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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49

너는 잘 살 겨,,,,


BY 정자 2006-05-29

남편은 눈만 껌벅 껌벅 말은 없었다.

 

아침이 되어도 남편은 말이 없었다.

아이들 놀이방에 보내고 출근준비를 하는데

 

\" 니 정말 나랑 헤어질 거여?\"

\" 응 . 될 수있슴 빨리!\"

 

그렇게 바로 대답이 툭 튀어 나왔다.

남편이 후닥닥 나를 껴안았다.

지금 뭐 하자는 겨? 이거 안 놔?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데 나도 어쩔 도리 없는 힘에 눌렸다.

남편이 울고 있었다.

나에게 입 맞추고 얼굴을 부벼 대었다.

그냥 울기만 하니 나도 철퍼덕 주저 앉아 버렸다.

더이상  말을 한다는 것은 목만 메일 뿐 이었다.

 

남편이 내 스커트에 주름이 졌다고 다른 스커트를 준다.

나도 말없이 건네주는 스커트를 갈아 입고 현관문에 나설려니

남편이 그런다.

언제 이사 가는 겨?

뒷목덜미가 뜨겁다.

몰라! 가고 싶을 때 갈거야. 살림도 다 놔두고 갈거니까. 자기가 알아서 처리 해.

 

앞마당에 아침햇살이 사정없이 투명했다. 골목길에 돌아서서 다시 생각을 거듭했다. 될 수있슴 빨리 헤어지자고 한 것은 내가 너무했나 싶었다. 그래도 남편은 알아야 만 했다. 나랑 백번을 이혼해도 만일 다른 여자랑 결혼해도 자신의 가정 문제를 부모와 결부시켜 아내에게 요구해 선 안될 일들을 서슴없이 나에게 해대었다. 난 무차별 공격에 또 맞고 맞아 맵집만 튼튼한  여자로 무장 시켜 놓았다. 늘 전전긍긍하게 불안하게 만드는 상황을 될 수 있슴 빨리 결렬 시키고 싶었다. 아무 상관 없이 말이다.

 

저녁에 퇴근하니 남편과 시아버지님 같이 앉아 계셨다.

별 표정없이 인사드렸다. 남편의 표정이 어둡다.

\" 니 이사간다는 말 들었는디...인자 니 어머니 너하고 안싸운다고 하더라..글코 그동안 나도 바깥에서 일만해서 집안 돌아가는 거 내가 무책임하게 너무 했다. 너한테 미안하다. 그러니께 너희들 인자 싸우지말고 잘 살아야지.\"

 

 난 묵묵하게 말씀만 들었다. 하긴 대답하면 뭐가 달라질 게 하나도 없다. 아버님은 조용히 가시고 또 둘이 마주쳤다.

\" 저기 어머니한테 아무소리 안했어. 그리고 인자부터 잘 할께..\"

\" 뭘? 누가 잘해 달라고 빌었남.? 각자 자리만 잘 지키면 되지....\"

 

그런데 아침에 왜 울었어? 응 그냥 막 나오더라... 니가 나랑 인제 안 산다고 한께 그냥 막 눈이 아프더라... 긍께 진즉에 어머니편 좀 그만 들지. 누가 장가 갔다고 하면 생이별하는 것처럼 맨날 엄마! 엄마! 뭐여? 난 울 엄마 죽었어?   어른이 되가지고 자식이 둘이나 된 애 아빠가 뭐 그리 대단한 거 마냥 울엄마는 나 이렇게 살아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겨...돈 안주고 고생시키면 두다리 쭉 뻗을 거 알았남... 지금보다도 내 어릴 적엔 더 어려웠었다고..지금 고생 할 거 미리 알았나 울 엄마 나 무진 고생시키고 연습시킨 거 모르지....

 

그제야 내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걸 알았다. 남편이 휴지로 내 얼굴을 닦아 줬다

남편도 울먹 울먹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가 아니다. 서로 가슴을 베어내는 아픔이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특히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가며 한다는 싸움은 더욱 비겁하다. 나 또한 그런 과정을 피해간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고, 될 수있슴 쉽고 간단히 해결 하고 싶었다.

비록 나중에 이런 일들이 더욱 어렵게 일을 꼬이게 한 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사 가는 날  회사에서 다른 이웃들이 모두 우리집에 오셨다.

특히 영은이를 들쳐 업고  얻었던 방세를 내 주었던 할머니가  구불구불한 지팡이를 짚고 대문을 탕탕 두두렸다.

 영은 에미 있어? 영은아?

 

난 맨발로 뛰어 나갔다. 할머니 조금 있으면 인제 진짜 우리집에 같이 모시고 갈려고 했는디

벌써 오셨어유? 야! 손주며느리가 집 사서 이사간다는데 그냥 막 걸어 오게 되는데 어떡혀?

짐은 다 싼겨? 인자 실으면 다 돼유 , 여기 잠시만 앉아 있어유... 영은에미야... 니 처음 보았을 때 앞으로 잘살거라고 얼굴에 써있었는 디... 이거 진짜로 잘 살고 있구먼... 신랑은 지금 워디에 있어? 아.. 예 제가 부를께요..영은아빠? 영은 아빠? 왜? 할머니 오셨어...어! 어이구 할머니... 잉 잉 그려... 오늘 힘 좀 쓰겄구먼...자네 영은 엄마 잘 챙겨야 되야? 예? 무슨말씀인지... 긍께 엣날처럼 마누라 잃어버려가지고  찾아 다니지 말라고 . 내 말 못 알아 듣 겄남?

아! 예,, 할머님 울 마누라 잘 모시고 살겠습니다.!

 

 목소리가 마당을 쩌렁쩌렁 울려 다른 이웃들에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