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두번 쉬는 상가 정기휴일이다.
큰애 독서지도에 관련된 견학으로 서대문형무소에 가기로 했다.
요즘 내 생활이 너무 바쁜 관계로
다음으로 미룰까 하다가 애들하고의 약속이므로 무리를 해서 갔다.
서대문형무소가 있는 영천은
두살부터 살기 시작한 서울생활에서 첫번째로 산 동네이기도 하다.
네살 때 고대앞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살았던 곳으로
그 당시에는 독립문이 지금처럼 단장이 된 상태도 아니었고
그냥 가장자리에 쇠사슬이 쳐져 있어서 그 쇠사슬에 그네처럼 걸터앉기도 했던 곳이었다.
그곳까지 전차가 다녔고 무악재고개로는 자갈이 깔려 있었고 차도 이따금이나 볼 수 있었으므로
그 어린 나이에도 친구와 독립문까지 다니다가 친구가 혼자 먼저 가는 바람에
울면서 날 찾아 헤매시던 엄마를 만나기도 한 곳이다.
그 당시에는 영천형무소였었고 내가 살던 언덕배기집에서는 형무소 마당이 보였었다.
지금은 그 자리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서 그 당시의 풍광과는 아주 많이 달라져 있었다.
형무소에 들어서서 영상물들과 전시물들을 관람하고
형무소 내부에도 들어가 봤다.
지금의 내 생활이 감옥살이나 진배없는 생활이라
\'그 속에서 산다한들 뭐 그리 답답하겠나...\' 싶기도 했다.
그 곳을 나와 명동으로 가서 삼십년도 넘게 전기구이통닭집을 하는 곳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아이들이 처음 먹어보는 전기구이통닭을 처음에는 뜨악해 하다가
차차 맛있다고 열심히 먹더니 삼계탕까지 말끔히 비우고 나왔다.
지난 번 휴일에는 아이들과 청계천 나들이를 하느라
명동의 유명한 징기스칸 요리집 신정 앞에 있는
함흥냉면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냉면을 먹였다.
이천오백원 하던 그 냉면이 지금은 육천오백원까지 올랐고
삼천오백원 하던 시절부터 먹던 통닭은 만원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께서 명동 무역회관에서 근무를 하셨던 관계로 명동은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던 시절부터 익숙한 동네였는데다
나도 그 동네에서 직장생활을 했었으므로 아직까지 곳곳에 추억이 배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더러 바뀌기도 했지만 함흥냉면집과 전기구이통닭집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앞으로 몇년을 더 아이들과 그 곳을 드나들게 될 지는 모르지만
아이들도 먼 훗날 나와 함께 드나들던 그 곳을 추억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