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웃음이 부러운 분들은 따라해 보시길~
기분도 꿀꿀하니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아빈이가 학교에서 2박3일 코스로 수련회를 간 관계로 집이 절간처럼 조용하다. 아영이 역시 매일 싸우며 신경전 벌이던 오빠가 없는 탓에 잔뜩 시들해 있는 터.
곧 있을 수학경시를 대비해서 문제 몇 개를 봐 준 뒤였다.
주인 없는 방, 침대에 모녀가 나란히 자리하고 누웠다.
“엄마는 공부 안 해서 좋겠다.”
“뭐?”
“아냐... 자자.”
가스나...아주 지 엄마가 친구라니까. 기껏 용쓰며 가르치면 뭐하냐고...받아 오는 점수가 나의 혈압상승을 부추기는데. 그렇다고 안 가르칠 수도 없고.
엄마는 공부 안 해서 좋겠다고?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가스나를 노려보니 벌써 꿈나라로 빠져 든 뒤였다.
자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많이 컸다. 콩알만 하던 것이...
그 맛에 자식을 키우나 보다.
나 역시 몇 번 뒤척이다가 이내 잠이 든 것 같다.
“와!!! 짝짝짝!!!~~~”
“!!!!!!!”
깜짝 놀랐다. 어찌나 놀랬던지 발딱 일어나 앉아 있었다.
그리고 취한 잠에서 깨어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몇 시나 됐을까?
시간도 가늠하지 못하겠고,
이 무슨 난리인지 열려진 창문 안으로 이집 저집에서 터져 나오는 고함소리에 경기를 일으킬 판이다.
정신이 들었지만 다시 자리에 누웠다.
열린 방문 밖으로 보니 안방이 환하다.
남편 역시 tv를 보는 듯한데 심보 사나운 마누라와 딸이 잠에서 깨서 짜증 낼까봐 그런지 조용하다.
난 스포츠를 싫어한다. 그 옛날 즐겨보던 것이 ‘김일’ 나오는 프로레스링이었건만. 이제는 그마저도 싫다.
요즘 누구나 입만 열면 ‘축구’. 그야말로 축구 열풍.
아컴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가끔 축구경기가 있던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글을 올리기도 하던데, 난 그 쪽으로는 영 관심이 없다.
잘하는 것도 없는 것이 관심도 없으니 발전이 없나보다.
그래도 2002년도에는 월드컵에서 우리 붉은 전사들이 싸우는 것은 뜨문뜨문이라도 봤고 히딩크 아저씨의 매력에 푹 빠졌던 사람 중에 하나였던 나.
어쨌든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에 무딘 나.
잘은 몰라도 우리나라 선수들의 게임 날은 하루 뒤인 13일에 토고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늦은 밤 이웃들의 열기...내가 뭔가 착각을 했구나 싶었다. 13일이 아니고 12일 이었나?
그러고 있는데 또 다시 사람들의 함성이 울렸다.
내 남편도 크지 않은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라디오를 켰다. 서울방송이 잡히는 채널로 돌렸다.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맙소사...
내 생각이 맞았다. 분명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가 아니었다.
호주와 일본의 대 격전이라나?
종료시간 얼마 남기지 않고 0대 1에서 3대 1로 대 역전을 거둔 호주 팀을 내 남편을 비롯해서 주민사람들이 한마음으로 괴성을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단 말이지...
‘다들 미쳤어. 웬일이니...’
나 혼자 혀를 차며 라디오의 채널을 돌리려는데 캐스터의 입에서 호주의 감독이름이 나왔다.
히!딩!크! 아저씨.
호주의 실력이 그리 좋지는 않았나보다. 나야 워낙 그쪽으로 무식하기 이를 때 없으니 아는 것이 없다. 그런 팀이 종료 전 3골을 넣었다는 것과 그들의 감독이 몇 해 전, 우리나라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장본인이었다니...
아무튼 대단한 아저씨다.
아침에 tv를 통해 본 호주 사람들 필 제대로 받은 듯하다.
2002년 도에 우리를 보는 듯 했다.
일본 하면 이를 가는 우리나라 사람들.
나 역시 그 쪽발이들이 영 껄쩍지근하다.
뒤 늦게 호주 선수들의 우승과 일본 선수들의 패배를 기뻐했고
히딩크 아저씨를 멋져, 멋져를 외쳤다.
아빈이가 돌아오는 날은 내일이다.
녀석이 챙겨간 준비물 속에는 붉은악마 티셔츠기 들어있었다.
2002년도에 가족들이 하나씩 입었던 붉은 티셔츠.
아빈이 것은 작아져서 버렸다.
겨우겨우 남편이 입던 것을 찾아서 줬더니 토고와의 게임에서 우리나라가 꼭 이겨야 한다는 말에 힘을 싣는 녀석.
어쩔 수 없는 남자다. 녀석도 오늘 밤에 있을 우리나라 팀의 경기를 수련회장에서 응원하기로 했다니 어떠한 모습들일지 안 봐도 비디오다.
오늘 벌이질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
우리나라 국민이 하나 되는 날이기도 하다.
내가 그 경기를 보게 될지 아니면 또 자다가 깜짝 놀라서 보지 않고도 짐작하며 있을지언정,
이기는 것은 좋은 것,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땀 흘린 보람의 결실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히딩크 감독처럼 아드보카드 아저씨도 길이길이 기억될 분으로 남으시길 바란다.
짝짝짝짝~ 대한민국~
그런데 내가 꼭 하고 잡은 얘기가 있다.
우리나라의 우승도 좋고 히딩크 감독도 좋고 아드보카드 감독도 좋은데,
tv앞에서 날밤세고 새벽녘에야 잠이 들어 깨워도 못 일어나는 내 낭군 같은 분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축구가 세상에 전부인양, 내일을 생각하지 못하는 분들 께, 특별히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