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은 더러운 물을 정화 시킨다고 하네요. 향기또한 그윽하답니다.
저도 연꽃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어요. 좋진 않은 사람을 만나고 상황이 좋지 않아도 나로 인해 주변이 정화되고 좋은 분위기였으면... 나는 부처도 아니오, 예수도 아니건만...
연꽃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새벽 2시가 조금 넘어서 잠이 깨어버렸습니다.
잠들지 못하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좋은 하루들 되시길 바랍니다.
이상시리 집밖을 나다니기 귀찮아 졌다.
햇빛 결핍으로 인해 피부가 눈처럼 희다는 백설공주가 될지도 모르겠다.
먹고 살기 위해 며칠에 한 번씩 시장가는 일 외에는 집을 사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변에서 전화가 온다.
“어디야?”
당연히 밖으로 싸돌아다닐 것을 염두하서 물어봤을 말에,
“방콕.” 하고 대답했다.
“어머...어머...방콕? 지금 방콕이야?”
내 말에 상대방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놀라는 것일까?
방에 ‘콕’ 처박혀 있다는 말길을 못 알아듣고 정말로 내가 방콕에 있기라도 한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누구는 한 달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휴양을 갔다 와서 디즈니랜드부터 할리우드에 이르기까지 여행담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곳에서도 기죽지 않고 ‘나는 여권이 어찌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고 당당히 말하던 아줌씨가 외국에 있다고 생각하니 뜬금없어서?
아님, 해외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으니 전화 요금이 비싸게 나올까봐?
상대의 반응에 웃음이 튀어나왔다.
“하하하... 못 살어. 뭘 그렇게 놀라. 방에 콕 처박혀있다는 말인데.”
“뭐? 난, 또... 정말 방콕이라는 줄 알았잖아. 그런데 웬 방콕? 우리 집에 와라. 차나 마시게.”
친구에 말에 귀찮다는 말로 다음을 기약했더니 그럼 자신이 오겠단다.
글 쓸 것이 있다는 핑계를 다며 그 마저도 다음으로 연기했다.
그 말이 아직까지 먹혀들고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전화 끊기가 무섭게 또 한통화의 전화가 왔다.
미용실언니였다.
요즘 무슨 일 있느냐고, 왜 그렇게 콧빼기도 안 보이냔다.
누가 오리로스로 불고기를 해왔다고 점심 먹으러 오라고 덧붙였다.
한 달이 가깝도록 찾지 못한 것이 죄송해서 딸이 오는 것을 보고 가겠다고 했다. 늘 외로움을 타는 분이셨기에 오던 사람이 발길을 뚝 끊어버리는 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계시는 분이라 조심스럽다.
머지않아 아영이가 왔다.
다음 날이면 아영이가 처음으로 접하는 수학경시 날이다.
요즘 공부와 담쌓은 딸의 머리에 <규칙>과 <단위길이>, 사고력 수학을 집어넣어주느라고 몇 시간씩 씨름을 해댄다.
덕분에 단원 평가에서 기적처럼 80점에서 85점까지 올라가는 기록을 났기도 했다. 이제 조금씩 올라가겠구나, 기대에 찬 나에게 며칠 안가서 50점이라는 절망적인 점수를 당당하게 내민 딸이,
“엄마, 45점짜리도 있어. 내가 이등이란 말이야.” 란다.
뒤에서 이등이 앞에서 이등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건지...기암 하는 제 엄마 앞에서 그렇게 천연덕스러울 수가 없다.
그동안 세뇌교육 시키듯 가르친 공부이기에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아영이가 학교에서 오자마자 한다는 말이, 빨간 비가 죽죽 내리는 시험지를 내보이면서 한다는 말이, 배운 적 없는 것을 선생님께서 내주셔서 많이 틀렸단다.
에휴, 배운 적이 없다고? 분명 수없이 가르쳐준 문제들이건만 조금만 말이 바뀌면 배운 적이 없다니... 난 머지않아서 혈압으로 어찌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기도 안찬다.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가는 듯하다.
다시 또 배운 적 없다는 문제와 씨름을 해야겠기에 미용실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못 갈 것 같으니 다음에 시간 내서 차 마시러 가겠다고 했다.
실망이 컸던지 화를 낸다.
이제 다시는 뭐 먹으라고 전화를 안 하겠다나?
그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이 50에도 여고생처럼 토라져서 짜증을 부리는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안 부른다는 말이 무서운 것보다 그만큼 생각을 해준다는 것이 고마운 마음에 생각을 고쳐먹고 곧 가겠다고 했다.
아영이는 공부에서 해방이 된 것이 좋은 듯 신이 났다.
아직 시간이 남은 컴퓨터 시간, 집에 들를 수 없을 것 같아서 아영이에게 가방을 챙기라고 했다.
미용실 안,
유리탁자 위에 모듬 쌈을 비롯해서 먹음직스럽게 담겨진 오리불고기가 놓여있었다. 나 올 때를 기다렸는지 먼저와 계신 3분은 숟가락도 잡지 않은 상태였다. 들어서기가 무섭게 언니는,
“신경질나 죽겠어. 생각해서 오라고 밥도 잔뜩 해놨는데 오지 않겠다고 하면 얼마나 짜증나는 줄 알어?” 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백김치와 겉절이를 냉장고에서 챙겨 내온다.
“자꾸만 신경질 내면 나 삐친다. 그럼, 밥도 안 먹고 울면서 갈 거야.”
입이 댓 발이 나와서 뱉어낸 나의 말에 언니를 비롯한 다른 분들이 폭소를 자아낸다.
사랑만큼이나 가득담긴 밥공기가 놓이고 우리는 맛난 점심을 먹었다.
어느 분이 직접 가꿔서 가져왔다는 모듬쌈과 고추와 쌈장이 환상이었다.
다음 날 있을 아영이의 시험이 걱정되었지만,
“와~ 너무 맛있다. 저 이거 먹지 못했으면 두고두고 후회 할 뻔 했어요. 언니 그러니까 다음에도 또 불러줘여? 대신 아영이 시험 형편없으면 모두 언니책임.”
하고 너스레를 떠니 밉지 않은 눈 흘김을 던진다.
피한발울 섞이지 않은 남인데...
이러니 가까운 이웃이 혈육보다 났다는 말이 있나보다.
식사 후, 차 한 잔의 행복을 맛보며 몇 시간의 수다를 떨었다.
중간에 머리 손질하러 오신 손님에게 다가간 언니가 그 분에게 대뜸,
“많이 울었지?” 하고 묻는다.
함부로 말을 섞을 수 없는 분위기여서 그 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귀만 열어놓고 있었다.
동냥귀로 듣자니 70세의 건강하시던 친정엄마가 갑작스레 세상을 뜨셨다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내게도 저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생각하니 아찔했다.
방콕...하며 철학하는 것도 나름대로 할 만하다 싶을 때, 룰이 깨져버렸다.
또다시 나는 바람따라 구름따라 떠돌아다니는 김삿갓처럼 비싸게 튕기며(?)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을 찾아서 돌아다닐 것 같다.
그런데 장마라 비가 쏟아지면...차질이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