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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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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털이 싫어요!! (이승복어린이버젼)


BY 도가도 2006-06-30

 

둘째딸램이 외치는 소리다.

10살인데, 나처럼 삐쩍 말랐다.

그런데, 털은 유난히 많다.

머리털 많은 것은 견딜 수 있지만,

팔과 다리의 털은 두께와 길이와 진한 색깔이 또래의 소녀들 보다 남다르며

마른 몸 위에서 더 무성하게 보인다.

작년부터 둘째는 자신의 털에 민감하다.

내가 넓은 테이프로 옷의 먼지를 떨어내는 것을 보고

지 다리에도 해달란다.

재밌겠다 싶어 얼른 해주었다.

\"짝~!\"

다리에 붙은 테이프를 한순간 떼는 소리다.

아이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아프단다.

매끈해진 지 다리를 보고 웃으며 운다.

\"너 그렇게 웃음 똥꼬에 털난다.

거기도 이걸로 뗄래?\"

절레절레 고갤 흔들며 팔을 해달랜다.

그런데 가냘픈 팔에는 잘 휘감아지지 않아 안된다.

포기했다.

 

그 후 1년..

 

홈쇼핑에서 모근제거기가 나오고 있다.

모델들이 예쁘게 웃으면서 그것으로 우아하게 털을 밀고 있다.

둘째는 눈에서 레이저광선이 나온다.

\"엄마! 저거 사줘. 응?\"

가격을 보니 140.000원이다.

\"비싸!

그돈이면 너 책상 사주것다.\"

\"책상 없어도 돼. 저거 사줘.\"

\"비싸당께!\"

내성적인 성격에 별 부탁이 없는 아이가 모처럼 해달라는 말에 맘속은 벌써 부글부글이다.

이 더운 날에도 긴팔만 입고 다니는 모습이 안스러웠다.

인터넷에 들어가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았다.

같은 회사인데 6만원짜리도 있었다. 반가웠다.

기능은 똑같은데, 피부를 차갑게 하는 쿨러가 없어서 저렴했다.

그런데 아프단다. 겨드랑이는 피도 나온단다.

곧장 딸램에게로 가서 보고를 했다.

\"아프고 피도 나온댜아~.\"

\"괜찮어. 사줘 엄마..응? 엄마~\"

결국 큰맘 먹고 2개월 할부로 구매했다.

 

이틀후 고것이 왔다.

내부터 해봐야지..

전원을 켰다.

단계를 올렸다.

\"윙~~~~~~~~~~~~~\"

소리가 크고 무서웠다. 전기톱 같은 소리다.

섬짓하다.

홈쇼핑광고에는 전혀 없었던 무써운 굉음이다.

마침 둘째가 학교에서 왔다.

물건이 왔다고 내보였다.

전원을 켰다.

\"윙~~~~~~~~~~~~~\"

소리와 함께 수많은 찝게들이 마구 돌아갔다.

\"다리 줘. 해주께.\"

둘째는 반짝이던 두눈이 고양이 앞에 생쥐같은 눈빛을 하고 있다.

자신의 다리를 차마 못내놓고 주저주저 한다.

나는 다리를 잡아 땡긴다.

\"으앙~~~~~~~~~~~~~아앙~~~~~~~\"

낭패다.

이리저리 달래본다.

협박도 한다.

그래도 운다.

무서워서 못하겠단다.

비러무글...(김광종님 버젼)

내돈 6만원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순간이다.

흔들리는 가정경제에도 불구하고 에미된 자로 차마 거절못하고 들어줬건만..

이미 아이 앞에서 시범을 보인다고 써버려서 반품도 안되고..

없어도 그만인 고것을 결국 애물단지로 묵혀야 하다니....

으쩔수 없다. 나라도 써야지...

나의 털치부는 겨드랑이!

전생이 검은 천사였는지, 날개가 나오려다 만것처럼 수북하다.

그 기계를 댄다. 찝게가 돌아가며 털을 뽑거나 끊는다.

꽤 아프고 피도 점점이 나온다.

삼분의 일은 어찌어찌 견뎌했지만, 도저히 무섭고 아파서 못하겠다.

에이! 짜증!

 

둘째를 보았다.

실컷 울고 지치는지 잠을 잔다.

비러무글!! (또 김광종님 버젼)

 

모닝콜이 있는날에는 바빠서 아이들이 무슨 옷을 입고 학교에 가는지 모른다.

지들이 알아서 챙겨입고 나간다.

밤에 돌아오니, 둘째가 반팔옷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아해서 \"어쩐일? 애들이 뭐라하대?\"

고개를 흔든다.

\"봐봐라, 남들은 네가 털이 많든 없든 신경 안쓴다니까~,어쩔래?\"

미안한지 입이 유재석만큼 나온다.

 

지금 모근제거기는 서랍장 구석에서 내손에 치여 떼굴떼굴 굴러다닌다.

러무글 유혹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