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다 쓰긴...가계부에 써놨지...
뭐가 궁금한 건데?
남편이 생색을 내면서 준 돈이라고 수입란에 그렇게 얼마하고 써놓고.
그 마저 바닥이 나면 인제 안 주나 보다 하고 메모 해놓은 가계부를 남편앞에 디민다.
내가 보험설계사를 하면서 제일로 배운 것은 따지기다.
수학문제라면 죽어도 싫어 무조건 백지를 내밀었지만, 나 한테 아주 힘들게 한 돈은
알고보면 모두 숫자였다.
통장에도 숫자로 표시 된 수수료가 들어오지 돈이라고 써서 입금하면 들어가는 가?
그래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따져보는 게 설계사인데. 남편은 잘 못 만난 적인 셈이다.
자기 생각엔 굵은 목돈을 주었으면 한 일년 잘 살 것 같은 착각이었는지 모르지만.
이게 일년에 한 번 나가는 세금이 고작 자동차 보험료 하나고, 그나머지는 모두 사글세처럼 날짜 변동없이 착 착 들어오니 안 챙기면 밀리고, 밀리면 또 목돈으로 뭉쳐 연체료에 수수료까지 줄 줄 샌다.
난 가계부가 친구다. 정 쓸게 없으면 앞으로 우리애들 키가 얼마나 클까...일센치당 얼마나 먹여야 되나...자질구레한 걸로 빈칸을 채워 놓은 낙서들을 남편은 완전히 놀고 있네 했다.
살림이 노는 거냐? 사람을 살리는 거지...
나하고 정작 돈 쓴데를 제대로 대라면 내 기억에 어제정도의 기억만 말 할 수있을 뿐. 그 나머지는 너무 멀리 가버린 남들의 돈은 어데로 갔나 살펴 보려면 천상 다시 가계부를 다시 되짚어 봐야 한다. 남편은 나에게 따진다고 소리치지만 수입칸에 최재간이가 생색내면서 돈을 얼마줬슴 이말이 없으면 난 그제야 실실 웃는다.
인제 안 줄려고 도로 생떼야? 지금 ..또 전기 끓기고 물 안나오면 나보고 돈 떼먹었다고 뒤집어 쒸울려고 하냐구? 도대체 언제까지 나 보고 가계부 쓰라면서 제 때에 준 날이 없는디...
시방 나하고 뭐하지는 겨?
니가 버는 것은 생활비 안쓰냐?
어이구 ,,,그려 그럴 줄 알았어...마누라 돈 버니께 돈 안준다는 거 아녀?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그러니께...
말 끝 흐리는 걸 보니 돈 쓸 데는 있는데, 수중에는 없고, 마누라 트집 잡으면 돈 나올 것 같아서 괜히 시비를 걸었다는 건데, 난 만만한 가계부 들고 다니면서 더 큰 소리다.
돈 준 내역이 없는데, 무슨 돈을 지출 하냐고 도로 또 따지니. 한 때 잘나가던 그 헤픈 씀씀이가 오지게 잡혔다.
담배값이나 보태 달라고 한다. 난 또 가계부를 들여다 보았다.
한 달 담배값이 칠만 오천원이니 거기에 열두달을 곱해 봐봐? 이게 얼마여?
그러고 일년만 피간? 거기에다가 한 십년을 곱하면 이게 도대체 담배값이여? 남들 노후대책 연금보험이다. 당신이 알아서 다른데 가서 해결 혀... 난 물러!
여태 핀 것 도 집 한채 값 연기로 홀랑 다 태운거로 만족하든가....
그나마 남은 미련도 없는지 떨떠름한 얼굴이다.
야! 그래도 내가 쌀주지.. 집있으니까 집세 안나가지.. 반찬이야 맨 남새밭이니 부식비 안나가지..그럼 됐지, 그러니께 담배값은 니가 줘야 되는 거 아니냐?
진즉에 그러지...왜 느닷없이 돈 맡겨놓은 것 처럼 왜 따지냐고.
난 그날 가계부에 남편 담배값을 일년 예산에 포함시켜서 담배적금을 들을 겨. 아니면 건강적금을 위해 담배 끓을 겨? 이랬더니
어휴! 치사하다 치사해..내가 드러워서 담배 끓는다! 오늘 만 피고...
남편 옆에 하루종일 앉아서 건강적금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한다.
가입 할 때까지.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