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감정 기복은 제대로 심하다.
꽃을 꽂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싶다.
밖으로 나돌 때는 그런대로 추수리다가도 집 안에만 들어오면 상념의 바다에서 배영, 평형, 접형, 자유형... 아주 릴레이 혼계영을 즐기기가 일쑤다.
남편과 아영이가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을 때, 난 아빈이 방,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있었다.
책을 펼쳐 놓았지만 이내 읽기를 포기한 상태로 맥없이...
그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숙제 자료를 찾고 있던 아빈이 뒤 돌아보며 말하길,
“엄마, 내일 학교에서 연극하기로 했어요. [헨젤과 그레텔]이요.” 한다.
“그래...”
“제가 맡은 역할이 뭔 줄 아세요?”
“몰라...”
“헨젤이에요. 그래서 저희 반 홈피에 들어가서 선생님께서 올려놓으신 극본을 복사해야 되요.”
“응...”
“제가 외워야 하니까 이따가 상대역할 좀 해주세요.”
“응...”
“그것 말고도 다른 자료 숙제가 있으니까 조금 더 있다가요.”
“응...”
아들 놈, 괄괄하던 엄마가 풀 죽어 있는 모습이 신경 쓰였던지 묻지도 않는 말을 늘어놓았다. 아들의 성의에도 무심하게 난 대답 자체가 건성이었다.
묻는 말에 반사적으로 대답하면서 난 내 자신이, 빈껍데기... 영혼이 빠진 몸뚱이... 외국 공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좀비’가 된 듯했다.
그렇게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엄마, 개불알........”
여전히 상념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아빈이가 말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지 또래 아이들이 흔히 쓰는 말까지도 지적하며 금지시 시켰던 나였는데... 아들의 말에 어쩌면 그렇게 태연자약할 수 있었는지 난,
“그래, 막 가라. 개 불알인지, 새 불알인지... 마알~ 자아알~ 한다.” 하고 말았다.
“푸하하하......”
내 그 말에 웃음보를 터트리던 녀석이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며 배까지 움켜쥐고 난리 부루스였다. 제 망 말에 동조(?)해서 대꾸해준 것뿐인데... 우째 반응이 영 껄쩍지근하다.
“좋아 죽네, 죽어. 그리 좋으냐? 그 말이...”
“푸하하하... 그게 아니라요, 큭큭큭... 저는 꽃에 대해서 자료를 찾는 중인데 <개불알 꽃>이 나오길래 엄마는 그런 꽃 이름 아냐고 여쭈어 본 건데.... 하하하하하... 엄마, 새도 고추 있어요? 킥킥킥...”
‘.... 뻘쭘....’ 해지는 순간.
분명, 난 태어 날 때 순수하게 태어났으며 어느 순간까지는 ‘계집애’란 말도 욕으로 알고 상처 무진장 받았을 적도 있었다.
내 엄마와 외할머니의 정감(?)이 질퍽하게 묻어나는 욕들을 접하며 어느 순간 보통의 욕은 욕같이 들리지도 않을 정도가 되어버린 거지...
(우리 연변에서는~ 니이미 씨벌은 욕 축에도 못낍다. 고저, 엠병~, 육실할~, 우라질~ 정도는 숨 쉴 때, 콧바람 나오듯......)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여튼지당간에... 욕하면 빠지지 않을 난, 나름대로 아이들 교육을 운운하며 개과천선(?)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식 앞에 쪽을 팔리기도 한다. 아!... X같은 내 인생...
이야기가 또 빠지고 말았다. 삼천포의 그 깊다란 수렁 속으로.
아니, 많고 많은 꽃 이름 중에서 뭔 그런 희한한 이름이 다 있을까?
아베마리아, 히야신스, 카라, 글라디올러스, 벤자민, 수선화, 제비꽃, 할미꽃, 물망초, 아네모네, 작약, 양귀비...(꽃 이름도 딸린다. 내가 아는 것은 도데체 뭐란 말이지...) 등등... 얼마나 좋냔 말이지. 도대체 뭔 꽃 이름이 그런지 꽃의 모양이 궁금했다.
몸져(?)누워있던 나는 무거운 몸을 발딱 일으켜 아빈이 곁으로 다가갔다.
“얀마, 정말 그런 꽃이 있단 말이야?”
“그럼요. 보세요. 여기 나왔잖아요.”
“!!!”
정말... 있었다. 이름이 제대로 딱 들어맞는구나, 싶은 꽃이... 발정 난, 수캐의 그것과 흡사한...
꽃 이름을 지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그래서,
‘꾸밈없이, 거침없이... 우째하여 그렇게 용감하게 이름을 붙일 수가 있었나요?
저는 님을 따라가려면 맨발로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가도 님의 그림자도 밟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무릎을 꿇겠사옵니다. 사부!!!...’
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싶다.
사물이나 태풍의 이름은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기도 하고 발견이나 발명한 사람이 지은 것을 따라서 부른다고 했던가?
갑작스레 주변의 많고 많은 모든 이름들의 전래가 궁금해졌다.
컵은 누가 왜 컵이라고 지었으며, 냄비는 누가 왜... 화장지를 왜 화장지라 부르는 걸까, 장롱을 왜...
요즘 난 상념의 종류도 여러 가지로 나눠서 빠져 들어간다.
이거 잘하다가 철학까지 심취하는 것은 아닐지...
내가 왜 태어났을까?
지구는 어찌하여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는 것일까...
4계절이 왜 나누어져 있으며,
음양오행의 이치가 무엇이며,
하늘과 땅은 언제 왜 분리 되었을까?
닭이 먼저? 아니면 달걀이 먼저?
사람은 정말 웅녀의 배를 빌어 태어났을까?
아하... 깊은 산 속, 동굴로 들어가서 수양을 해볼까나?
깊은 산 속이면 빨리 어두워질 터이니 초를 가져갈까? 아니지 잘못하다가 불이 날 수도 있고... 후래쉬를 가져가? 밧데리가 나가면 다시 내려가서 사야 할텐데... 언제 산에서 내려가나... 한전에다가 연락해서 전기를 넣어 달라고 해?
.......
내가 여태껏 뭐라고 떠들고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