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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급하게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떼우고 (?) 늘 한쪽 귀를 막고 있는
헤드셋의 그 답답함에서 잠시 해방되어 여유를 부리고 있던 차 진동으로 놓아 두었던
휴대 폰이 드르륵 드르륵 울린다
어머~ 이게 누구야 반가운 그녀로 부터의 연락이다
잘 지내니?
그래 너도 잘 있지?
그녀가 말한다
바늘아 네 목소리가 밝아서 너무 좋구나
에이~~ 뭐
맨날 그렇지~
수화기 너무 반가운 인사 몇마디 뒤 그녀의 목소리에서
눈물이 묻어 동해에서 서울까지 젖어 드는데 순간 너무 놀라
너 무슨 일 있는거구나~~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녀는 힘든 말문을 연다
바늘아 나 너무 힘들어
지금 법원 앞인데 버스 기다리다가 너 생각이 나서...
에이 참~
왜 그런다니~~ 남편 또 네 속썩이는 구나~
순간 그녀도 울고 나도 따라 눈물을 찔끔 훔쳐낸다.
동해야~
개망초님 일산 까페에 꽃씨 보내준 것 망초님 글에서 보았어
그 뒤로 너 흔적도 안보이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 하면서
또한 너 아컴에 안보이면 마음 고생하고 있을때 종종이라서
내심 걱정도 되고 그랬어~
너 많이 힘들구나~
그녀가 흐느끼며 말한다
정말 이제는 헤어지려고 해 너무 힘이 들어서 살수가 없어~
오늘은 이혼하려고 법원까지 함께 왔는데 막상 오고 나니
남편은 행적을 감추고 사라져 버렸고 온 김에 나 혼자라도 서류 챙겨서
다시 지금 집으로 가려고 버스 기다리고 있는거란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에 내가 답했다
동해야~그래도 참고 살아라~
아직까지 잘 버텨왔자나~
그러다 그러다 그렇게 말하다 나도 모르게
하지만 나 말이야 이혼하기 잘 했다는 생각도 들어
홀로 어려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것 쉽지 않지만 인생 얼마나 산다고
매일 아웅 다웅 싸우고 사나 싶고 또한 부모의 그런 모습 안 보고 사니
아이들도 오히려 시간이 지나갈 수록 안정이 되는것 같아~
사실 나의 이혼은 빚으로 인한 서류상 이혼을 하자는 애들 아빠의
의견이었고 한참 뒤 그 이혼의 상당 부분에 불륜이 섞인 계획적인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안 이혼이었지만...
아무튼 그날 그녀와의 결코 길지 않은 통화였지만
지금 그녀의 상황이 미루어 짐작이 되었고 그 날 이후 몇일 뒤
퇴근 하면서 연락을 해 보았지만 무응답으로 컬러링만...
산넘어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그녀의 컬러링 음악이었다.
그녀 동해바다!
무엇을 버릴까?
아름다운 외모, 그림이라면 그림, 살림도 잘하고 앞 베란다에 꽃을
가꾸는 살뜰함, 시간 나면 부지런히 문학 공부도 하고 ~~
아컴의 인연으로 알게된 동갑친구 그녀 동해바다~
차라리 이제 어서 남편이 죽기를 바란다는 그녀의 가슴 아픈 체념~
그간 수많은 용서와 용서를 해 주었던 그녀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 용서가 한 여자의 일생에 있어서 참으로 좋은 시절을
눈물로 얼룩지게 하고 아까운 세월만 흐르게 함을 바라 보면서
감히 말한다
이제 친구야 너 그 용서 안해주면 어떨까?
몇년 전 삼척 그 먼 동해에서 응급차를 타고 서울 강남에 병원까지
실려와 중환자실 까지 오가던 그때가 문득 기억난다
인상도 너무 좋으시고 사람 좋아만 보이던데
어찌 그러는 거니?
우리 이제 곧 오십이고
여자로 대접 받으며 살아 갈 좋은 날이 얼마나 더 있을까?
친구야~
너의 컬러링 음악 처럼
산 넘어 봄이 가득 너에게 오기를 그저 바랄 뿐이구나~
눈물 지으며 세상 살기에 참 아까운 날들인데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