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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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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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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사람


BY 도가도 2006-07-18

 

제작년 가을쯤 사무실에 새선생님이 왔다.

그토록 바라던 남자선생님..

헌데 좀 늙어보였다. 나이는 그당시 마흔이라는데..

외모는 여섯,일곱은 더해보였다.

그런데 특이한 이력사항은 고려대출신에 중고등 역사선생님이었단다.

근데, 뭣땀시 이 시골에?

글을 쓰고 싶어 조용하고 경치좋은 곳을 찾아 흘러온 곳이, 바로 이곳 하동이란다.

어느 산의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단다.

 

첨엔 그럭저럭 봐줄만 했지만, 두번째 출근부터는 남루한 개량한복을 입고 다녔다.

개량한복은 회사에서 권장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다.

담배냄새와 씻지않은 냄새가 갈수록 진해지기 시작했다.

한번씩 회식때 그의 차를 타면 오래된 침냄새까지 더해 역겨워지기까지 했다..

무슨 글을 쓰냐니까, 예수의 일대기를 무협소설로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단다.

자기는 모태신앙이고 신부가 되려고 카톨릭대도 나왔단다.

그런데 섹스를 외면하고 살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가끔씩 수녀님이 보냈다며 김치를 사무실에 가져오기도 했다

.

그런데 이남자가 점심식사때나 회식때 꼭꼭 내옆에 앉기 시작했다.

첨엔 무심했다가 그 횟수가 빈번해지면서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그러다 또 한 남자선생님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번엔 잘생기고 젊은 남자선생님이었다.

이때 잠깐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ㅎㅎㅎ

사무실가면 그래도 사장님까지 남자 셋을 구경할 수 있어서..

나뿐만 아니라 사무실안의 모든 여선생들이 눈을 반짝이며

갑자기 분위기가 화기애매해진다.

그 젊은 남선생은 성격도 온순하고 다소 지나칠 정도로 다정다감했다.

대부분 노처녀와 과부로 이루어진 사무실 여선생들이 많이 햇갈려했다.

자기한테 관심있나 했는데, 다른 여선생에게도 지나치게 친절하니...

고향인 하동보다 서울서 살아온 생활이 훨씬 더 많아서

무뚝뚝한 경상도 싸나이 기질이 없단다.

 

어느날,

탈고를 했다며 읽어보라고 늙은 남선생이

젊은 남선생에게 오래되어 누르팅팅한 원고뭉치를 주었다.

며칠후,

도대체가 어려워서 무슨 이야길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독후감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

사실 늙은 남선생은 평상시 대화를 할 때도 넘 어렵게 말했다.

순우리말은 거의 사용치 않았다.

전부 한자말이었다.

대화를 할때는 제발 어렵게 말하지 말라고 나는 성질도 부려보았다.

나에게 이성적인 관심을 두는 그가 불편해서 더 짜증도 내보았다.

 

그 늙은 남자는 고집도 세었다.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하며

그 세계를 좀 깨야 세상살이가 편하고 융통성이 있다고

아무리 주변에서 충고를 해도 열린 귀를 부러 닫았다.

그는 곧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고 다른 학원들을 전전했다.

결국 그는,

제발 그 선생님 나오지 말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쇄도요청에

학원에서 짤렸다.

냄새나고 후즐그레한 개량한복에 외골수인 사람을

아무리 실력 좋은 머리와 경력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요즘 사람들은 싫은 것이다.

그는 서울가서 논술 과외를 해볼 생각이란다.

그 수입이 너무도 짭짤하다면서..

그러면서 글쓰기는 여기 하동이 딱 좋은데..

여기만큼 경치 좋은 곳도 없는데...

하고 아쉬워했다.

지금 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인물이었다....

그가 서울에 간대도 역시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사무실 선생들은 결론을 내렸다..

그가 천재는 아닐게다..

그렇지만 불우한 천재들의 삶을 생각나게 했다.

무수한 천재들이 다 저렇게 비참하게 살았을까....

그들의 작품들은 훌륭했을지 몰라도

그들의 인생이 남들 보기에 볼품없고 초라하고 소통이 안되는...

그래서 불행한 삶을 살고 마감하는....

그 남선생을 낳은 부모는 얼마나 속이 터질까 싶다.

그렇게 똑똑하고 잘나게 키웠건만..

결혼이나 안정된 삶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니....

 

순수하고 정이 많고 생각이 정돈된 사람이긴 한데..

때빼고 광내는 것은 내가 해줄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으나,

그 정신세계까지 감당하고 살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난 그를 얼씨구나 하고 반갑게 보냈다.

 

그 몇달후,

젊은 남선생도 사업을 해보겠다며 그만두었다.

 

우리 사무실은 다시 우울하고 적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