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엔 코메디언 뺨치는 사람이 하나 있다.
생긴 모습 또한 삐에로 바로 그 모습이다.
키도 크지 않다. 170cm정도뿐이 안된다. 롱다리도 아니다, 숏다리이다.
길쭉한 얼굴형도 아니다. 넙죽이다. 머리카락도 별로 없다. 1/3 이 빠졌다.
몸무게도 80kg가 훨씬 넘으니 어떨지 상상이 갈거다.
다변가도 아니다. 부끄럼을 엄청타서 처음본 여자들이나 남자들과 얘기도
능숙하게 잘하지 못한다.
숏다리이니 운동 역시 잘하는것이 없다.
그리고 잘해서 남을 이겨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안한다.
근데 딱 하나, 웃긴다. 엄청. 매 순간 쉴새없이 웃음거릴 만든다.
요즘 아이들 표현대로면 \"골 때린다\"고 해야 할때가 많다.
화도 잘 안낸다. 아니, 화 낼 만큼 가슴에 묻어두지도 않는다.
아주 강적(强敵)이다.
같이 산책이나 등산을 가서 내가 속도가 늦거나 딴 볼일을 보고 나오면 꼭 어딘가에 숨는다.
처음엔 찾아 다니느라 두리번거리고 했는데 이젠 안 그런다.
내가 당황해서 왔다갔다하면 \" 까꿍! \" 하면서 어딘가에서 튀어나온다.
나무 뒤에나 담벼락에 딱 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배꼽을 잡은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 큰 덩치에 작은 나무뒤에, 다 가리지도 않는 담벼락에 숨은 모습이란.
공원에 산책가서 운동할때면 자기모습이 궁금해서, 자기 머리가 얼마나 빠졌는지 궁금해서
비슷한 남자들만 보면 저만큼 빠졌냐?, 저만큼 살쪘냐? 하면서 쉴새없이 물어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숏다리로) 가서 슬쩍 그 사람들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 본다.
그리고 나보고 비교해 달란다.
그러면 난 비슷해. 아님 당신이 더 뚱뚱해. 당신 머리가 더 빠졌어.하면서 평가해준다.
그러면 엄청 실망한다. 기운이 빠져서 \"정말?\" 그런다.
나이 50의 남자가 이러고 논다. 나이를 거꾸로 먹나보다.
우리 아이들은 \" 엄마, 아빠. 왜 그리 유치하게 놀아 \" 하면서 비웃는다.
치이, 내 팔자가 왜 이리 유치해졌는지. 나도 모르겠다.
난 좀 심각한 편이고 웃긴 얘기를 잘 못하는 편이다. 어디서 유머를 들어서 옮겨야지 하다가도 금방 잊어버린다. 적어놓지 않으면 절대 옮기지도 못한다.
그리고 지금은 살쪘지만 예전엔 롱다리였다. 머리도 숱이 엄청 많다. 지금도. 미장원에서
파마한번 할래면 미안할 지경이다. 눈썹도 숱이 많고 진하다. 뽑아내야 한다.
운동도 웬만큼은 다 잘한다. 원래 남한테 지기 싫어하므로.
참 인연도 요상하지. 이리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살수있다니.
인생은 오래 살고 볼일이다.
처음엔 불만도 엄청 많았는데 이젠 그냥 웃어주면서 산다.
이 나이에, 이 몸매에 어디로 다시 시집갈수 있겠는가?ㅎㅎ
그리고 이젠 우리딸한테
\"아빠같은 사람을 만나야 편하고 좋아\" 하면서 푼수짓을 한다.
이번 주말에도 모자 거꾸로 쓰고 \"띠꿍, 때꿍\" 하면서 삐에로 같은 웃음을 날리며
들어설 것이다. 그럼 우리 식군 함박웃음이 터지겠지. 기대하시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