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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생긴 일


BY 진주담치 2006-07-20

에피소드 하나.

 

딸아이가 커가면 모든 엄마들은 뿌듯한 마음 한켠에

늘 걱정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아챌 것이다.

 

사회가 워낙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마음이 삭막해져가니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날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신문,방송등에서  연일 보도되는 납치, 폭행,강간등의 사고들이

내 주변을 비켜서 간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을까?

 

아이가 통학을 하니 늘 옷차림에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것이 아니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날은 더욱 더.

 

거기다 요즘 아이들 좀 노출이 많은 옷들을 선호해 입으니

더 걱정이 된다.  그래서 아침마다 옷때문에 아이와 늘 실갱이를 벌인다.

그리고 늘 잔소리를 한다.

버스에 탈땐 옷을 잘 여미라고  하고,

다리도 잘 오므리고 앉고  지갑도 조심하라고.  

술취한 사람은 멀리 피해서 타라고. 

늦어서  누가 태워준다고 하면 절대 아무차 타지 말라고.

 잔소리거리가 끊임없이 생긴다.

내가 할일이 없이 한가해서일까?

 

우리딸은 \"자기는 얼굴이 무기\"라며  큰소리치지만

깜깜한 밤에, 복잡한 시내버스에서 어찌 알겠는가.

 

며칠전에 늦게 (요즘 강의 듣는게 있어서 12시쯤 귀가한다.) 집에 와서

쿡쿡 웃으며 하는말.

자리가 없어서 신촌서부터 서서오는데

옆에 술이 잔뜩 취하신 아저씨가 자기옆에 서있다고 시비를 걸더랜다.

아이는 가방까지 무거워 죽겠는데 자꾸 시비를거니  성질난 우리 딸이

 

\" I am sorry, but I don\'t understand what you talk about.\"

 

라고 한마디 했더니 그 술취한 아저씨,  술김에도  외국인인가 싶어선지

일산에 올때까지 고개 숙이고 아무말도 없이 고이 오더랜다.   ㅎㅎ

 

근데 거의 도착할때쯤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내리면서

우리말로 조금 수다까지 떨고 내렸다고 한다.

 

에피소드 둘

 

여름이라 아이들 옷차림이 여자인 내가 볼때도 아슬아슬할때가 있다.

배꼽 내놓고 다니는 아이들도 많고 몸에 꽉 끼게 조여서 몸의 실루엣이 다 드러내고 입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이다.    물론 이쁘고 날씬한 여자아이가 그러면

그래도 그건 봐줄만하고 또 내가 봐도 이쁘다.

 

얼마전에 신촌가는 버스속에서의 일이라고했다. 

우리집에서 몇 정류장 가서 여학생 하나가 탔는데

좀 많이 뚱뚱했나보더라.    그런데 그 여학생 아주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었는데

다리며, 엉덩이며  보기에 좀 민망했다고 한다.   앞에 타고 있던 두명의 남학생들

\" 어휴, 양심도 없어.   저 몸매에 저 다리로 어찌 저런 치마를입냐?

 무진장 용감해.    어느 대학 다닐것 같냐\"  

 등등  이야기를 하는데

그 뚱뚱한 여학생한테 다 들릴정도 였다고 한다. 

얼굴이 빨개진 그 여자 아이가 어쩔줄 몰라서 고개숙이고 있는데

(만원버스에서 어쩌겠는가?)

그 남학생녀석들 계속 뭐라고 떠들면서 가더랜다.

딸아이가 들어도 민망할지경으로 .

 

그럴때 꼭 나타나는 홍반장같은 이. 

우리 아컴방의 정자님같이  똑부러지고 기지넘친 아줌마 한분  왈,

 

\"야, 너희들 면상이나 좀 보고 말해. 이 녀석들아.\"

 

버스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 킥킥 웃었겠지.

그리고  그 녀석들 아무말도 못하고 잽싸게 내려버렸겠지.

 

나도 그 아줌마처럼 좀 기지넘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