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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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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데기 이야기


BY 혜진 엄마 2006-05-29

사용 안 한지 오래된 항아리나
그 뚜껑에다 흙 퍼담아 놓고
 
꽃도 심고  상추 쑥갓도 심었더니
아침에  눈뜨기가 즐겁다

 

아들이고 딸이고
한창 클 땐  경쟁하듯  동무들을  몰고 와선
재우고  먹이고 하는고로

 

당시엔 철철이 장도 많이 담그고
김장도 이웃이 놀랄 정도로  많이 사들이곤 했었다 

 

천금같은 내 새끼가 좋아 죽고 못사는
 제 동무들을 몰고 오는데
 내 어찌  그  동무들을 귀히 대접치 아니하리

 

지금 큰아들은  31살
딸년 28살 

 

아들은 성혼을 못했고
딸은 이태 전에 시집을 갔다

 

잠만 자고  나가는 하숙생 아들과
쉰 셋의 어미인  나

 

고추장, 막장 단지 열어 본지가 언제인지 ..

 

김치 한 통 담그면 
시난고난 저 혼자 물러터지기나 하고

 

그러니
장독엔 꽃이 심어지고
독 뚜껑엔  상추 쑥갓이나 심을 수밖에 ..

 

이젠  편케 좋게만 살아가리라

마음에 한 점 미움 없어 좋고

 

내 몸에서 떨궈낸 새끼 둘 
지극히 평범하나마나  남과 섞여  처지지 않고
부대끼며 잘들 살아가 주니  고것이 신통 방 통 대견스러웁고  ㅎㅎ

 

딱 요렇게만  살다 갔음 ..

 

내 기억의 다락엔  칸이 많은  서랍장이 하나 있다


흡사 개구쟁이 헐렁한 바지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주머니 같은
서랍장이 ..

 

그 주머니 같은  서랍 칸칸엔
30년 내 삶이 고루 개켜져있어  

그 날 그 날 내  기분 여하에 따라  종류별로  꺼내놓고  즐기곤? 한다

 

그렇다
고통스런 기억도 
어쩌다 아픔 같이 따끔한 환희도


 굴욕.. 궁핍  비굴함 모욕 모멸 그 모든 것들이

 

아무리 잊고자 애를 써도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으니    

 

이젠  꺼내 놓고 즐기는 나만의
취미생활로나 만들어야지  뭐  

 

그래야 하겠다

이 만큼 살아  보니  


인생이란 사실 그렇게  오~래 미워하며 살일 도   아니더라

 

 또한 고난 없는 삶이란 것은 
  양념 없이 대강 담근 김치처럼  깊은 맛이 날 리가 없을 것이고  
고난과 고통을 동반한 인생이라야만

 

 그만큼 시야도 넓어지고  생을 바라보는
시각도 깊어지는  게 아닐까     (내 생각)


모파상 작품 속  
여자의 일생  쟌느의 웅얼거림처럼


인생이란
그리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것이 아닐까

............

이제 가끔  나의 다락에 있는  기억의 서랍장을
열까 합니다

 

그 날 그 날  제 심보에 따라 하나씩  꺼내선  조곤조곤 수다떨고 싶어서요


 아컴 님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