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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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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일기(여자 없는 술집)


BY 개망초꽃 2006-04-17

이 카페는 처음엔 카페라기보다는 음식점이었다.

주 메뉴가 스파게티와 마실거리였다.

그래서 카페 이름도 \'테디 홈\'이고, 간판에 털 복실한 귀여운 곰 그림이 그려져 있고,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오는 음식점이었다.

그러다가 주방아줌마 월급도 많이 줘야하고, 주방 아줌마가 들락날락 속을 썩이고,

낮에 차만 팔다가 그것도 수지타산이 잘 안 맞았나보다.

밤에 양주 한 병 더 파는 것이 실속 있다보니

낮 장사는 접고 아예 술장사가 되어 버렸다.


전에 장사하던 여자 둘은 친구면서 동업이었다.

둘 다 혼자 사는 여자라고 한다.

그러니 밤에 술장사를 해도 누가 뭐랄 남편도 없고

술장사가 이윤이 많이 남고 그런대로 적성에 맞다보니

한 6년 술장사를 해서 돈 좀 만져 봤나보다.

아님 술장사를 하다가 좋은 남자 만나 혼자 살지 않아도 되어서 그만 두게 되었는지

그 사연이야 당사자만 아는 것이고…….설나무네…….

지겨워서 그만 하고 싶어 카페를 내 놨다고 했다.


카페를 인수한 친구는 술장사를 해 본적도 없고

술도 먹을 줄 모르는 멋모르고 덤비고 있는 것이다.

실로 걱정이 많다.


이 친구가 자주 가는 처녀가 보는 점집에서

올 해 누군가가 도와줘서 카페를 하게 되고

내년엔 돈을 번다고 해서…….

꼭 점쟁이 말을 믿어서 이 일을 하게 된 건 아니지만

친구는 남편 없이 딸아이 둘을 키워야 해서 돈을 안 벌면 안 되기 때문이다.

스파게티를 하던 곳, 그러다가 밤에만 술장사를 하던 이 곳을 맘에 들어 한 건,

일단 분위기 자체가 술집 분위기가 아니고, 연인들 카페 분위기고,

가벼이 아줌마들끼리 차 한 잔하고 싶은 분위기라서......

그리고 권리금이 많지 않아서 두 번 보고 후딱 계약을 하게 된 거였다.


아직도 간판은 스파게티 간판 그대로다.

친구는 자금 여유도 없고 해서

그 간판 그대로 곰 그림을 머리에 이고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친구를 알게 된 것이 십년쯤 돼 간다.

같은 아파트에서 둘째아이가 동갑이라서 친하게 되었다.

그땐 서로 가정을 갖고 있었던 그런대로 살만큼 살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비슷한 시기에 혼자가 되고,

그러다 보니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지게 되어 속에 있는 얘기를 하고

지금껏 자주 보진 않았지만 가끔 만나 서로 “에그그~~ 니 팔자, 내 팔자야.” 했었다.

난 항상 나의 꿈인 시골 가서 들꽃 가득 키우며 카페를 하든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었고,

이 카페를 보니 내 생각이 퍼뜩 떠오르더라는 것이었다.

“아…….이건 망초 꿈이다.”


암튼 그렇게 되어 난 낮에 꽃을 가꿔 꽃카페를 만들 계획이고

친구는 밤 장사를 계속해서 돈을 벌 계획이다.

나는 꽃 키우고 카페 살림을 맡았다.

친구는 밤에 아는 언니와(이 언니는 한술 더 떠서 남편도 있고 직장을 다녀 본적이 없는 팔자편한 여자다.) 함께 술장사를 하게 되었다.


술장사를 하던 첫날

술 먹으러 온 손님 하나가 친구한테 그러더란다.

화장도 야하게 하고 옷도 야하게 입고 장사를 해야지 않겠냐고

그러면서 또 여자를 두고 해야지 여긴 왜 예쁘고 젊은 여자가 없냐고

이래가지고 장사를 하겠냐고…….

그래서 친구는 그랬단다.

여자가 필요하시면 여자 있는 술집 가시라고…….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니고 술 한 잔 하면서 얘기나 하는 곳이라고…….

그 남자 손님 뜨악해가지고 한참 쳐다보더란다.


낮에 카페 하는 여자도(나.ㅎㅎ) 고지식하니 말수가 적은 여자인데다가

밤에 술장사하는 여자는 정장 차림에 애교는 커녕

여자가 필요하면 여자 있는 술집 가라고 하니…….

이거원…….


아무래도 낮과 밤, 연인들이 와서 커피나 술 한 잔 하는 곳으로 전환을 하든지…….

남자상대로 양주 팔아서 돈 벌긴 힘들 것 같은 느낌이 파편 튀듯이 파바박~ 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