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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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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친구야~


BY 매실 2006-04-09

요즘 인기있는 프로그램 중에

유명연예인들이 나와서 초등동창을 찾는데

\"반갑다,친구야~\" 그러면

상대방이 동창이 맞을 때 \"반갑다,친구야~\"

화답하는 게 있다.

 

그 프로를 보면서 누구든 한번쯤은

그 시절 추억을 돌이켜보았을 것이다.

초등시절 동창을 만나면

나도 저렇게 기쁘고 좋을까?

난 별로 좋은 추억도 없고

초라한 시절이었던 것같은데...그랬다.

초등 뿐만 아니라 그 이후 상급학교에도 같이 다녀서

계속 연락이 닿던 한 친구에게서 

동창회에 오라는 소식을 받기 전까진...

 

첨에 시큰둥했던 내가

\"귀용이,복환이도 온대..\"(여자 이름임)

소박하고 고향냄새 나는 그 이름들을 듣자

내가 참 많은 것을 잊고 살았구나 깨닫게 되고

옛추억들이 조금씩 떠오르면서

갑자기 막 그립고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믿어지지 않는 세월, 30년이 흐른 지금 만나면

어떻게 변해있을까? 알아볼 수나 있을까?

그들은 날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설레서 사흘을 들떠 지냈다. 

 

드뎌 모이는 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친구도 있고

이제는 얼굴이 변해버려서

이름을 들어야 간신히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친구도 있다.

 

우리는 한 학년이 겨우 세 반 뿐인 

외곽의 자그마한 학교엘 다녔다. 

다른반이었다해도 모르는 친구가 있을 수 없는...

 

이제는 중년이 된 친구들 얼굴을 보노라니

개구졌던 아이,착하고 순수했던

어린아이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자꾸 웃음만 나왔다.

이상하게도 공부 잘 하고 세련됐던 친구들 보다는

말썽꾸러기였거나 순박하고 공부도 조금 못 했던 아이가 더

정이 가고 반갑고 신기했다.

여자애들을 자주 때리던 남자애가

의젓한(?) 중년 가장이 되어 있는게 참 신기하다.

짓궂은 내가

\"너 참 점잖아졌다.근데 너희 아들도 굉장히 개구쟁이지?\"

\"나 아들 없는데...딸만 셋이야\"

\"그래? 참 다행이다, 축하해~\"

\"축하?ㅎㅎ내가 착했던 것같은데 그렇게 개구졌어?ㅎㅎ\"

 

이웃에서 만나는 우리나이 또래들은 중년으로 보이는데

그 친구들은 이상하게 다 젊고 앳되어 보인다.^^

남자로 보이지도 않고...

\'어머~쟤네가 아저씨야?ㅋㅋㅋ\'

 

다행인 것은,내 얼굴이

지금도 고향을 지키고 계신 우리아버지를 빼다 박아선지

친구찾기에 나가도 나를 젤 먼저 찾을 수 있겠다고들 한다.

\"히야~너 얼굴이 그대로닷\"

\"어머 얘~내가 초등학생 때도 이렇게 얼굴이 삭았었단 말이니?\"

하하호호~~

할머니들끼리 만나도

\'어머~너 어쩜 그대로다.하나도 안변했어\' 그런다더니

우리가 딱 그 짝이다.ㅋㅋㅋ

직선적인 남자애들이 한 친구에게 

얼굴이 달라져서 못 알아보겠다고

얼마나 고쳤냐고 짓궂게 물으니 그 친구 왈,

\"겨우 눈쌍거풀 하나 했을 뿐인데...\"ㅋㅋㅋ

고친 데가 있으면 그게 문제구나...-.-;;

 

그 애가 어렸을때 덩치가 커서 그랬는지

남자애들을 자주 때려서

모임에 오면서도 맞을까봐 고민했다며

또 때리면 돌아가려고 했다는 남자애도 있다.ㅋㅋ

남자애들이 자꾸 별명으로 놀려서 그랬단다.

여자애가 괜히 남자애들을 괴롭혔을 리가 없다.

맞을 짓을 했네.^^

 

사실은 여자친구들이 좀 더 반갑다.

시골이라 집에서 공부할 여건이 제대로 안되니

동네끼리 조를 짜서 조별로 서로 도와가며

함께 공부하게 하고

그걸 제대로 해내지 않으면

단체로 벌을 주던 담임선생님 덕분에

우린 매일 돌아가면서 이 집 저 집에 모여

숙제도 하고 공부도 했었다.

공부는 아주 쬐끔 하고 밥 찾아먹고 놀거나

밤새도록 공부하자고 약속해놓고

피곤해서 일찍 곯아떨어졌던 기억이 난다.^^

 

덩치만 컸지 순하고 착했던 한 친구가 나를 가리키며

\"너는 꼼꼼하고 공부도 조곤조곤 참 잘 가르쳐줬어\"

\"어머,내가 그랬니? 나 착했지?\"

\"그러엄~착했지..근데 가끔 가다 한번씩

머리를 콱 쥐어박으면서 넌 이것도 못 하니? 그랬어\"

\"ㅎㅎㅎ 내가 그랬어? 어쩜 좋아?\"

맞어, 그 친구가 여러자리수로 나누는 나눗셈을

자꾸 까먹어서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에구 미안해라~

한 사람이라도 못 하면 다같이 혼나니

어쩔 수가 없었지.

\"나 공부 못 했는데...\"

\"아냐,너 공부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글씨도 잘 썼잖아\"

오모나...친구들 사이에서 그리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솔직히 공부는 다 거기서 거기 갈 만 했다.^^

우리 애들이 나 안닮아서 천만다행인걸~

그림은 잘 그렸고 글씨도 맨날 선생님 대신 쓰기도 했었다.

이제 생각하니 좋은 기억도 많네.

 

솔직한 그 친구는

\"우리애들이 나 닮아서 공부 못 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곧잘 해서 올해 대학갔어\" 한다.

진심으로  축하를 해줬다.

\"우리 시절에야 시골서 먹고 살기 힘들어 

뒷바라지나 제대로 받았니?

우리도 요즘 애들처럼 자랐으면 잘 했을거야\"

다들 이구동성으로 맞어 맞어~한다.

 

나도 애들을 일찍 낳아 키운 편인 것같은데

대학생을 둔 친구들도 많다.

시집을 이십대 초반에 갔다네.

일찍 간 애들은 또 대부분 \'돌아온 싱글\'이다.

나더러 \"넌 아직도 그 신랑이랑 계속 사니?\" 한다.

\"아니,계속 살아야지,그럼 버리니?\"

\"난 시원찮아서 내다버렸어 ㅎㅎ\"

\"일찍 갔다 일찍 왔구나...\" -_-;

까르륵~~노여워하지도 않는다.

\"너 지금도 웃기다 ㅎㅎ\"

\"지금도? 내가 옛날에 웃겼어?\"

\"응,니가 어릴 때 말없고 얌전하면서도 가끔씩 참 웃겼어\"

 

어머,내가 그랬나? 난 옛날엔 조신했고

최근 망가졌다고 생각했는데...ㅋ

새로운 나자신의 발견이다.^^

 

감기기운이 넘 지독하지만 않으면

더 오래도록 이야기 하고 싶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먼저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았으니

이제 앞으로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늙어가면서 친하게들 지내야지.

나이들면 남는건 친구들 뿐이라는데...

헤어지기 전에 한 번 안아보자고 돌아가면서 껴안았는데

날씬한 친구도 있지만 푸짐한 친구는 허리가 한아름~이다.

아줌마는 아줌마다.ㅎ

 

반갑다,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