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내리는날.
모처럼 남편과 아들과 길을 나선다.
세상이 깊은잠에 든듯하다.
센서로 작동하는 와이퍼의 움직임만 어울리지 않는 몸짓으로
방정을 떨어댄다.
검푸른 산들이 운무로 장막을 치고 살찐배를 들썩이며 잠이
든듯도하고 골짜기를 따라 하얗게 피어 오르는 안개 속에서
신성한 의식이 치러지고 있음을 몰래 훔쳐보는듯한 섬뜩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중앙고속도로 위에 올려진 차는 하얗게 피어 길안내를 맡은 듯
끝없이 이어진 개망초꽃을 따라 얕은곳으로 높은 곳으로 내 눈길은
끌고 공작새 꼬리를 닮은 자귀꽃이 어느새피어 비에 젖어 날개를
접고있다.
모처럼 바깥 구경에 어느새 목적지인 구미에 도착했다.
5년 엄마와 식당을 해서 번 돈으로 건물하나를 사고 오늘 셋째
동생은 그 건물을 담보로 팬시점을 개업하는 날이다.
각자 유니폼에 명찰을 달고 다섯명의 직원을 거느린 동생 내외는
일단 식당을 벗어나 다른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듯 입이 귀에 걸려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내 지난날 엄마와 둘이서 식당을해서 네 남동생을
공부시키며 힘들었던 일들이 떠올라 동생이 측은해진다.
그래 알지 그 일이 얼마나 힘이들고 갈등많은 일인지....
하지만 불경기에 너무 큰 규모 많은 직원들 솔직히 걱정이 앞서는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동생이 그 토록 벗어나고 싶었고 내가 그 토록 벗어나고 싶었든 그 곳에
가면 아직도 대장과 다섯 쫄병 이야기가 있다.
난 동생네 가계를 나와 대장을 만나로 간다.
대장은 아홉살에 엄마를 잃었다.
그리고 열네살에 아버지를 잃었다.
밑으로 두 여동생이 남겨져 소녀 가장이 되었다.
대장은 기억속에 \'엄마\'라고 불러본 기억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라고 부를수 있는 사람은 모두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대장은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들이 \'엄마\'라고 부를수 있게 해주기
위해 꼭,살아있어야 한다고 한다.
대장은 아들 다섯과 딸 둘을 낳았다.
파란만장한 세월을 살아내고 남편과 나란히 앉아 막내 아들을 장가 보내는날
대장은 호수 만큼 눈물을 쏟아내고 당뇨 합병증과 60이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호사스런 우울증에 걸려 생을 마감하려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장은 오늘 개업식을치른 셋째아들의 실직으로 다시
식당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들은 오늘 독립을하고 네 아들이 모두 직장을 잃고 대장 품으로
들어왔다.
대장은 네 쫄병과 두 알바생을 둔 지휘관이 되었다.
대장의 첫째 아들.
사람들이 거실에 걸어둘 그림한점을 부탁해 올만큼 손재주가 뛰어난 아들은 어느새
머리가 허연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주방에서 일을한다.
대장의 둘째아들.
180을 넘는 키에 어느곳에 가든 주위가 환해진다는 대장의 자존심같은
아들은 앞치마를 입고 설거지통 앞에 섰다.
대장의 셋째 아들.
가장먼저 대장과 식당을 시작했고 힘듬을 알기에 대장의 끝없는 고생을
가장많이 이해하는 속 깊은 아들이 되었다.
대장의 넷째 아들.
홀 써빙을 맡고 기성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으로 트로피와 상품을 휩쓸고 가끔
흥이나면 간드러지는 트롯을 불러 좌중을 배꼽빠지게 웃기는 분위기 메이커.
대장의 다섯째 아들.
대장의 애인이자 매니저 그리고 운전기사 주치의까지 하지만 대장의 화풀이성
독설까지를 책임져야하는 대장의 그림자같은 존재.
출근을 하면서 부터 대장의 안색을 살피는 다섯 쫄병들은 철인같은 대장의
체력을 따라갈수가 없다.
쉴새없이 몰아붙이고 질책하는 대장의 스파르타식 훈련에 쫄병들은 10키로가
줄었다고 하소연을한다.
일회용 비닐팩 하나까지를 빨아서 쓰는 대장은 쫄병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
힘들다는 말도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그 일도 힘들다면 세상속에 나가 무슨일을 해서 먹고 살겠느냐는 호된
꾸지람이 따를 뿐이다.
하지만 총알이 튀는 전쟁터같은 하루가 지나고 모두 돌아가고 대장이 홀로
남은 시간이 되면 대장의 끝없는 눈물과 하소연이 전화기를 타고 둘째 딸에게
이어진다.
\"내 새끼들 보기도 아까운 내 새끼들 가슴이 아파 못살겠다고....\"
쫄병들도 안다.
대장의 눈물을
그 속에서도 장사가 잘되는 날은 보너스를 두둑하게 줄줄아는 뱃짱과 언제나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재주를 타고난 대장은 다섯 쫄병과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있다.
초복,중복,말복 쫄병들의 총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전쟁터로 나도 지원사격을
나갈 참이다.
\"탕탕\"
총알을 잘 피해 나도 살아돌아와 승전보를 울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