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눈 오는 날도 좋아하며, 비 내리는 날도 좋아합니다.
그 내리는 자체를 즐거워하기도 하지만,내림으로 형성되는 여러가지의 풍경을 좋아합니다.
그 풍경들 중의 하나........아..이 말만 하여도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언젠가..눈이 내리던 겨울 날 뒷 베란다에 서서 밖을 내다 보았답니다.
그런데 방충망을 보고는 웃고 말았답니다.
방충망에 마치 수를 놓듯 물방울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음이 어찌나 어여쁘던지요.
(그 당시)삼십 여 년을 살아왔지만,봄 날에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솟아나는 새싹에 가슴이 설레인 이후로 자연이 내게 설레임을 준건 두 번째 였습니다.
마치 단아한 여인이 한 땀 한 땀을 곱게 수 놓은 듯, 내리는 눈은 방충망에 와 닿으며 자연의 신비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로 이루어진 그 형태는 참 곱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비 내리는 날에 방충망을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빗물도 수를 놓더군요.
마치 도로의 굽은길 표시 안내판처럼 굽은 모양의 수가 놓여지기도 하였고,
한자 비슷한 무늬인 듯 상형문자와도 흡사한..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빗물이 만들어내는 향연들로하여 난 그 밤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자연이 잉태해 놓은 것들은 우리 인간들에게 얼마나 많은 자연스런 설레임을 안겨주는지...
눈 내리고 비가 내리는 밤....
그들은 또
어느 산가에
어느 바닷가 근처의 어부의 집에
어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두고 그 밤 떠나가는건지...
생각만으로도 설레입니다.
내가 사는 곳 뿐만이 아니라,사람들이 사는 곳곳에 소리없는 흔적을 남겼다가
비 그치고, 눈 그치면 얼마나 많은 흔적들을 거두어 사라져가는지요.
이른 아침에 또 다시 그 설레임들이 나를 기억속에 붙잡아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