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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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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손이 좀 예술이니...\"


BY 올리비아송 2006-07-04

 
또 늦잠을 잔 막둥이...요즘들어 왜그러는지 당췌 잠자리에서 일어나려들지 않는다
딱히 어린이집에가서 잘 못노는것도 아니요
누가 해꼬지 하는것도 아닌데 게으름이 하늘을 치솟고 있다.
\'달콤한 엄마품이 그리운게야..그리고 또하나 엄마의 찌찌가 더 그리운걸지도 몰라\'
 
 
 
 
 
\"너 민우한테 찌찌 만진다고 얘기한다?\"
\"시로 하지마..챙피하단말야..\"
\"그럼 언넝 일어나서 어린이집 가자...빵사주께...세모빵..\"
\"........그래....\"
 
 
 
 
 
세모빵의 위력은 단박에 나타난다.
어린이집 차를 타려고 집앞에서 기다리다보면 노란차의 뒷문이 스스르 열린다
하나같이 오물조물 과자며 사탕봉지를 하나씩들 들고 게슴츠레 눈은 반이나 감겨있는 아이들
가여운지고...안갈수도 없고 안보낼수도 없는 에미의 심정이 저 봉지속에 숨어 있는듯...
 
 
 
 
 
비는 질척하게 오고 또 남편은 말도 없이 매너없게도 차를 몰고 나가셨네...
아이를 들쳐업고 우산은 아이한테 들라하고 빵집에 들어가 세모빵을 하나사서 가방에 넣어주었다.
얼굴 화색이 돈다.  아마도 친구들은 매일같이 과자봉지에 사탕봉지를 가지고 오는데 그리구 지내들만 야금야금 먹어서 맘이 상했다는 걸
엄마한테 암시적으로 알려라도 주듯...
\'나도 오늘 맛난거 가지고 왔다 모....\'
 
 
 
 
아이를 데려다 주고 질척거리는 빗길을 아이의 작은 우산을 받쳐들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차 엄마한테 전화를 해봐야되는데.....\'
전화는 받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데 울엄마 아버지
대꾸도 안하신다.
막간을 이용하여 내가 운영하는 초등학교 카페에가서 친구들이 써놓은 글에 꼬릿말도 남겨주는 꼼꼼함도 잊지않고...그래도 성실히 꽃을 피우는 우리 카페
아이들은 날 마담이라고 부른다 송마담...ㅎㅎㅎ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야, 우리딸들 전화번호 외우나 못외우나 시험삼아 걸어봤지...둘째딸 전화번호는 그래도 젤로 쉬워 너 태어난해가 너희집 번호니까 잊질 않어 깜빡깜빡하는 엄마를 위해서 잘도 정했다\"
\"엄마, 조금전에 전화해도 없드만..어디 갔었어? 비도오는데...\"
\"응 동네 마실꾼들이랑 아침나절부터 감자 쪄서 먹었지...\"
\"이야~~~맛났겠다....\"
\"근데 엄마..낼모레 병원가는거 취소하고 여기 서울 삼성의료원에 가는게 어때?
 두번 고생하지 말고...\"
\"여기두 의료진 좋단다..일단 검사받아보고 또 다른곳에서도 받아보고 똑같은 결과나오면 그때가서 좋은곳 선택해 보지 뭐..\"
\"응.....엄마 편한대루 해\"
 
 
 
 
 
 
\"얘, 니가 모내기할때 심어놓은 꽃이 담장밑에 오무르르 피었어
해바라기는 세그루가 나오고 접시꽃...채송화...맨드라미...
글쎄 목화도 다섯그루나 나왔는데 옆집 공장 사장님이 두그루 달라길래 줬지모냐...\"
\"내가 심어놓은 녀석들이 그렇게 되었어?   보러가야 되는데 말야 이번주에 시험 끝나면 한번 가볼께..\"
\"그래 감자두 다 캐서 박스박스 담아놨는데...언넝들 와서 가져가야지..\"
\"참, 꽈리도 잘 자라?\"
\"그럼 실허니 열매두 잘 맺었는걸...니손이 좀 예술이니....ㅎㅎㅎㅎ\"
 
 
 
 
 
울엄마는 그랬다.
스무살에 시집와서 평생 흙과 사시면서 1남 4녀를 낳으시고
늙으막엔 심장에 조그마한 병이 생기셔서 힘든일도 못하신단다.
그래도 자식들 올적마다 아름아름 보따리 싸서 트렁크에 실려주는 낙으로 사셨는데...
혹시나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이 일 고만 하라고 할까봐서 겁이 나신단다.
 
 
 
 
 
이번 병원 검사가 잘 나와서 아무일 없이 편안하게 노후를 즐기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