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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16

\"화해 해...\"


BY 올리비아송 2006-06-30

 


 
 
 

 

 
 
 
 
\"나...배가 조금....아픈데...왜이런지 모르겠어...\"
\"..당신 뭐 하기싫은 일이 있지? 그거 하기싫어서 미리 나한테 연막 피우는거 아냐?\"
\"...좀 심하다.  당신은 평생 모 안아프고 살줄아나보지 두고봐 늙어서 ......\"
기분은 자뜩찌프린 하늘모양새처럼 찌그러 들고
몸또한 땅속깊숙이 스며드는 축축한 물기모냥 축축해져온다.
\'좀 아플때 조금 도닥여주면 어디가 덧나나...\'
 
 
 
 
저녁....남편이 퇴근하여 들어오는걸 보고 찬바람 쌩하니 일으키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어제 문고 봉사갔다 빌려온 책을 펼쳐놓고 아무리 진도를 나가려고
애를 써도 눈은 계속 한곳만을 맴돈다.
아침나절 남편과 전화통화에서 이래저래 말을 들은것이 못내 서운하기만 했다.
\"남편이 들어왔는데 쳐다보지도 않기지?  왜그래? 어떻게 몸을 관리하길래 매일 그 모냥이야...?\"
\"....................\"
별일 아닌것 가지고 며칠 냉전에 들어가는것도 부부싸움이고 칼로 물을 베는것도 부부싸움인만큼 상대를 안하는게 상책이지 싶다.
이러다 보면 내 맘도 언젠가 풀리겠지...아픈것이 나음과 동시에..
 
 
 
 
아...정말 아무것도 아닌일가지고 장미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사실 그 전부터 남편과 사소한 것 을 가지고 토닥거리긴 했지만
그 것이 누적이 되고 쌓이다 보니 나 스스로도 맘이 상한것이고 남편또한 그 여파로 맘이 상한 것이다.
친구는 우린 대한민국 공식 쌈닭부부라나..아마도 쌈닭이 그려진 공식 티셔츠를 커플로 맞춰줘야 겠다고 깔깔 웃는다.
\"내가 몸이 좀 안 아프면 모 그다지 그 말이 서운하지 않게 들렸을지도 모르는데
난 왜 이다지도 매일 몸이 아프고 쑤시고 만성피로에...이렇게 지리지리하게 살아야 되는건지 모르겠어...그반면 남편은 일년에 한번 아플까 말까이니 내맘을 이해나 하겠어?\"
\"그러니 넌 건강한 남편 만나서 행복한거야.....좋은쪽으로 생각해..\"
 
 
 
 
 
어린이집 차가 10분정도 늦어진다고 해서 조금 늦게 나왔더니 이미 가버렸다.
집으로 올라와 자동차키를 꺼내려니 그것마져도 남편이 가져가버렸다.
남편도 일종의 시위를 하는거다.
택시를 잡아타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내려주고 다시 집으로 타고 올까하다
그냥 걷기로 했다.  걸을만한 거리이니까...
매일 자동차로만 스쳐지나갔던 공원에 살짝 발을 들여놓았다.
어제밤 모진 비바람에 꽃잎들이 기운을 잃었나보다. 모추 축축 늘어져 있다
땅끝에서 물씬 풍겨오는 비릿하면서도 향긋한 풀내음은
다른보약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을 편안하고 머리를 맑게 해준다.
 
 
 
 
비온뒤에 땅밖으로 슬금슬금 기어나온 지렁이들을 보니
\'그래도 아직은 서울땅이 쓸만은 한가봐..지렁이가 나오니 말야..\'
초록천막으로 가려진 베드민턴장에선 아침을 신선하고 건강하게 열어보려는 이웃들의 환호와도같은 화이팅소리가 들려오고
\'나도 저걸 한번 해볼까?!...수영은 잘 못해도 공을 맞추는 것은 잘하는데..건강관리 못한다고 핀잔을 들었는데 말야...\'
 
 
 
 
숲은 고요했다.
아침까지 내린 빗줄기는 더운여름을 한걸음 더 앞당겼고
초록을 더욱 짙푸르게 했다.
발끝에 튕겨져오는 물방울이 싫지만은 않다.
 
 
 
 
 
햇볕이 들지 않은 곳이였나보다.
버섯 다섯송이가 이쁘게 돋아나 있다.
어린시절 비가온 아침이면 노란장화를 신고 주황색 풀라스틱 바가지를 한손에 끼고 뒷동산에 올라가 싸리버섯도 따고 청버섯도 따고 미꾸라지 버섯도 따고...
손끝에 전해져오는 물방울의 축축함도 잊은채 이미 누군가가 한차례 따고 지나간 조금은 늦은감 있는 뒷동산을 헤메이던 어린시절..아마도 저 버섯은 식용이 아닌듯하다.
 
 
 
 
오늘은 주황색 바가지는 없었지만 나의 기억의 카메라에 가득 담아서 왔다.
이슬방울들도 영롱하지... 나팔꽃도 이내 그 물기먹음에 참여를 했나보다.
촉촉하니 물방울 맺힘이 앙증맞다.
뒷집 개똥이네 돌절구 옆에 피어있던 보랏빛 옥잠화(비비추라고 해야하나?)도 보인다.
그시절 개똥이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할까...
내가 많이도 놀렸는데...
 
 
 
 
하교길에 아이들과 산기슭에 피어있는 나리꽃을 따러 올라가던일...
난 조금은 겁쟁이었던 터라 올라가지 못하고 아래에서
\"애들아 거긴 물이 흐르잖아 발 조심해 ...그래...거기야..거기 또 하나가 있어 내것도 따가지고와...\"
주황색 나리꽃..집까지 들고오면 꽃병에도 꼽기전에 이미 시들어서 힘이었던 꽃...웃음이 절로 난다.  난 노동의 댓가없이 이 이쁜 꽃을 친구들이 따다 주었지..
 
 
뒷동산의 버섯...나리꽃을 따다주던 덕순이...
내가 많이도 놀려주던 개똥이...
소먹이풀로 일하는 아저씨가 지게가득 베어온 풀더미에서 청보라색 달개비(닭의 장풀)를 골라내서 소주병에 꼽던일..
그 꽃은 내눈에도 이뻐 보였는데 소가 먹는걸 난 허락하기 싫었으니까..
오늘은 그 달개비가 눈에 잘 안띈다.
 
 
 
 
 
모처럼 마음이 초록의 융단을 펼쳐놓은 풀숲에 닿아 나를 편안하게 눞혀주는 안락함을 느낀다.
망초대꽃 한무더기를 꺽어서 들어왔다.
어린시절 계란 후라이꽃이라고 별칭을 부쳐주던 꽃...
풋풋하다.
자연이 내게 준 선물...
오늘 이선물을 남편에게 보여줘야 겠다
 
 
 
 
\"화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