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화단엔 백일홍꽃이 한송이씩 차근차근 피어나고 있습니다.
백일홍 꽃은 유년시절 고향 집집마다 심던 꽃입니다.
그중에서 칠득이 오빠네 장독대 가장자리로 피던 백일홍은 노을처럼 홍매색이었습니다.
칠득이는 이름이 아니고 별명이랍니다.
약간 모자라던 그 오빠는 그 집에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라서 금덩이처럼 귀하게 여겼습니다.
고등학교 시험을 치르고 오던 날
그 오빠는 시험이 너무너무 쉬었다고 했답니다.
원하던 고등학교는 못 갔지만 낮은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었기에 어떠해서든 고등교육은 마치고 싶은 부모마음이었을겁니다.
백일홍 꽃을 좋아했던 칠득이 오빠네 부모님,
그 오빠는 백일홍처럼 키가 훤칠했습니다.
선명한 노을 색이었던 백일홍은 백일동안 시들지 않는 다해서 백일홍이라 한답니다.
오늘, 백일홍 옆에 샛노란 색 금계국이 몇 송이 피어났더군요.
문도 열지 않고 꽃들을 보느라 한참 서 있었습니다.
혼자보기 너무 아깝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 나를 놓아버렸습니다.
공치는 날은 없지만 손님은 늘지 않고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변한 건 별로 없지만 꽃은 새로 피어납니다.
지는 꽃이 있음 반드시 피는 꽃이 있습니다.
카페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뒤집어졌다 바로 앉았다합니다.
그래도 꽃모종을 새로 심고 풀도 뽑고
물도 내가 밥 먹듯이 매일 먹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또 하나 풀처럼 돋아났습니다.
친구가 카페일기를 본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의 테러라면서 많이 기분나빠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친구 입장, 내 입장 서로의 입장만 옳다고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결국은 내가 이 카페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이해시킬 수는 없었고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중심적이 되고
자기 입장만 우선시되어 섭섭하기만 합니다.
나는 그랬습니다.
누가 더 잘하지도 잘못하지도 않았다.
서로 똑같다고, 인간이기 때문에 서로 손해만 본 것 같고
자신은 열심히 노력했는데.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거 같고.
그래도 내가 카페에서 파출부처럼 일하지 않았냐고…….
그걸 알아달라고…….
친구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없는 돈에 카페를 하게 되었고
투자는 친구가 했고 나는 월급을 받기로 한 것이고
카페가 잘 되지 않아 내 월급을 줄 수가 없어서
낮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종일 태풍으로 비가 똑바로 내리지 않았습니다.
혹시 키다리 코스모스나 개망초나 백일홍이 꺾기지 않았나 몇 번씩 우산을 받치고
화단에 나가 보았습니다.
그들은 강했습니다.
코스모스 꽃잎만 바닥에 색종이처럼 떨어지고
다른 꽃들은 비를 머금도 더 선명한 얼굴로 말을 건네더군요.
“저는 괜찮아요. 전 비바람을 맞아야 키가 크고, 선명한 빛의 꽃을 피울 수 있다고요.”
그럼요.
저도 꺾기지 않을 겁니다.
좋은 뜻의 내 마음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전 저만의 색으로 꽃을 피울 겁니다.
월급도 안나오는 카페를 계속 할지 안하지는 일주일만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알아서 하라더군요.
열쇠를 달라고 하지 않은 친구가 고맙더군요.
세상에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도 많지요.
다행이 친구는 열쇠를 달라거나
험한 소리를 하면서 당장 카페 나오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고마운 친구입니다.
근데…….퇴근하면서 본 노을빛의 백일홍 꽃과 흐느적거리는 코스모스와
끈질긴 개망초꽃과 막 피기 시작하는 금계국을 보니 가슴이 울컥 이더군요.
꽃들에게 정이 많이 들었나봅니다.
친구가 그만 나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당분간은 꽃들과 함께 할 생각입니다.
“친구야 고마워. 내가 좋아하는 꽃을 심게 해 줘서, 너도 새로운 꽃이 피면 즐겁지?
우리 꽃보며 마음 풀어내자.
네가 알다시피 카페에서 내가 돈을 벌어가는 게 아니잖아? 차비밖에 안나오잖아.
네가 투자한 만큼 노력한 만큼 돈 많이 벌길 바래.
코스모스 꽃이 만발할 때까지만 꽃에 물 주러 낮에 나갈게.
나 꽃보러가는거야. 그리고 카페일기 쓰고 싶어 나간거야.
거기다가 노력한만큼 돈이 되면 너한테 전기료 낸다고 말했잖아.
에어컨은 안 틀게. 청소 더 깨끗이 할게. 술설거지도 다 할거니까 걱정하지 말아.
부엌불도 끄고 있을게. “
............................................................................................................................
카페하는 친구가 자기 이야기 쓴 거 다 삭제해달라고 하네요.
특히 답글 단 것중에 기분이 안좋은 것이 많다고 해요.
어찌해야할까요? 답글 다신 님들 보고 다 삭제해 달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