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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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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이해


BY 은하수 2006-07-05

초등학교 2학년 때,  매일 창피와 모욕감만 심어주는 학교생활이 싫었다.

무서운 남자 선생님의 무서운 기합, 꾸지람, 노골적인 편애...

난 늘 야단맞는 아이였나 보다.

 

어느날 엄마에게 학교가기 싫다고 그랬다.

그랬더니 엄마는 더 길길이 뛰었다.

자신의 학력 컴플렉스에 내가 불을 당겼었나 보다.

반 친구의 이름을 끄집어내며 걔네집 파출부로 들어가겠냐며 마구 을러댔다.

어린 자식의 속없는 소리가 그렇게 자지러질만큼 놀랄 소리였을까 모르겠다.

엄마는 아직 저항할 힘이라곤 없는 어린 내몸을

커다란 덩치로 깔아뭉개고 앉아서 가슴을 짓눌렀다.

내 턱을 잡고서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한다음

포크를 입에 넣고 찌르려는 시늉을 한다.

다시 그런 소리 못 하게 한다며...

걱정끼치는 말을 철없이 해대는 아이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벌인 다소 오버를 보탠 역시 어린 엄마의 쌩쇼였지만

최소한 내게는 더이상 공포스러울 수 없는 호러영화였다.

 

이후 기억은 끊어져 있다. 차라리 기절했으면 좋으련만

태생이 잡초같은 나는 기절할 줄도 몰랐을 것이다.

가끔씩 이 어두운 기억이 내 기억의 수면 위로 떠 오를 때가 있다.

나두 당황스럽다. 혹시 내가 꾼 꿈의 내용을 현실에 일어난 일로 착각하여

소설을 쓰고 있는것 같아서.

 

그일이후 난 학교에서 일어난 일, 특히 야단맞거나 억울했던 일을

엄마에게 얘기를 거의 안하는 버릇이 생겨난 것 같다.

엄마를 걱정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자각이랄까 하는것이

상처끝에 옹이진 마음처럼 생겨나서였던 것 같다.

그것은 아이답지 않게 사려깊은 마음이 아니라 더이상 상처입고 싶지 않은

어린 동물의 자기 보호본능이 아니었나 싶다.

 

대화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왔다갔다하는 피의 흐름과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대화란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이 안될때 단절감을 느낀다.

단절감을 느낄때 혈관 속 혈액의 흐름이 어딘가 막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손발이 저린 느낌이 든다.

단절감은 고독감이다.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은 사랑받지 못하는 기분보다 더 무섭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사랑한다는 말 백마디보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를 마음을 열어 들어주고 받아주는 것이

진정한 실천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