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함자가 세로로 꼿꼿이 서서
주인이 누구인지를 말해주었다.
내 어릴적 그 때는 흔한 풍경이었다.
아버지의 호령은 호랑이의 존재 만큼이었고,
어머니의 존재는 현모양처가 전부였던 그런 세월이었다.
아파트 문화속에
묵직한 사상과 함께 문패는 온데간데 없고 숫자가 주인 노릇을 한다.
나이도 경력도 없는것이 대문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아버지 시대의 사람들이 시간속에 이끌려 사라져갔다.
어머니 시대의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사라져갔다.
문패 문화도...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신 문화에 떠밀려 사라져갔다.
집집마다 붙어있던 문패는
주인의 부름도 없이 사라져갔고,
석고상처럼 굳은 그 모습들이 다들 어디로 갔는지 찾는 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