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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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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


BY 이미래 2006-06-13

신혼을 18평 전세에서 열었다

내가 다른곳으로 이사 갈적에는 가스 보일러로 바꾸어져 있었지만 그전까지는 기름 보일러였다

창이 많은 그곳은 겨울이면 바람이 많이 들어왔고 기름값만 해도 한달에 십만원이 넘었었다

거실은 겨울이면 시베리아여서 우리는 안방에서 주로 생활하곤 하였다

수도세를 가지고 주인과 실갱이 하였고 방을 빼는데도 주인과 실갱이 하였다

비가 오면 벽지가 축축하여 나는 도배를 하였다

봄이 오면 도배하고 또 봄이 오면 도배를 하였다

도배지를 받아 주는 사람도 없고 풀칠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도배를 할적에 꽃무늬를 맞춰야 하거나 선을 맞춰야 했다

혼자 장농을 옮기고 아이를 거실에 데려다 놓고 그리곤 의자를 딛고 풀먹인 도배지를 붙였다

그럴땐 키가 큰 사람이 도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구청에서 나오는 신문 도배 강습에 관심을 가지곤 했다

처음 도배를 할적에는 전에 하였던 도배지 위에 도배를 한 것이 아니라 먼저번 도배지를 뜯어내고 도배를 하였는데 나는 속지까지 뜯고 도배를 하여 도배를 한 후 며칠이 지나면 도배가 축축하고 곰팡이도 생겼다

그래서 봄이 되면 도배를 하고 또 도배를 하였었다

주택의 구조상 집짓기는 기계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일일히 손으로 벽돌 한장 한장 올려 지은 집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집 기운도 노쇠하고 힘들면서 그 기운이 빠지지 못하고 집안에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25층 아파트와는 비교가 안된다

 

나의 어머니는 도배를 잘 하셨다

학교에서 받아온 시험지로 초벌 도배를 도배했다

도배를 하고 나면 그 위에 학교에서 받아온 상장을 도배했다

그래서 도배는 으례이 여자가 하는 일인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도배는 키크고 힘있는 남자가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천장의 도배란 어떤가

키가크면 다행이지만 고개가 떨어져라 쳐다 보면서 해야한다

닿지 않으면 발 뒷꿈치를 올려 딛고 해야 한다

 

아직은 우리집 도배는 한지 3년 되어서 깨끗하다

집안의 분위기란 도배맛이다

집 크기도 달라 보이고 깔끔해 보이는 것은 다 도배 덕분이다

누워서 천장을 쳐다보며 꽃무늬를 세거나  그 꽃무늬를 돌려  별을 그리고 사람도 그리고 그리고 나 자신도 그리는 것은 도배지 위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