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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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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아, 어딨니~?


BY 일상 속에서 2006-06-15

참 좋은 말이다 싶어서 퍼왔네요. 좋은 하루들 되시구요.

 

소설을 연재할 때에는 글을 이어서 써야하니 기억해 둬야 할 것들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겪어야 할 에피소드며 청량제 같은 사랑의 증표들도 곳곳이 담아야 했고 괜찮은 여행지며 음식들, 등장하는 인물들의 주변까지 신경 써야 했다. 그러니 tv며 인터넷, 책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훑고 돌아 다녀야 했으니 머리 나쁜 나로 써는 뇌가 벅차 할 수 밖에.

한마디로 부담백배였단 말씀.


어쨌든 그 일에서 손을 땠으니(이렇게 쓰고 보니 우습다. 반듯하게 해놓은 것도 없으면서 어디서 손을 땠다는 건지...) 만사태평하다...할 줄 알았건만 그것도 아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내게 있는 재주라고는 글을 조금 쓰적거리는 것. 하긴 ‘아컴’에 들어와서 보니 내 재주는 재주 축에도 못 낀다는 것을 익히 깨달은 바 있지만, 어쨌든지당간에 그나마 있는 이 재주(?)를 갈고 닦지 못할 지언정, 더 이상 나태할 수 없기에 일기를 쓰는 심정으로 글을 올리고 있는데...<에세이>, 이것도 만만한 것이 아니다.


다른 분처럼 여행기를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특정한 아픔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시트콤’처럼 매번 특이한 일이 주변에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보니 이것도 한계에 부딪힌다, 이 말씀.


에세이를 올리며 다시 조금씩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하여튼, 난 안된다니까!’ 와 씨름을 하면서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꼼꼼히 체크를 하게 된다.

뱃사람이 숲을 보면 닻장(닻의 중심을 잡기 위해 끼워놓은 통나무)감을 찾듯이, 보일러 설비공이 건설현장의 배관을 그냥 흘려보내지 못하듯이,

화가가 스케치를 하는 심정으로 뇌리에 남는 흔적들을 ‘잊지 말아야지.’ 하고 기억하기에 열을 올리는데, 누차 말했듯이 내 머리는 돌이다.

그러다보니 그마저도 쉽지 않다.


컴퓨터 앞에 막상 ‘턱’하고 앉다 보면,

‘어? 내가 뭘 쓴다고 했지?’

하고 머리털을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가방에 필수항목으로 집어넣고 다니는 것이 작은 수첩과 볼펜이었다.

불현듯 불쑥, 어느 순간 튀어나올지 모르는 생각들을 메모해 놓기 위해서... 그때는 뭔 놈의 열성이 그리 넘쳐났던지.


사실, 가끔은 그 열성이 그립기도 하다. 불과 2년 전이 20년 전같이 아릿하기만 하다.

지금은 열성도 없고 내 주제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보니...

초등학교도 못 나오셨다는 어떤 분의 글이며,

4, 5, 60대의 연륜으로 세상을 풍자하는 글,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와 꽁트 앞에서 내 어찌 기죽지 않을 수 있으리.


우물 안 개구리는 나를 두고 한 말이었다.

그래도 나, 배불뚝이 신세대(?) 아줌마는 여기서 더 이상 무뎌질 수 없다는 각오 하에, 스트레스로 인해 백발이 성성해 지는 한이 있더라도 당분간은 이곳 <에세이 방>에 무대뽀 정신으로 글을 올릴 생각이다.

무딘 칼날을 숫돌에 갉아내는 심정으로,(변덕이 수시로 죽을 끓이니 이 마음은 어찌 또 변할까, 자신은 없지만.)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기록 한 페이지를 꺼내 놓으려 한다.


주말이면 열일 재껴두고 다니던 찜질방.

런닝머신 30~40분 하고난 뒤 숯불불가마에서 땀을 쫙 뺄 때의 행복감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남편 역시 그곳에 가는 나를 막지 못했다.

돈이 바닥을 들어내고 한 푼도 없을 때는 꿔서라도 돈을 마련해 주던 남편이었다.(이 부분을 얘기하니 괜찮은 신랑이랑 사는 것 같지만 평상시 내 눈에 보이는 내 남편은 변함없는 웬수다.)


그랬던 내가 찜질방에 못 가게 된 사연.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 필히 벼락(^^)을 맞게 될 도둑님 때문.

이제 더 이상 훔쳐 갈 것도 없구만,

아빈이와 아영이가 이제 집 비우고 어디 다니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겁 많은 내 낭군 역시 혼자서 잠들지 못 하겠다나?

이놈의 후유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분간 찜질방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기는 무리인 듯싶다.


해서, 간만에 동네 목깐통을 다녀왔는데...

목욕탕 안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이 빨개 벗고 밖에 나와 있는 기분이다.

군데군데 물이 새서 바닥이 흥건한 ‘옥돌 싸우나 방’,

오래된 건물의 흔적이, 틀어지고 어긋나서 꽉 닫히지 않는 창문과 문에서 엿보이는 그곳.

어디선가 모락모락 풍겨나는 쾌쾌한 냄새...


열기 재대로 였던 찜질방 목욕탕보다 시원한 동네 목욕탕이 너무 좋다며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아영이를 보며 열탕에서 5분, 푹 몸을 담구고 나온 나는 국수보다 더 굵은 칼국수 면발처럼 밀리는 때와의 한판 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탁! 탁! 탁!

“엄마, 근데...”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던 아영이가 갑자기 달려와서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래,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군... 근데...’

때를 밀며 바싹 긴장한 배 불뚝 엄마는 딸을 노려보았다.


“근데, 때 미는 아줌마가 왜 탁탁탁 하고 소리를 내는 거야?”

“아줌마한테 직접 가서 물어봐.”


물을 것이 없으니 때밀이 아줌니의 재스춰가 궁금하단다...내 딸이지만 누가 말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제 눈에는 우째 이런 것만 뵌데요? ^^

 


[언젠가 아영이의 비리(?)를 낱낱이 내 친정엄마에게 고한 적이 있다.

그 소리를 듣던 내 엄마 왈,

“누가 지 에미 딸 아니랠까봐.” 하신다.

“헉...엄마 내가 언제 그랬어? 난 저 지지배와 차원이 틀리다구.”

엄마의 말에 발끈하고 반문한 나... 내 눈보다 더 무섭게 노려보는 엄마의 눈을 봐야 했다.]


“엄마가 물어봐... 나 창피해.”

“-__-;”


한 목소리 하며 자식을 쥐 잡듯 하는 아줌마는 딸을 노려보던 눈을 거두고 딸의 손을 잡고 때밀이 아줌마의 곁으로 갔다.

아...나도 한번 저 빛나는 목욕 침대에 누워서 때밀이도우미의 손길을 느껴보고 싶다...하며 부러움의 눈길만 보냈던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간 나는,


“아줌마, 어렵겠지만 얘한테 왜 때수건을 부딪치며 소리를 내는 것인지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하고 상냥하게 부탁을 드리고 내 국수 면발이 수북하게 쌓인 곳으로 돌아와 앉았다.

기가 막힌 건지, 아니면 자신의 일에 관심을 가져 준 꼬맹이가 기특(?)해선지 아줌마의 입가가 잔뜩 귀에 걸렸다.


내 자리로 돌아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얼굴이 시뻘게진 아영이가 돌아왔다.

그리고 잔뜩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한다.


“엄마 때문에 창피하잖아. 엄마가 물어보라니까.”

“그래 지지배야. 내가 물어봤잖아. 답은 직접 들었을 것 아냐? 뭐라시냐, 엄마도 궁금하다.”

“때 떨어지라고 터는 거래.”

“아!~ 그랬구나. 또 물어볼 것 있냐?”

“없어.”


우하하하~! 드디어 내 딸의 입을 막았다. 기회를 줘도 물을 말이 없다니.

뿌듯한 마음으로 때를 밀었다.


“엄마도 저 아줌마가 때밀어주면 좋겠지?”

물어보라니까 없다더니 다시 발동된 아영이의 입...


“-_- 응”

“나도 참 힘들다. 엄마 그만 밀고 나 좀 밀어주라.”


이곳저곳을 누비다가 앉아서 닦은지 5분도 안 되는 것이 벌써 지쳤다니 할 말이 없다. 제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며 묻길래 지가 크면 매일 때미는 돈을 챙겨주겠다는 말을 할려나보다 했건만...김치 국물만 사발로 들이켠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아영이의 몸을 구석구석 밀었다.


‘이때(밀리는 때가 결코 아님. 어린 나이를 칭함.^^)가 좋을 때지.’

아영이의 때를 밀 때마다 늘 하는 생각.

지는 목욕탕 오면 제일 싫단다. 엄마가 매일 아프게 때를 빡빡 미는 것도 싫고 뜨거운 탕 속에 들어가서 있어야 하는 것도 싫다나?

하긴 나도 이맘때 엄마랑 목욕탕 오는 것이 왜 그리 싫던지.

70대 노인의 몸처럼 쭈굴쭈굴 주름 잡힌 손과 발바닥도 싫었고 질식할 것 같은 뜨거운 열기의 탕 안에서 엄마가 나오라는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있던 것도 싫었다. 지금은 너무도 그리운 옛날 이지만...


“좋을 때유.”


상념 속에서 아영이의 조그만 몸에서도 국수 면발을 뽑아내느라 열을 올리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데 곁에 있던 한 아줌마가 말을 거셨다.

어린 딸의 편안함이 부러워서 속으로 ‘좋을 때다’를 연발하고 있는 나보고 그 분은 좋을 때란다...


“네?”

“딸이 어리니 같이 다니지, 좀 크면 시간 없고 지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다가 시집가봐...”


쓸쓸한 아줌마의 연세는...

사실 요즘 노인들의 연세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워낙 나이보다 젋으신 분들이 많다보니.

그래도 대략 60이 가까우신 것으로 보이셨다.

쓸쓸함이 가득 얼굴에 배인 아줌마와 나는 서로 품앗이 때밀이를 했다.

갖고 오신 비타민우유 500ml의 반을 덜어내서 아낌없이 주시는 분의 성의를 봐서 난 고소하니 맛난 우유를 맛깔스럽게 먹고 함께 싸우나실 친구까지 해드렸다.


35년 이상을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집도 사고 자식들 교육까지 시키며 지금껏 그 일을 하신다는 그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나이가 되면 많이 외로워진다는 하소연도 들었다.

나의 젊음이 부럽고, 어린 딸과의 알콩달콩한 사이도 부럽다는 말씀도 들었다.


사람은 만족할 줄 모르는 동물이라더니...


딸의 편안함이 부러운 엄마, 공부 안 해서 좋겠다는 딸, 젖먹이 아기일 때가 제일 엄마가 편할 때라고 생각하는 이웃이나, 아이들이 커서 젖먹이지 않아서 좋겠고 귀저기 갈아주는 수고를 하지 않아서 좋겠다는 그 이웃의 이웃들.


남의 눈에는 실갱이 벌이는 나와 아영이 사이가 부럽게도 보이나 보구나...

내가 젊은이(?)이로 보이기도 하는 구나...

그런데 난 왜 그런 것들 때문에 불만을 느껴질 때가 많은 거야...


그 분과의 대화에서 깨달은 것이 있었건만,

난 여전히 아침마다 준비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정리정돈 못하고 덤벙대는 아빈이와 머리 묶는 일과 옷 챙겨주는 일과 끊임없는 질문들을 퍼붓는 아영이 앞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만족하고 싶다. 만족...아...만족아~ 어디 있니?

제발 내게로 따라~와~! 따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