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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누에 치지마....\"


BY 올리비아송 2006-07-01

 

 

 

\"엄마, 이거 무슨나물이야? 고소하니 맛나네...뒷끝도 깔끔하고...\"

\"뽕나무잎 나물이란다.\"

\"그거 누에만 먹는거 아니였어?  그것도 먹는거야?\"

\"그럼..\"

\"그럼 우리 어릴적엔 왜 그런것 안해줬어?\"

\"그 당시에는 뽕이 너무 귀해서 뽕동냥(?)도 해가면서 누에를 쳤는데

 어디 사람입엔들 들어갈 수 있는 호사를 부렸겠어...\"

\"여지껏 내가 먹어본 나물중에서 최고인거 같아...\"

\"많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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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퇴근은 자전거가 외양간 옆에 세워지는거로 알려진다.

퇴상마루 한켠에 놓여있는 나무도시락만한 크기의 용기를 놓으시고는 우물가에서

세수를 하신다.

 

\'올것이 왔구나.....\' 

\"올해도 누에농사가 잘되야 할텐데...\"

 

녀석들은 복도많지 그날부터 뜨신 아랫목은 그녀석들의 차지가 된다.

뜨신 아랫목에서 몇날 며칠을 몸보신을 마쳤는지 누에알 속에서는

개미크기만한 까만 벌레들이 기어나온다.

사람이고 동물이고간에 어릴적은 모두 귀엽고 이쁘고

봐줄만한 구석이있나보다.  더군다나 저건 벌레가 아니고 돈이라는데..

 

 

 

뽕잎을 채를 썰어 소로록 뿌려주면 그 조그만한 입으로 사각사각

먹어들어간다.

\'아직은 봐줄만한거지..조금만 지나봐..\'

그래도 아직은 싫지 않은 맘으로 엄마가 도마위에놓고 썰다만 뽕잎을 혼자서 채도 썰어보고

솔솔 뿌려도 줘본다.

누에가 자라나는 속도는 쳐다보고만 있어도 느껴질 수 있을만큼 빠르다.

그해는 아버지가 욕심을 더 내셨는지 지난번보다 더 많은 누에알을 가져오신지라

뒤란(뒤뜰)에 있는 잠실을 다 사용하고도 누에를 키울곳이 모자라는 지경이 되었다.

누에 하나하나가 다 돈이라고 말버릇같이 하셨던 할머니는

한마리라도 낙오없이 키워야 한다며 결국은 안채의 안방과 대청마루에까지 잠막을 올려놓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시골집 안방이 커봤자 얼마나 클까...그저 몇명 누우면 다할 그정도의 크기인데

엄마는 할머니가 그렇게 하신다는데 안된다는 말 한마디 못하시고 세간살이를 밖으로 내놓아야 했다.

밥을 먹을 때도 옆에서는 누에오물냄새가 풀풀 올라왔고

밤에 잠을 자려면 바스락바스락 뽕잎 갉아먹는 소리에 곤한잠을 자지도 못했다

그뿐인가 어떤녀석들은 자다가 방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치질않나...그러다간

스물스물 이불에까지 기어와서는 압사를 당하기도 하고

 

 

 

\"애들아..며칠만 참으면 되니 힘들어도 기다려보자꾸나..이 일 끝나면

 너희들 이쁜 옷도 사주고 책도 많이 사주고 가방도 사주고...용돈도 많이 줄테니깐...\"

엄마는 미안한 마음에 이렇게 우리의 맘을 위로했지만

당장 저녀석들이 돈이 된다는 사실에는 의혹만이 있기 마련이었다. 

난 누에가 돈이된것을 한번도 못봤으니까...

.

\"엄마, 왜 내눈에는 저녀석들이 돈으로 안보이고 벌레로만 보이지?\"

 

 

 

한잠..두잠..세잠....누에도 잠을 여러번 자면서 성충이 되어가고

막잠을 자고나면 누에는 노랗게 변해가면서 누에고치를 만들기위한 자기들만의 

아파트에 들어가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간다.

그시기가 오면 어른아이 할것없이 노랗게 변해가는 누에를 모두 아파트에 옮겨넣어줘야 하니  누워있는 아이의 손도 좀 빌려보자는 바쁜 나날이다.

물론 아무곳에나 고치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러면 모양새가 나질않아 상품가치가 없고

볼품이 없어진다.

 

 

 

 

꿈틀거리고 물컹한 것을 집어서 옮기는 작업은 나에겐 크나큰 고충이었다.

\'어떻게 저걸.....나 못할것 같은데...\'

나무젓가락을 임시방편으로 들고와 옮길라치면..

\"됐다. 인석아.....다 돈인데..그걸 그리 하면 쓰겄냐..\"

할머닌 호통을 치셨다.

\"할머니는 또 돈이래...내 눈엔 그냥 벌레라니깐...치이..나 안할래.......\"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순간...발밑으로 미끄덩한 느낌이 든다.

누에를 밟았다. 

\'어쩜좋아. 발을 뗄 수도 없구...그럼 보이잖아...그 모양새가 난 너무 싫단말야

 엄마가 해준 잡채모냥 시퍼렇고 기다란 내장들이 튀어나온걸.....\'

\"으앙~~~~~~~~~\"

 

 

 

 

\"엄마....절대로 내년엔 누에 치지마...난 내 발밑에 밟혀서 죽어가는 누에의 그 촉감이

너무나도 몸서리 쳐지고 싫단말야..

밤이면 나도 모르게 누에가 방바닥으로 떨어져서 내 몸에

수난을 당하는것도 싫고 밥먹을때 냄새도 나고...\"

\"그래 미안쿠나...올해는 아버지가 욕심이 조금 과하셨는지 누에알을 너무 많이 가져오셔서 버릴수도 없고해서 방에도 넣어서 키웠는데 내년엔 방에서 안하마.....\"

\"............훌쩍 훌쩍...\"

 

 

 

누에고치가 돈으로 환원되는날 ..

그 날이 어느날인지 난 딱히 모르지만

엄마는 그 돈으로 우리 학비도 냈을꺼고 이쁜옷도 사오셨을꺼고

막내고모 결혼자금도 만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난 그 시절 발끝에 느껴졌던 물컹한 감촉때문에

번데기를 못먹는 다는 애석함이 있다.

 

 

빠듯한 시골 살림에 그래도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었던 효자누에치기는

그 이후에도 계속 되었지만 그해 이후  안방은 우리의 따뜻한 보금자리로만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