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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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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자언니는 연애쟁이 였다.


BY 정자 2006-07-04

사무실에 출근하고 막 조회를 끝내고 있는데

전화가 나에게 걸려왔다.

 

\' 야야~~ 영은인가?\"

\" 어! 할머니 무슨 일이세요?\"

 

 아이구 난리 나부렀다. 가게가 폭삭 주저 앉아버려가지고 애네들이 몽땅 병원에 실려 가버렸다. 아니 왜요? 아! 글씨 어떤 미친놈이 차로 가게를 박살 내부렸다. 니 빨리 막자네 가게 가봐라..내는 병원에 가 볼테니.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육개월 장사를 하는동안 동네 샛참이며, 계모임에, 청년회모임 하는 날까지 두루두루 꿰차며 장사를 했는데, 워낙 막자언니의 음식솜씨가 좋아 나 빼고도 네명의 아줌마들은 아주 신이 나던 때. 음주운전에 초보운전자가 김막자싸롱에 정면으로 진입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가보니 간판부터 현관문이며 안에 있던 의자가 모두 뒤로 밀려나 있고, 멀쩡한 게 하나도 없었다. 무슨 미사일공격을 당한 거 마냥 되었으니 육이오도 이렇치는  않았을 거다. 거기에 막자언니와  떠벌이 아줌니는 차에 밀리는 의자에 앉은 바람에 벽에 부딪쳐 팔 부러지고 다리골절상 입고 다른 아줌니들은 다행히 뒷뜰에 있어서 다행히 다친데는 없었다.

 

 응급실에 가보니 이미 처치가 끝나고 입원실에 이동을 했다. 내가 들어서니 떠벌이 아줌마가 날 잡고 운다. 시상에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살았다고 했는디,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이렇치는 않을 거라고 뭐이 이런 일이 다 있다냐? 우덜이 길바닥에서 장사한 것도 아닌데.. 그 미친 차가  덤벼드는 게 미친황소도 그렇치는 않을 거여.. 디게 아프쥬...응 . 지금은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게 아무래도 심장도 부러진 거 아녀? 

 

 옆에 있는 막자언니는 길다랗게 누워 오른쪽 다리가 대롤 대롤 천장에 매달렸다.

대퇴골에 골반까지 골절에 탈퇴에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벌어?봉릿?막자언니는 믿기지 않을 일이었을 것이다. 둘다 팔에 다리에 기부스를 두르고 누워 버렷으니  간병인이 필요한데 막자언니나 떠벌이 아줌마나 가족이 없다.

 

 세월에 부대끼다 먹고 사는거에 매달리다보니 안부 조차 오가는 가족들이 귀찮을 정도의 부나방의 삶을 가진 여인네들이었다. 천상  가해자와 합의하애 간병인을 조건에 두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 간병인도 밤이면 퇴근하고 아침에는 출근하니 비어 있는 시간에 천상 내 몫이었다. 

 

 입원실은 사인실이었는데, 입원실에 들어가는 입구에 큰 화환이 보였다. 리본도 묶여 있지 않고 갖가지의 꽃다발로 묶여져 바구니에 담겨져 온 꽃이었는데. 우리는 잘 못 온 것인 줄 알고 이거 누구거냐고 다른 환자에게 물었다. 그제야 막자언니가   내거여..한다.

 

 이틀에 한 번씩 죽이며, 통닭이며, 야식들이 배달이 오고,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먹었는데.

가족이 없는 줄 알고 있는데, 누가 막자언니에게 이렇게 보내줄까 하며 떠벌이 아줌마와 나는 쑥덕 거렸다. 진짜 궁금했다. 나와 떠벌이 아줌마는 누구일까 궁금하여 이궁리 저궁리 하면서 말 좀 들어 볼려고 하면 막자언니는 말을 않는다. 원체 말도 느리게 하지만 입도 무거우니 우리도 더 이상 캐낼 재간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여전히 국화꽃이 막 피려고 하는 화분에, 언젠가 속옷까지 찬찬히 싸서 택배가 오니 그 병실에서 막자언니는 완전히 공주님이였다. 떠벌이 아줌마는 이젠 아예 빨리 불라고. 어떤 놈 꼬셨어? 안그래도 팔 부러져 열 받는데, 언니가 거기에다 왕소금으로 염장 지른다고. 서방 없는 것은 내 다아는데. 도대체 워떤 남자여? 뭐 죄지은 게 있다고 직접 오지는 못하고 날이면 날마다 꽃에 빤쓰에 날아오냐?

 

 그제야  막자언니가 웃는다. 니가 알아서 뭐에 써 먹을 려고.. 써먹긴 내가 글 몰라서 이 고생하고 있는 거 언니가 더 잘 알면서. 근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디..이렇게 정성이여? 빨리 좀 말혀 봐?   

 

 그래도 언니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이야 짐작하지만 언니는 말을 못한 것 같다. 언니는 아이를 낳지 못해서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이를 낳고 못낳고는 결혼 해봐야 아는 건데, 그럼 한 번 결혼 하여 아이를 갖지 못하니 그레서 시집에서 소박맞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도 했다.

 

 퇴원 할 무렵에 나도 떠벌이 아줌마도 없을 때 막자 언니를 찾아온 남자를 봤다고 옆에 입원한 환자말을 들었다. 신사라고 했다. 그 때 병실엔 언니혼자엿는데 그남자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 오더란다. 그래서 얼른 비켜주었는데 남자가 한 참후에 울면서 나가더란다. 그게 끝이다. 다른 말은 없고? 막자언니도 울은 것 같다고 한다.

 

이거 ,,, 참 . 내가 그 때 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