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는 초등 학교 2학년때 새총을 만든다고
나무 젓가락을 칼로 자르다가
잘못하여 집게 손가락을 베여
살점이 덜렁 덜렁 거리는데도--몇바늘 꿰매는 수준-
혼자서 병원에 가라고 소리 지르며 독립심을 요구하면서..
막상
성인이고 아빠가 된 자기 자신은
병원은 물론 자기가 귀가하는 시점의 어디서든
자기를 마중하고 기다리길 기대하기 일쑤이다
심지어 이른 새벽 2시쯤 자기가 지금 귀가 하고 있으니
아파트 앞으로 나와 있으라고 해서 우리 신랑을 기다리는데
윗층에 사시는 아저씨를 만났다
남의 아내에게 왜 이 시간에 여기 나와 있느냐고 물을 수 도 없고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 보는데
나도 입이 근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
우리 신랑이 마중 나와 있으라고 해서
나와 있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봉하고 서 있는 내가 측은한지
자꾸 흘금 흘금 나를 보시다가 이내 들어 가신다
(그 아저씨는 아마 내가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나온 아녀자로 보고 있는 듯 ..)
이래 저래 본인은 막내 티를 졸졸 내면서
요기서 조기를 가더라도 아내를 끌고 어디든 나선다
하다 못해 저번날 저녁만 하더라도
자기는 우산 가지고 가기 싫으니까
골프 연습장까지 ..나보고 우산 씌워서 데려달라고
은근한 부탁을 한다 ..
맘이 약해서? 나 자신도 모르게 그 짓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본다
한번은 피부과엘 다니는데
며칠을 계속
저녁 퇴근 무렵 ..그 피부과에 도착하자 마자
집에 전화 해서 ..자기 데리러 오란다 ..
간호사 언니도 킥 킥 대고 웃으면서
\'참으로 특이 하신 분이셔요\' 하는 수준이니까
<그래 아가 내가 데리러 갈게 ..이 엄마가 ..ㅎㅎㅎㅎ>
같이 같이를 외치면서
아내는 방치하기 일수이다
때로 나는 그에게 확실한 엄마임에 틀림이 없다
어린양을 하며 마중을 좋아하는 신랑을 보면
영락없는 막내 아들이다
신혼 때나 ..아이들이 어릴때는 아이들이 좋아하며 아빠를 반기는 걸
즐긴다고 봐줄만했는데 ...
심지어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도 그는 마중을 즐겼다
그의 귀가에 열렬하고 대대적인 환영의 싸인을 내놓지않으면
뭔지 모를 석연치 않음의 기색을 내세운다
가장의 위치 운운해가며
집을 이사하고
그에게 근사한?(나로서) 차가 나왔다 --
그는 이제 집에 거의 다 올 때쯤 나에게 마중을 나오라고 전화를 하고
마중을 나간 나를 태우고 30초쯤 달려서
주차를 하면서 우쭐?해한다
--- 신랑은 운전이 무진장? 서툰편 운전할 일이 별로 없었음 늘 술을 좋아하다보니 ~-
때로는 차가 막혀서 시간을 못맞추어
내가 덜덜 떨고 기다렸다고 엄살을 해도
10분후에 다시 나오라던가 ...
혹은\' 안나올라고? \'하면서 귀여운 걱정을 한다
ㅎㅎㅎㅎㅎ
버릇을 그리 들인 걸 어쩌겠나
집안 정리하랴 ..배고픈 그를 위해 반쯤 완성된 식탁을 준비하랴
급하게 마중을 나가랴 ...
좌우간 일찍 귀가하는 날은 삼중고에 시달려야한다
(산친구는 아침마다 차로 지하철까지 신랑을 태워주며
자기는 천연기념물 하며 외친다면서
나에게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단하나의 착한 아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공주병이 있는 나를 길들인 신랑이 대단하다는 거다
공주를 데리고 오면 골치아플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길들이냐에 달렸다면서
도데체 내가 무신 공주병이 있다는건지?
온갖 잡일을 다하고 있는데
형광등 갈기부터 시작해서 못박기 등등 남자 일을 비롯해서
화분갈기 ..청소 설거지 등등 기본적인 일 몽땅 다 내가 하지
얼굴에 화장도 안하지 파마도 안하지 ...신랑 돈만 아껴주고 있는데 ~)
어제는 귀가하면서 안경을 새로 맞춘다고 하는데
결국은 또 집에까지 와서 마중을 나온 나를 데리고 안경점까지 갔다
본인이 일찍 귀가할 때는 절대로 외식을 인정하지 않는 그에게
어제 안경을 만드는 2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잽싸게 ..외식을 건의하고 정말로 맛나게 먹었다
야호~!!
맛있다 맛있다 ....
그는 나에게 왠일인지
\'잘했네 ~\'
라고 말한다
지금 내 나이가 몇인데 외식이 이리도 힘든 일일까 ???
이제 그에게 나온 차로 장을 보고
왠만한 볼일을 다 볼수 있다
결국 내차가 지하주차장에서 얌전히 잠자고 있다
더구나 요즘은 운동을 일부러도 하는데 하면서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고
엠피3를 꼽고 신나게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결국 내 차를 팔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에게
\"아낄 걸 아껴야지 ~ 되었어요 그냥 가끔 타고 다니셔요 ~\"
하는 남다른? 배려를 내어놓는다
근 22년간 마중을 했더니 ...그가 나의 노고를 인정하는 듯~
음 음 진정 그대가 나의 공주병을 인정하는 건가 ?
모든 경제적인 희생?과 마중과 그의 코드에 모든? 걸 거는
나의 모습이 남의 눈에 답답하게 보일지는 모른다
그런데 ..
가끔 지인과 전화를 하면서
킥킥대고 웃으며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아직도 신혼때 처럼 변치 않고?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한다
그의 모든 과오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너무도 빨리 잊고 쉽게 용서한다
그는 복을 타고 났다
즐거운 마중을 의례적으로 받고
가끔 의식적인? 칭찬까지 아끼지 않는 나의 격려에 어깨가 살짝 올라간다
\"저번에 @@이 나보고 그랬다 신랑이 멋있어서
내가 갑자기 부러웠다고 ...당신이 잘생겼나? ㅎㅎㅎ\"
그래서 그렇게 가끔 그 @@가 혹은 나의 지인들이 자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나?
늦게 들어온 아들에게 슬며시 운을 떼어본다
\"야 찬아 아빠가 잘 생겼니? 어떤 아줌마가 그러길래 너의 객관적 생각을 묻는거야?\"
아들은 쑥스러운 듯 지나가는 한마디를 천연덕 스럽게 던진다
\"아니 엄마 그럼 제가 괜히 잘 생긴줄 알아요? \"
우리는 둘다 크게 웃었다
착각의 커트라인이 없다지만 .......
자기 자신을 착각하게 하는 이 요소가
우리의 정신을 살찌게 하는 요소인지도 모르기에
정신도 육체처럼 깨끗이 닦고 다듬으라 하지 않던가
자기 안의 긍정과 존경심 그리고 사랑을 향해서 나아가고 싶다
나의 얼굴을 보라 그늘 없이 웃고 있지 않은가
절대로 인위적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