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그 옷 입고 밖에 나가나?\"
뭔 귀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래유?
산동네에 살다보니 산비둘기랑 기타 여러 새들이 종종
마을에 내려와 구구대고 지지대다 갑니다.
놀러 왔음 가만히 놀다 가믄 될 터인데
이 눔들이 왔다 간 흔적을 꼭 남기고 갑니다.
완전범죄는 못 저지를 새들이지요.
새털도 흘려놓지,응가도 싸놓지.
얼마 전에,한 대 밖에 없는 우리집 자동차 지붕 우에다
비둘기인지 참새인지 또 다른 새인지가
응가를 해놓았습디다.
마나님의 아침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새 똥 좀 닦지?\"
새 똥 안 닦으면 밥 안 준다는 말도 안했는데
아주 조아리듯 밖으로 나갑디다.
나간지 수십초도 안 되어서 퍼뜩 들어온 남자 하는 말이
맨 위에 바로 저 말입니다.
얼핏 보니 입가에 약간의 미소끼가 흘렀음.
내가 입은 문제의 그 옷은
작년 여름 끝물에 두 장에 일만 원을 주고 산
일명 \'냉장고 티\'라고 하는 원단의 민소매 원피스 입니다.
약간 형이상학적인 무늬긴 하지만
가격 대비 실용적인 면에서는
요즘 실내용으로는 아주 그만인 원피스 입니다.
그런데 이 원피스가 우찌 되었냐고요?
작은 화단 옆 자리에 세워 둔 자동차에
새똥을 닦으러 나간 남편이 내심 미소 짓고 들어온 이유는
우리 집 자동차 옆 화단에 심어 놓은 고추를 따러 나온
어느댁 사모님의 뒤태가 잠깐 민망스러웠나 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 사모님 속옷정리를 잘못한 관계로
속에 입은 팬티가 원피스 밖으로 나와
앉은 뒷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고 만 것입니다.
그러니까 원피스 뒷자락이 속옷 안으로 들어가
속옷이 겉옷이 되고 겉옷이 속옷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 사모님이 입은 옷이 바로 내가 입은 그런 류의 원피스였나 봅니다.
눈 뜨면 화장실에 다녀오는 나.
자칫 하면 원피스 자락이 속옷에 끼이는 경우가 있긴 합디다.
조심해야지요.
스타킹에 바지 뒤꿈치를 씹힌 경험이 있는 나로서
속옷이 원피스를 먹어 버린 그 아주머니를 이해는 합니다만
이른 아침에 외관 남자가 살짝 봐 버렸다는 것을 아실런지..
와중에 다행인 것이
우리집 남자가 나 말고는 남의 집 여자를 잘 분간을 못한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거기다가 뒷 모습을 보았기에 더더욱이 누군지를 모르는 것이지요.
다만 저는 짐작만 합니다.
그 곳에 누가 고추를 심었는지를 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