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체적으로 비를 싫어하는 편이다.
습한 끈적임이 싫고,
흐뿌연 시야가 싫고,
무엇보다 우울한 기운이 싫다.
언제나 청명하고, 햇살 가득한 맑은날씨가 좋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한가한 오전을 보내고 있다가
화성에 볼일이 있다는 친구를 따라 잠깐 외출을 했다.
친구를 기다리면서,
오랫만에 자연을 만끽했다.
물기를 잔뜩 먹은 나무와 들꽃,
그 오솔길을 왔다갔다 무료함을 달래는데,
그집에서 키우는 진돗개 2마리의 성격이
날 미소짓게 만들었다.
한놈은 태연히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내가 서있는 것,
내가 왔다갔다 하는것,
내가 들꽃을 꺾는것,
탁자에 올려넣으면 예쁠것 같아서
한웅큼을 꺽었다가,
친구는 업무로 바쁜데,
혼자 여유를 부리는것 같아 그대로 풀밭에 내려놓는것,
심지어 자기를 쳐다보는 나의 시선까지도
그저 묵묵히 쳐다볼뿐 아무런 반응이 없다.
개집에 들어가 있던 한놈은
아주 도전적인 반응을 보인다.
나에게 별관심도 두지 않던 놈이,
어느 한순간부터 신경질적으로 날 쳐다보며 짖는다.
날 향해 짖는 녀석보다
나의 행동 모든것을 무심한듯 묵묵히 지켜보던
그놈이 훨씬 강한놈이라는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호들갑을 떠는 놈들은,
항상 빈수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인생이란 것을 여유있는 시선으로 관조 할 수 있기를,
삶의 깊이가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부드러움이 있기를,
타인에게 편안함을 줄수 있는 사람의 향기가 있기를,
혼자 기원해보기도 하였다.
날 쳐다보던 그녀석처럼 말이다.
비의 매력이 이런것이었구나!
우울함만 주는것이 아니라,
차분한 사고를 할 수 있게하고,
혼자 마시는 차한잔에서도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비의 매력에 흠뻑 취해봤다.
이성과 감성 중에 어떤것에 무게를 두는것이 옳은것일까?
감성을 거스리지 않는것이 옳은 것인지,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것이 옳은 것인지,
참으로 인생이란 복잡하기도 하다.
단순, 명쾌하게 살고자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결국은 미적분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하루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