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아가씨가 미안한 듯 카페로 들어와서는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뭔소린가 했더니 인터넷 쇼핑에서 판매하는 옷을 촬영한다는 것이었다.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가뜩이나 손님이 없어 지루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데 옷구경도 하고
어떻게 사진을 찍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그 아가씨는 한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한팔엔 옷을 잔뜩 끼고
늘씬하고 예쁜 아가씨랑 함께 카페로 들어왔다.
옷만 카페에 걸어 놓고 찍나 했더니 모델에게 입혀가며 찍는다고 했다.
모델은 키가 훤칠하고 팔다리가 날씬하고 허리가 잘록하면서 긴 웨이브 머리를 찰랑거리는
모델로 보이는 모델이었다.
두 아가씨는 생과일주스와 냉커피를 시켰다.
모델아가씨는 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한아가씨는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턱을 괴며 찍고, 카페 입구에서 한 팔을 올려가며 찍고,
밖에 나가 꽃을 만지작거리며 찍었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궁금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저 쪽에 해바라기라는 카페에서 찍었는데요. 식상해서 다른 카페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꽃이 예뻐서 무작정 들어온거에요. 너무 예뻐요. 꽃을 직접 기르신 거예요?”
“어머머! 그래요? 기분 좋다. 네, 제가 꽃 기르는 걸 좋아해요.”
“저의 엄마도 좋아하셨는데, 어릴 적엔 몰랐는데 지금은 저도 꽃이 좋아요. 꽃기르기 손도 많이 가고 힘들 텐데…….”
“아니요. 전 즐거워요. 꽃과 있음 행복해요.”
그랬구나, 꽃이 예뻐서 들어온 거구나.
행복했다.
꽃을 보고 있음 행복한데, 꽃이 예쁘다고 카페를 찾아온 손님들을 보면 더 행복하다.
그러니까 우리 카페가 모델로 뽑힌 거란 말이지.
나는 신나서 과자도 더 갖다 주고 옷이 세련되고 예쁘다고 말해 주고
모델 아가씨한테 몸매가 정말 예쁘고 얼굴도 예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대로 맞다.
옷이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 여성스럽게 하늘거리고,
레이스가 유치찬란하지 않고 색상도 화사하면서 고급스러웠다.
몇 십 벌의 옷을 갈아입으면서 모델 아가씨가 살짝 웃으면 카페도 생긋 웃고,
모델이 환하게 웃으면 카페도 입을 더 크게 벌리고,
모델이 섹시하게 다리를 꼬면 섹시하고는 관계없는 카페도 모델하고 맞추려고 애를 썼다.
모델이 꽃잎에 서 있으면 꽃들도 카메라를 보며 \"김치~~~ \"
나무 의자에 앉으면 의자도 분위기를 맞추며 \"치즈~~~\"
앞으로 걸어가다가 엉덩이를 내밀면 카페가 일제히 \"오호~~~ \"
카페는 처음 하는 모델일에 숨겨진 재능이 있었나보다
두 아가씨는 자매라고 했다.
사진을 찍던 아가씨는 회사의 실장이었고,
모델은 여동생이었다.
그러니까 모델같이 예쁜 아가씨는 직업이 모델이 아니었고 인터넷 쇼핑을 관리 한다고 했다.
두 자매는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것이 예의 바르고 얌전해 보였다.
음료수만 먹고 두 시간씩 카페를 빌려 사진을 촬영하는 내내 미안해했고 고마워했고
나와 눈이 마주치면 밝게 웃고 내가 물어보면 대답도 다정 했다.
그들이 가지고 온 의상과 카페와 잘 어울렸다.
여성스러우면서 화사했고 단정하면서 깔끔했다.
옷이 맘에 들고, 모델이 된 카페도 보고 싶어 홈쇼핑 사이트를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내가 옷을 사면 직원가로 싸게 해 준다고 했다.
보라색 투피스가 예쁘다고 했더니 나보고 입어 보라고 했다.
아가씨 모델이 입었을 때하고 중년인 내가 입었을 때하곤 전혀 틀리겠지만
나도 큰 키가 날씬한 몸을 가지고 있어서 아가씨가 입던 55 사이즈를 입을 수가 있었다.
아가씨 모델과 비교를 하면 안 되지만
내가 자신 없어 하자 카메라로 찍어서 직접 보여 주었다.
모델은 팔다리가 길고 군더더기 살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사진이 잘 받는다고 한다.
카페도 쓸데없는 살이 없다.
예쁜 꽃이 카페의 얼굴이고 들꽃 같은 꽃이 카페의 개성이다.
그래서 오늘 카페는 모델로 뽑혔다.
이런 경험을 처음한 카페는 프로 냄새가 나지 않아 순수해 보인다고 했다.
인터넷에 올리는 모델카페는 홍대 쪽에서 많이 찾는데,
그런 카페는 흔해서 일산 쪽으로 왔다고 한다.
멋진 건물에 비싼 인테리어와 멋들어진 나무나 화려한 꽃이 있는 넓은 카페가 아닌
소박하고 작고 가난한 우리 카페는 엉겹결에 모델이 되었다.
일산 길거리에서 뽑힌 카페모델의 모델료는 생과일주스, 냉커피, 합쳐서 구천 원이었다.
\"모델료가 저렴하고 싸지만 저는(카페) 욕심이 없답니다.
꽃이 예뻐서 사진 찍고 싶다는 그 한마디에 나는 행복해서
두 시간 동안 김치~~~만 불러서 입술이 발발 떨려요.
휴우~~~초보 모델이라 피곤하긴 피곤하네요.
일주일 뒤에 또 모델이 돼 달라고 했답니다.
내가 날씬하고 예쁘긴 예쁜가봐요. 좋아라~~~히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