증도 안나 다소곳이 물었다.

\"된장국에 밥을 먹어야한디 김치만 먹으니 속이 쓰리고 ...끙끙..\"

본인의 식습관 때문에 쓰린 속을 된장국 안 준 내 탓으로 돌린다.

내가 왜 남편에게 김치만 줄까?

가린 것 없으면 무엇인들 못해 주리요.

고기를 볶으면 냄새 진동하구만 누가 먹는다고 하는가? 한다.

\"당신만 입이요? 애들도 먹어야지?\"

생선을 구우면 집 구석에 온통 비린내 풍기구만 쯧(혀를 톡 차며)은사야 문 열어라! 한다.

\"우리도 먹고 살꺼여!\"

나물에는 눈길도 안주고 며칠을 딩굴다 결국 버린다.

아들이 엄마같이 요리 잘 하는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하니까 내가 요리 솜씨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유 한 컵 마시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시 들어가는 남자는 잠 청하는 고통없으니  좋기도 하겠다.

저렇게 다시 자려면서 왜 옆지기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치도 없을까?

사랑을 온전히 자기 본위로 하면서 세상에서 더 없이 나를 사랑한다는 남자다.

젊을 때는 밤 새도록 더듬어 잠을 안재운 것도 사랑이더니

늙어서는 귀 따가운 잔소리로 졸졸따라다니는 것도 사랑인가보다.

참으로 이해 안가는 고문같은 사랑을 받는 나는 남편이 있어 행복하지만, 이제는 입으로만 하는 사랑 말고  배려없는 자기만 좋은 사랑이 아닌 성숙한 사랑을 받고 싶다.

젊어서는 몇번씩 깨어도 금세 잠이 들었는데 언젠가부터 한번 깨이면 불면증처럼 잠을 청할 수 없게 되었다.

거의 뜬 눈으로 날을 지새고 다음날 운신도 못한다.

육체는 그렇게 서서히 노쇠하고 변화되는데 남편의 사랑은 자라지도 않고 지칠줄도 모른다.

 

남편은 천성이 아주 착한 사람이다.

그에게 여러 단점이 있다할지라도  선한 천성  하나로 수 많은 단점이 상쇠될 정도로 착하다.

그래서 나는 내 방식으로 그를 사랑한다.

- 미울 땐 관심 밖에 밀쳐내고 끝까지 한 공간에서 살아내기 -

표어처럼 내걸고 결혼 서약을 지키는 것 같지만, 그가 더 없이 소중한 사람이란 것을 깨달았으니 감사하다.

\"너는 좋겠다.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내가 있어서 너는 행복하겠다 문둥아!\"

감당 안되는 사랑에 짜증이 폭발한 어느날 우뢰처럼 내뱉은 절규였지만 그래도 남편이랑 오래오래  살고싶다.

이런 이중적인 감정은 남편을 죽음의 사자에게 빼앗겨본 경험이 있는 자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급사했다가 다시 살아온 남편이 더 없이 고맙고 소중함을 깨달았건만, 살아가면서 불만스런 것은 여전하니  인간의 간사함을 내 안에서 재발견한다.

한편으로는 남편이 살아있기에 둔한 손끝으로  이렇게 씹을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내 잠은 또 비무장지대로 가 버렸나보다.

온 몸이 무겁고 머리속이 몽롱해지면 진 빠지듯  올테지.

뒤척이며 100에서 1까지 거꾸로 세는 게 지겨워 벌떡 일어나 컴 앞에 앉는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