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운 형부와
든든한 조카녀석의 믿음앞에
어떤 위로의 말도 전하지못한 채
한숨만 내 쉬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
언냐는 땅에 묻혔다.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했던 식구들의
바램도 같이 묻혔다.
언냐 나이 마흔 넷.
여자 나이 마흔 넷.
내 나이 마흔 넷.
내가 이러구 있으면
남는 가족들을 어쩌나..
첨엔 남겨질 가족들 걱정에 자신의 고통을 모르다가.
점점 적응해가는 아니 엄마 없이도 잘 살아가는
가족들을 보면서 진정 슬퍼해야할 것은
이 가족들을 두고 본인만 떠나야한다는것을 알게되는거라네.
언냐는 가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5월의 흐드러진 장미를 눈에 넣어갔을까?
푸르디 푸른 이 하늘도 눈에 넣어갔을까?
어릴적 더운 여름날 멱감던 그 개울도 몸에 담아갔을까?
겨울날 솜이불 속에서 같이 불렀던 그 노래들도 귀에 담아갔을까?
그렇게 그리웠던 엄마품도 안고 갔을까?
언냐..
언냐가고난 후
형부는 새로운 사람을 맞았고
조카는 지금 군대에 가 있대.
언냐가 더 잘 알테지.
언냐 기일을 모르고 있는 이 동생이 야속하지?
누가 언냐 제사나 지내주는지 모르겠다.
언냐가 지독하게 그리운걸 보니
이맘때 인것같은데..
장미 한송이 들고 언냐에게 가고픈데..
그렇게 훌쩍 가버리는 게 인생이라면
그렇게 산자락 운무처럼 바람에 날리듯 허무한게 삶이라면
다르게 살고픈데 나의 하루 하루도 다르지 않다.
엄마를 두고 엄마품에서 자라지 못한
그 가슴저림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을텐데.
결국 오랫동안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떠났구나.
그래도 남겨진 사람들은
또 살아낸단다.
언냐를 가슴에 묻고 말이다.
가끔 꺼내서 언냐를 그리워하면서 말이다.
그제처럼 나 여기 있다고
내 곁에 와줘
천둥처럼
번개처럼
여름 소낙비처럼
비온 후 무지개처럼
휙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렇게 와줘.
잘 지내....언냐
언냐 보고프면 또 올게..
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