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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들


BY 진주담치 2006-05-31

보통 가족은 외모, 성격, 습관, 식성등 많은 면에서 닮은 꼴이다.

어린 아가의 모습에서 발견되는 부모의 모습. 

참 조물주는 위대하다.   

그래서 씨도둑은 못한다는 말이 있나보다.

 

아이들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놀랐던  경험이  다들 한두번씩은

있었으리라.

 

그런데 자기가 자랑스러워하고 내세울만한 장점을 자식이 이어받아

가지고 태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꼭 부모의 단점만을 골라 닮은 꼴로 태어난다.    물론 단점도 주관적일수 있지만.

 

우리 남편 생선을 못먹었다.     결혼하고 난 정말 깜짝 놀랐다.

세상에,  바닷가에 살면서 생선을 못먹다니.

 

멸치 볶음도 못먹었다.  냄새도 싫어한다.  특히  생선 조린것은 더욱 더.

 싱싱한 생선을 무우깔고  양념장 넣고 조려봐라. 얼마나 맛있는가?

고등어, 조기,삼치, 민어, 명태 등등.

그런데 오징어는 먹었다. 볶음이건  조림이건.

 

시어머니만 원망했다.  자식 그지같이 키웠다고.ㅎㅎㅎ(죄송)

 

우리 아들 서너살때  밥먹기 시작하면서  또 한번 놀랐다.

오 마이 갓 !!!

이 아이가 세상에...   멸치만 밥상에 있으면 도망을 갔다.

한 식탁에서 밥을 못 먹는다.     생선은 더욱 더.

 

그런데 우리딸과 나는 생선 귀신이다.

종류도 안가린다.  바다에서 잡은건 뭐든 잘 먹는다.   볶음이건 조림이건  회이건.

 

웬 운명의 장난?

 

생선이 먹고 싶으면 우린 이산가족이 된다.

밥먹는 시간도 달리한다.        

 

아이들  어릴때 칼슘을 보충해야하므로 가끔은 부득이 멸치를 올리고 아들과 전쟁을 했다.

돈맛을 알기 시작할땐 돈으로 꼬였다.   한마리 먹는데 얼마, 하면서. 

 

나중에 나도 아들 그지같이 키웠다는 원망 안들으려고.  며느리한테.

 

우리 딸은 힘든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외식을 하자하면 꼭 일식집이나 회집만

고집했다.      생선 먹고 싶다고.   꼭 비싼것만 찾는다고 투털대지만(속으로만) 

힘든 고등학생이니   내색은 못하고 지 아빠도 군말없이 따라 나선다.

 아들 꼬이는데 몇십분씩 잡아먹으면서     나도 먹고 싶으니 딸 핑계대고 회집을 간다.

 

아들에게 처음엔 따로 돈가스나 새우튀김.  그 비싼 전복죽을 시켜주었는데

한두번이지, 그노릇을 반복할수가 없지 않은가?

 

할수없이 가장 큰 약이요, 미끼인 돈으로 또다시 유혹할수밖에.

회 한점 먹는데 만원.

돈에는 애건 어른이건 약할수밖에.     처음엔 한두점 겨우 먹어서  즉석에서 돈 2,3만원

벌더니  이녀석 돈맛을 알았나  그 다음부터 두눈을 꾹감고 꿀꺽꿀꺽 잘도 먹더라.

아,   돈의 위력(?)

 

그런데  아들에게 준 돈 오만원,10만원도 아깝지 않았다. (나중에 반은 도로 회수.ㅎㅎㅎ)

 

성공!!!!

 

그래서 나중에 며느리한테 아들 그지(?)같이키웠다는데서  해방되었다.

 

이제는  횟집에 가도  아주 잘먹는다.   80kg가 넘는 몸무게 유지하려면 뭐든지

먹어야하므로.           

 

군대에 가봐라.    잡식성이지 않으면 배고파  못견딘다.

기회만 되면 뭐든지 먹어서 저장(?)해놔야 한다.

육지건, 하늘이건, 바다이건  모든 곳에서 나는것 가리지않고  먹어야 산다.

 

생에 어찌 좋은 날만 있겠는가?         

 

바람부는 날,  비오는 날 , 안개낀 날.

 

이 많은 날들을 견디어내야 한다.

 

잡식성의 인간.     이들이야말로 세상 끝날까지 살아남는 자가 되지 않을까?

 

 

 

 

ps:  결론이 너무 거창해서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