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년전 오층짜리 공무원 아파트에 살때였다.
조그맣고 낡은 아파트 오층에 우리의 신혼살림을 차렸다.
걸어서 오르내리느라 늘씬한 단무지 다리통이
뚱뚱한 조선무 다리통으로 변해긴 했지만
고소한 깨를 볶아대던 우리의 신혼 보금자리가
화려한 구중궁궐보다 훨씬 좋았다....
멋진신랑 퇴근하기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
그렇지 않아도 사슴처럼 기다란 나의 모가지(?)가
슬픈 눈을가진 기린목이 되어있던 어느날밤.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찻! 찻! 차~~
슬~픔을~ 묻어놓고 ~ 다~함께 찻! 차~ 차~~~~~~~~~아...\"
좁은 계단을 오르면서 동네가 떠나가라
고래 고래 목청껏 부르는 노랫소리에
내가슴은 벌렁벌렁.쿵딱쿵닥.두방망이질을 하고...
\"아이고 창피해서 내가 못살아....흑흑흑...\"
가녀린 예쁜 새색시 얼굴에선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새신랑은 동네 망신 다 떨고 나서도
\"아이고 울 예쁜 새~악시! 이리와 봣!\"
거칠게 꽈악 끌어안으며 모든 죄를 씻으려 했다.....
그뒤로 난 아랫층 아줌마의 하소연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야 했다
\"그집 신랑이 우리집에 근심을 다 털어놓고 가서
우리집에 근심이 떠날날이 없잖아...어떻게 할거야
새댁이 책임져~~~~~~~.\"
책임지라는 말에 겁이나서
난 신랑에게 한마디 했다.
\"다음엔 사층 계단에서 쨍하고 해뜰날을 불러야해!! 알았지?\"
울 신랑같은 괴짜 술꾼이 소란스럽게 해도
모두가 너그럽게 용서해주고 예뻐해주신 이웃들...
고만고만한 살림을 살던 그때의 공무원 아파트 생활이
그리워지는건 다시 돌이킬수 없어서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