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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7

곰탱이


BY 패러글라이딩 2006-05-20

잠은 오지않고 양주를 쬐끔(?)마시고는 나도 모르게 에세이방을 찾아와 술주정을 하네요.^^

술주정에 기분 상하시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무래도 에세이방에 중독이 되어 가는 것 같았스리...

 

어버이 다음날 친정에 내려갔던 일을 주저리 주저리 적어봅니다.

 

***

엄마 아버지를 보러 고향으로 내려간다.

아직 아이 문제의 여운이 남아 있지만 엄마 아버지를 보러 간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집으로 전화를 건다.

\"저에요 아버지\"

\"그래 공주냐?\"

\"오늘 갈려구요\"

\"그래? 우리야 고맙지, 그런데 아직 감기가 안냤냐?\"

\"글쎄요...헤헤\"

 

이주만의 통화다.

그때도 내 목소리는 약간 잠기어 있었고  엄마 아버지의 걱정을 들었었다.

일주일이 지나 자식에게 전화가 안오면 궁금해지고 걱정이 된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시는 아버지다.

별로 살갑지 못한 딸은  이런 애교성 있는 아버지의 협박을 자주 무시하곤 하지만 말이다.

 

어제 시동생 내외와 술을 좀 과하게 마신 신랑과 나는 정오쯤에 친정으로 향한다.

그런데 목소리가 이상하게 더 잠기어 버렸다.

분명 걱정하실텐데...

이번에 아이일을 겪으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그때부터 변하기 시작한 목소리는 영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더하고 덜할 뿐이지 감기라고 보기에는 목도 안 아프고, 그렇다고 몸이 아프면서 열이 나는 것도 아니기에 , 그냥 놔 두고 있었는데 어제 술의 여운 때문인지  이상하게  목소리가 더 잠기어 버렸다.

 

이마트에서 여러가지 장을 보고 고향에 도착하니 다정한 그림이 연출이 된다.

쪽파를 다듬고 있던 엄마의 환한 웃음.

앞의 논에서 못자리를 낼 논 뚝을 삽으로 손질하시던 아버지가 우리를 보고는 올라오신다.

 

잠깐의 정다움을 연출한 후에 엄마가 어째 감기가 더 심하게 들었냐고 한마디 하신다.

\"감기 아니라면서 병원도 안가고 약도 안 사 먹어요 말을 안 듣는다니까요?\"

신랑의 말에 나는 한순간에 미련한 아이가 되버린다.

 

사온 고기로 저녁을 준비하면서 집앞에서  상추를 뜯어와 씻고 있는데 아버지가 약을 사와야겠다며 헬맷을 쓰시고는 오토바이에 오르신다.

순간 조그만 시냇물이 마음을 적시며 내려간다.

 

술이 어느정도 들어가신 아버지는 나보고 곰탱이라고 한다.

어째 자신의 몸을 챙길 줄 모르냐면서...

너희들 생각해서 아버지도 한달에 한번 혈압 체크하면서 건강을 신경쓰는데 너는 뭐냐고 하면서  계속 곰탱이라고 놀리신다.

 

항상 울타리가 되어주시는 부모님이시다.

결혼나고 나서 알았다.

나에게 얼마나 든든한 울타리이고 애뜻한 울타리인줄...

이번에 아이일을 겪으면서 울타리에 기대고 싶은 것을 참았는데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마음이 아릿해 옴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마도 이제는 나도 부모님에게 조그만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은 아닐런지...

 

자식 사랑에 눈물겨운 엄마 아버지.

딸을 공주로 부르는 바람에 자신은 왕이 되는 아버지.

사위와 술을 마시는 것을 큰 줄거움으로 아시는 아버지.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하시는 아버지.

남을 미워하는 인생을 살면 안 된다고 하시는 아버지.

 

아버지에게는 험한 세상살이였음에도,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오신 아버지가 언제부턴가 자식에게 그 마음의 돌덩어리를 보여 주신다.

 

거실에서 나는 곰탱이가 되고, 아버지는 사위에게 자신의 돌덩어리를 보여주시고, 엄마는 사위와 딸 흉을 보면서 술병이 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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