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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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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리에의 집


BY 혜진엄마 2006-06-05

아침에 나가는 아들에게 
긴 팔 윗도리를 내 준다 


바람이 차니   감기 든다고

 

젊디 젊은  몸에 초여름 바람쯤 맥을 추겠냐마는
아들은 말없이 입고 간다

 

 매년 여름 장마 때 되면
 
혹 일하는데 오슬오슬 할까봐       (에미가 그러 하니 )
또 긴 팔 옷을 준다

 

말없이 입고 가는 아들

 

오후쯤 되어서 비 그치고 구름 걷혀 불볕 더위가  쏟아지면
집에 있는 난  안절부절이다


\"에구, 긴 옷을 왜 입혔던고 \"에구, 이 더위에 우짤꼬


친구들은 매년  이렇게 오두방정을 떠는 날더러  
입으라고 주는 에미나 


더울 줄 뻔히 알면서 입고 가는 아들이나   모자의 정이  눈물겹네 하며
놀린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열기가 느껴진다
긴 팔의 아들이 땀흘릴까  또  맘이 편치 않아진다

 

놔두렴!  저가 더우면 벗겠지 뭐  나도 참!


짝사랑 얘기나 마저 하자

 

떼리에의 집
모파상 단편 중 하나다

 

  단편 비계덩이   다음으로  오래 기억나는  작품이다


당시 내가 있던 곳을   떼리에의 집이라  이름 붙이자  

 

밥, 국 보다  술과 여자를 더 많이 팔던 그 집을 

소설 속  노르망디  풍경과 함께 ..........

 

 작부 다섯을 거느리고  낮 밤을

가래 긁어 올리듯
돈을 긁어모으는 멸치 할매 


사십이 넘은 두 작부와
나와 비슷한 나이의 세 작부들 그네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양으로 통한다


김 양, 이양, 주 양, 나 양, 안 양


멸치할매는 떼리에집  건강한 마담이고
김양 이양 주 양 등등은


떼리에의 집 대표 미인들 페르낭드니 라파엘 루이스 로오자 로 보면 된다


소설 속에서  그네들은 단지 여자라는 하나의 상징이지 
천박하고  볼품 없기는 객주 집 하녀인 나와 다를게 없듯이


이곳 양 양 들도 교육적인 면이나

타고난  천성이나  사생활이나  나보다 나은 건
눈곱만큼도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그네들   다섯 모두는 부엌데기 나에게
이상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듯 행동하는데

그건 저희들이 뭔가  조금은 잘난 것이 있어서  색시 짓이라도  한다는  거다

 

어찌 보면 틀린 생각도 아니다
타고난 끼며  자식새끼 팽개치고  나온 용기며  넘쳐나는 정열로
많은 남자들을 즐겁고 유쾌하게  돈 쓰고 가게 하는 수완이며..
 
여자라고 다  하는 게 아니다   나도 때론 그네들의 삶이 부러 울 때가 많았다

 

최 사장 
그를 마음에 두고  반년을 지냈던가


하루는  비도 오고 저녁  손님이라곤  최 사장 패 밖에 없고
안주 장만도 뜸하기에 

 

가게 문 앞에 기대서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심란한 눈길로 바라보는데   방에서 주 양이 부른다


\"이모야,  최 사장님이  니 보고  들오라칸다 


사실 그 때 내  심정이 내리는 비를 보며

두고 온 아이들 걱정하기 앞서
건넌방에 있는 최 사장  생각으로 가슴이 미어지던 참이었는데  들어오라니 
날 더러 그 입술 빨갛게 칠한 여자들 속으로 들어오라니 ..


 
그날 따라 손님이 없어 늙은 색시 젊은 색시 그 방으로 집합한 상태인데
그 숲으로 나를 ..


무슨 용기로 내가  거길 들어갔지


멸치 할매는 날 절대 술 방에 기웃거리지 못하게 하는데 


(괜히  드나들다 못된 송아지 뿔나면 새끼도 못 키운다면서 )

 

그날 따라 초저녁 잠에 빠져 있었다  비도 오고  손님도 없으니 .

 

그는 날 자기 옆에 앉게 했다
그리고  여태 색시들한테  큰소리로  마구 지껄여대던  상소리와
상관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 춥제? 바깥이 ..여 앉아서  안주나 먹고
쉬어라  하며 손을 끌어 앉히고는

앞에 앉아  제 손님과 속삭이는 주 양을 향해


\"문디 가스나야!  \" 니 나가서 야 좋아하는 안주 하나 장만해라 ! 퍼뜩!


아니!

주 양이라면 떼리에의 집에서

젤 인기 있고 그 인기를 믿고
성질 부려댈 땐 멸치할매도 나도 짤짤매는데 말이야 

 

그런 애한테 안주를 해오라니

의외로  시원하게 일어선 주 양이 안주 장만하러 부엌으로 나가고


난 그날   최 사장의 넘치는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음은 ...


사랑이라고 믿었었다
날 달리 본거야


저들 색시 보담 내가 깨끗하고  정직하고  온순하며 여자 답고  또, 또 ,,
아이 버리고 온 저것들 보다

아이를 먹여 살리는 나의  모습에  감동했을 거야  그래서  그래서 ..

 

나 혼자 그의 마음을 다 읽었으니 홀로 그를 향해 걸어가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


실제로  그가 술에 취해 문을 나서면  먼발치서 그를  따라  갔던 적도 있었다

 

정성이 하늘에 닿았을까
아님 색시 중 누가 꼬아 바쳤을까  내 절절한 마음을  최 사장이 알아버린 것이다


어느 날  술에 취해 일행들 몰래  문을 나서는 그를  따라  나도  나섰다
한참을 소리 없이 뒤를 따르는데 

비틀거리며  걷던 그가 홱 돌아서며


\"들어가거라 \"퍼뜩, 안 들어가나  하는  게 아닌가


무안하고  챙피하고 비참한 맘에   오도가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서 있는 네게
또 한마디한다  \"내 따라 오면  안 된다  오지 마라 ! 알았제!

 

 여우같은 주양이 고  빨간 주둥이로 이렇게 자발자발 타일러주더라


최 사장은 니가 불쌍하고 가여워 보여서  잘 대해줬다더라
니를 여자로 보지도 않는다 카더라
맥지 니 혼자 좋아 했드나?

 

그 날부터 내 눈에는 예전 흘리던 눈물과는 성질이 다른 눈물이 

쉴새없이 흘렀다


아이들 땜에 흘린 눈물

철면피 남편과 그 여자 땜에 흘리던 눈물이 아닌


내 사랑이 가여워서 울고 

그 남자에게 여자로 비치지도 않았다는 자괴감에 빠져 울고


그 이후 내게 냉담해지던  그의 눈길에 절망해서 울고 

 

다섯 색시들보다  내가 좀
낫다는  자신감이 무너져 울고  울고울고  울었다

 

 남 몰래 부엌에서 울고  

술상 치우다 남은 술 쫄쫄 따라 마시며 (색시들이 자주 그러는 걸 봤음 )
울고 ... 

 

홀로 된 젊은 내가  바깥 세상  남자에게 상처받은  첫 번째  사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