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1년에 한번 꼭 배달되는 농산물이 담긴 소포가 있다.
누가 고맙게도 항상 보내는가 하면 밀양시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30분동안
시골길을 달려서 도착하는 그 농어촌 시내버스와 부산에서 1시간마다
출발하는 시외버스의 종점이기도 한 작은 시골 마을이 있다.
작은 우체국과 농협 그리고 낡은 정미소가 있는 마을인데 아버지의 동생
큰 고모가 사는 마을인데 그 마을의 중간에는 500년도 넘을것 같은 아주 큰
속리산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정이품송처럼 큰 은행나무가 있다.
그 은행나무를 옆으로 끼고 올라가면 큰 고모가 사는 집이 나온다.
작년 가을쯤,
외출해서 저녁쯤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보니 마루에 배 박스 하나가
놓여져 있다.
누가 보냈는가 싶어서 주소를 살펴보니 밀양사는 큰 고모가 보냈다.
그 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계시는 큰 고모부 내외가 정성스럽게
배가 든 소포를 보낸것이다.
그 안에 아주 큰 배들이 자신을 알아주길 기다리는 그런 마음으로 가지런히
한줄씩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탐스럽다.
항상 1년에 1~2번 우리집으로 고모부 내외는 참깨며 고사리, 찹쌀 그리고
단감 같은 과일들을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항상 부쳐주신다.
전생에 소였는지 모르겠지만 일복이 많기에 늘 집에서도 일을 하시는
큰 고모는 소에게 여물을 주고 논에서 일도 하시면서 가끔은 감도 따면서
혼자서 여러가지 일을 하시는데 일에 관해서는 척척박사다.
그리고 큰 아들이 몇년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한동안 의식이 없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리 한쪽이 불편하기에 공부를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한 덩치하는 큰 아들을 씻어주는 역활까지 하셨던 큰 고모가
여장부 타입이셨는지 1년에 1~2번씩 부산으로 소포를 보내는걸 보면
대단한 정성이시고 그 마음을 배울만 하다.
그리고 어느 학자의 모습을 닮으신 하얀 백발의 머리카락을 보이시는
고모부와 넉넉한 마음으로 집안 살림을 이끌어가시는 고모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배를 조금 깍아서 먹어보니 입안에 꿀이 고이는것 같은
그런 느낌과 냉장고 안에서 막 꺼낸 시원한 하드를 먹는 느낌처럼
동시에 느껴지는게 저녁의 시원함과 더불어 편안한 마음을 가져다 준다.
내가 좋아하는 과일 사과와 반대되는 성향의 과일 배를 먹다보면
가끔은 시원한 야자수의 물을 마시는 착각이 드는것이 혹시 야자수 안에
들어가 있는 물도 내가 먹고 있는 과일 맛처럼 시원하지 않을까 싶은
상상까지 덤으로 하게 되는데 사실 난 야자수를 한번도 마셔보지 않았다.
우리집에서는 1년에 5~6번의 제사가 있다.
정월달과 가을철에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가 있으면 고모 내외가 참석을
하신다 그러나 그외 다른 제사날에는 굳히 참석을 하지 않지만 마음이
고운 사람들이기에 꼭꼭 농산물을 보내시는 두분이다.
그런데 큰 고모부꼐서 정년퇴직후 동네 우체국장으로 근무하시다가
갑작스럽게 위암수술을 받으셨고 그것 때문에 얼굴에 살이 좀 빠졌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생활을 하시다 보니
몸이 좋아지셨는데 이제는 내가 그분들에게 마음을 좋게하는 소포를
큰 조카인 내가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예전에 연하장을 보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