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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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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엄마


BY 오드리햇반 2006-04-09

욕심이다.
점점 나이들어가면서 구차해지고 뻔뻔해지는..
엄마가 그런식으로 늙어간다는 사실이 맘에 안들지만
늙어가는 정상적인 과정이듯 그 정상적인 문제들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을때 나는 엄마에게 정이 떨어질뻔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영원히 늙지 않을것 같은 나는
대뜸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나한테 그러지 말고 엄마 큰 아들한테 그러라고...

좋지도 않은 소리를,아들 며느리 흉을 맘 편한 딸년에게 하는 엄마속이야
편할리 있겠냐만서도 딸인 나 역시 그렇게 늙어 가는 엄마가 싫은건

어쩔수가없다.
나도 며느리 노릇을 해야할, 내 수발이 필요한 남편의 어머니가 있다.
내가 아무리 내 부모에게 잘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건 언제나 마음하고는 거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제  엄마 스스로 단속을 해야할때가 아니던가.

작은아들과 함께 살던 엄마는 작은 아들만 최고였다.
작은 아들의 손녀딸들까지 최고가 되어 다른 손주들은 엄마 눈에 차지도 않았다.
간혹 그러는 엄마 흉을 언니랑도 떨어 보면서 서운함 마음을 서로가 위로해

준적도있었다.
뚝 떨어져 사는 큰아들이 어쩌다 한번씩 찾아오면 맹숭맹숭하다며 엄마는

거리감을 느낀다고했다.
오빠네 역시 그러는 엄마와 점점 거리감이 생기는것 같았다.
올케는 다정스레 전화 한 통화 하는법이 없었다.
손 아래 시누이만 둘인 언니와 나를 포함해서 일년에 전화 한번 할까 말까다.
아니 꼭 엄마 아버지 생신때 전화를 해서 묻는다.
생신 어떻게 하느냐고...
나는 그럴때 화가난다.
며느리가 며느리 노릇을 하면서 왜 시누이의 동행이  필수적이어야 하는지...
올케 친정 식구들은 아들딸 구별없이 가족 행사를 진행한다며 우리에게도
그 원칙을 내 세운다.
그렇게 언니와 나에게 동행을 요구하며 몇년을  지내보니
나도 시댁이 있는 사람으로서 부담스럽다.
서울에서 그 먼 전라도 까지 생신때 안가본적이 없고  시어머니 다음으로

높다하는 큰 동서님에게 전화로 일주일전부터 언제언제 가겠노라 보고한다.
언제나 하루나 이틀 전에 내려가 함께 장을 보고 생신을 치르고 돌아온다.
시누이와는 감히 대결할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시어머니  봉양은 며느리 몫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왕도가 어디있겠는가.

형편따라 사정따라 하는것이 가정 합리적이겠지만 나 역시 며느리 역활

하기 바쁘고 힘든데 올케가 일 때마다 나서서 함께 하자고 요구 할때는

곤혹스럽다 못해 황당하다.
누구든 친정에 가면 흐트러지고 싶고 시댁에서 쌓인 한을 한번쯤은 맘편히

친정 엄마한테 플어 보고 싶은 맘음일게다.
그 맛에 친정나들이가 즐거움이 아닌가.

무슨일이든 처음 기반 잡기가 어렵지만 차근차근 손에 잡히면 그것이

집안의 관습이 되어 가는 것이거늘 이십년이 다 되어가는 친정집 행사가

여전히 둘쭉날쭉 하니 내심 불안스럽고 또 장남인 오빠네한테 그 화살이

돌아가기 마련인것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오빠네는 오빠내대로 서로의 마음에 서운함 보다 더 큰

적대감을 키우며 살아가는게 아닐까 내심 걱정스럽다.

아들 딸 둘씩 둔 엄마는 어쩜 자식을 그렇게 잘 두었냐고  이웃들로부터 그런소리를 들어왔다.
그게 칭찬이었다면 뭐가 좋다는것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언니, 오빠, 나, 남동생,순의 바르고 정확한 구성은 내 생각엔 아마도 실패작인거 같다.
위로 아들 둘씩, 딸 둘씩 나눠 놓았으면  더 이상적인 구성이 아니었을까.
오빠와 남동생은 일단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데다 남동생이 막내라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편애를 하는게 눈에 띄니 자연히 자식간에도 그건 공평치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당연한 이치다.


물론 그것을 문제 삼아 다툰적은 없지만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기에  굳이

말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게 더 무서운 법이다.
그것이 좋은 일이라면 끈끈한 정이 쌓이겠지만 나쁜 감정이라면 아무리

가족이라도 멀어지게 되는 법이다.
게다가 오빠는 장남이니 장남노릇을 하려면 책임과 부담이 따르는데 거기에

대해선 엄마의 당연한 태도가 또 한몫을한다.
막내는 못해도 그저 이쁘기만한데 장남은 못하면 장남인데 못하니 흉잡히니
장남의 억울함을 부모가 헤아려 줘야함은 지극히 지혜로운 발상이다.
몇해전 작은아들의 실수로 사업이 실패하자 엄마는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자금을 대 주웠다.
엄마의 능력을 시험이라도 하듯  몇차례 작은 아들이 그런행동이 이어지자 큰

아들이 나섰다.
엄마는 큰아들을 나무랬다.
동생이 어려운데 도와주지는 못하고  형이 그러면 되느냐고....
그날 올케는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어머니한테 너무나 서운하다고 울며 돌아갔다.

나는 그때 엄마의 노후를 생각했다.
엄마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했다.
내 엄마니까....

 

중간에 끼인 딸의 신세.

나는 오빠네 입장이나 엄마입장 모두 봐야 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나..?
막내딸인 나, 엄마의 스페셜한 사랑을 받는것은 아니다.
막내딸인 나는 막내 축에도 못낀다.
내 밑에 남동생이 있기때문이다.
그러니까...
소실적 나는 언제나 중간이 끼인 공같은 존재였다.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깎이고, 낑기고, 악착같이 살아야겠다는 의지만 키워왔을뿐, 그러나 나는 지금 그다지 독하지도 모나지도 못하다.
그저 이것저것 이해하고 모질지 못한 심성이다보니  생기는것 없이 마음만

너그러워진다.

게다가 딸인 나는 써비스 품목이다.
이따금 찾아오는 행운같은,이벤트 내지는 기획상품말이다.
엄마는 나를 그정도로 생각하는게 아닐까.
내가 힘들다 궁색을 표하면 쟤네는 없이 살아도 굶어죽지는 않을거야.
막내가 힘들다 하면 입이 떨어지기  무섭게 얼른 쌀이라도 팔아 보내주는....
이런 계산을 하면 가끔 서운한 마음도 생긴다.
그러나....
그러나 어쩔 것인가.
딸과 엄마의 관계란 그러한것이라 또 이해가 되니 말이다.

 

그날,엄마 생일을 치르고 온 다음날도,..
엄마는 출근준비를 서두르는 내게 전화를 해서 오빠 흉을 보기 시작했다.
\"집에 가서 잘갔는지 못갔는지 전화도 한통 없드라.
 가기전에 내가 듣기 싫지 않게 말했는데도 어쩜 그렇게 말을 안듣니.
 내가 지들한테 못해준게 뭐가 있다고...\"

그러고는 예전에 오빠 첫사업때 돈 얼마 해준 얘기를 꺼낸다.
딸들 어려울때 못 해준 예기도한다.
막내아들 사고칠때마나 돈 해준 이야기는 뺀다.

그 사랑스럽던 막내아들이 외국생활을 해 보겠다며 떠난지 한달째다.
그러고 이제 멀리 떠난 작은 아들 대신해서 하나 남은 아들이 당연히
해야할 일을 들먹인다.

 

내가 화가 난건 엄마의 욕심때문이었다.
그만한면 된것을 ...
아들 며느리 딸들 와서 함께 아침 식사하고 즐거웠으면 되었지
떠난 후에 흉을 들쳐내 서운함을  비치는건 그건 엄마의 욕심같아서...

 

그러나 난 안다.
겨드랑이가 자꾸 근질거려 날개가 곧 날개가 생길 작은 새의 몸놀림처럼
엄마의 예감은 자꾸만 작은 아들에게 날아가고 싶은것을,,
그것을 막연히 기다려야 하는 두려움에 엄마는 자신의 안위가
심히 불안한 것이다.
뻔뻔해지는것과는  다른 불안함이겠지.
그런줄 알면서 나는 왜 그날 아침 엄마의 말을 다 받아 주지 않았을까.

 

나한테 그러지 말고 오빠한테 직접 그런소리 하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내게
엄마는 \"알았어!\" 하고 나보다 더 더 퉁명스럽게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 엄마....

 

자꾸 그날 일을 생각하니 내가 잘못한거 같기도 하고

우리 엄마가 정말 나쁜 엄마 같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