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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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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콩쥐전


BY 은하수 2006-04-19

아주 오랜 옛날이 아니고 한 삼사십년 된 이야기이다.

콩쥐와 팥쥐가 있었는데, 한 엄마 밑에서 나고 자랐다.

 

콩쥐는 착하고 무던하고 공부도 썩 잘하는 똑똑한 아이였지만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거나 억울한 일을 간혹 당해도

엄마 속상해 한다고 이를 줄도 모르는 착한아이 컴플렉스가 있었다.

또, 장녀로서 가문의 명예까지 걱정하는 장녀 컴플렉스도 있었다.

 

팥쥐는 셋째딸이어서 꼭지라고도 불리웠는데

오래도록 젖을 떼지를 못하는 응석꾸러기였다.

아래로 남동생을 뒤늦게 보고 나서는 응석을 더이상 부릴 수 없게 되어

좀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던 사랑을 다 뺏아간 막내동생이 중병에 걸리면서

우울하고도 스트레스로 찬 유년기와 사춘기를 보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유약하던 성격은 삐뚤어져 포악하고 심술많은 성격으로 굳어졌다.

아둔한지 공부도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는 팥쥐가 더 마음이 쓰였다.

 

세월이 흘러서 콩쥐는 시집을 갔고

팥쥐도 이에 질세라 시집을 가서 신랑따라 미국이란 데를 갔다.

둘이 좋아서 한 결혼인데 결혼이란 굴레는 팥쥐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결혼의 소산인 아이들만 뿔뿔이 흩어놓으며 팥쥐부부는 남남이 되어야 했다.

결혼한 동안 목소리마저 의젓해진 것 같던 팥쥐는 새로다시 옛날로 돌아가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엄마는 팥쥐가 더 불쌍하고 애통하다.

 

엄마에겐 콩쥐는 잊어버린 딸이다. 혼자 잘하기 때문에....

가끔 잘 못할 때는 그깟것을 못하냐고

별것도 아닌 일에 호들갑이라고 콧방귀나 끼고 호통 치면 그만이다. 

엄마에겐 팥쥐는 보살펴 줘야하는 어린 딸이다. 혼자 못하기 때문에...

회복할 수 없는 불행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콧방귀도 못 낀다.

 

엄마는 의젓하기만 한 콩쥐가

더이상 자기 손아귀에 들어오질 않아서 남같기만 하다.

해서 어떡하면 기선을 제압할까 궁리를 한다.

콩쥐가 맨질맨질 맨숭맨숭 남같이 굴면

제삼자가 아니고 사안의 당사자임을 일깨우는 물귀신 화법을 쓴다.

\"이게 다 너한테 피해 안주려고 그러는 거야.\"

\"너는 무사할 줄 아니?\"

어느새 갑갑한 운명의 공동체로 묶어 버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서는

콩쥐의 참견을 달가와 않는다. 달가와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무시하고 배척해 버린다.

팥쥐조차 언니의 말을 무시하고 수화기를 엄마에게 넘겨 버린다.

콩쥐는 가슴이 아프다.

\"우리가 알아서 할께.\"

\"더이상 신경쓰지 말아라.\"

\"이제 전화하지 말아라.\"

생각해서 참견하면

콩쥐는 출가외인이므로 상관마라 하고 밀치기 화법을 쓴다.

 

당겼다가 밀어버렸다가 자유자재다. 맘대로이다.

 

팥쥐사는 미국에 간 엄마,

아빠 생각해서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해도 상관 말라고 한다.

마지 못해서 붙들려 있다 하지만 억지로 있는 것은 아닌 것같다.

억지로는 이렇게 오래 못있는 엄마이다.

팥쥐가 너무 이쁘거나 아님

팥쥐랑 있는 것이 편하고 좋은 것이니까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것이다.

둘은 잘 맞는 것이다.

콩쥐랑은 안 맞는 것처럼.

 

엄마는 팥쥐의 엄마이다.

 

미국은 너무 슬픈 나라다.

한번도 가본적 없는 콩쥐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