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거실에 걸린 국전화가 청원선생의 매화사랑도 참나무 장작을 땐 사월의 황토방은 참나무 숯 냄새로 가득했다. 며칠동안 지독한 봄감기로 시달리는 나를 데리고 남편은 도화황토방 무릉원 형님댁으로 갔다. 3월초부터 단 하루의 휴식도 없던 내게 정말 봄 향기처럼 달콤 쌉사롬한 휴식을 선물했다. 형님 내외는 뜻밖에 찾아온 우리에게 넉넉한 막걸리 주전자를 내오셨다. 샐러드와 고등어조림의 저녁식탁을 차려주셨고 아름다운 음악감상을 하며 산속의 밤을 밝혔다. \"황토방에 불 넣어놓았네...편안히 쉬게\" 황토방은 참 편안했다. 따끈한 아랫목에 광목이불 둥근 소반위에 놓인 책한권 그리고 작은 창하나 깨끗한 화장실 참숯나무 냄새가 가득한 방은 약간의 외풍으로 얼굴은 시원하고 등은 따뜻했다. 동창을 두드리는 봄 아침의 환한 햇살이, 홰를 치는 닭울음이 잠을 깨웠다. 씀바귀 무침과 콩나물 김치국 아무렇게나 놓아먹인 암탉이 낳았다는 유정란 찜이 아침을 즐겁게 해주었다. 아침을 먹은 후 집 둘레에 핀 노란 수선화 그리고 토실하게 새촉으로 우주를 들어올리는 함박꽃 옥잠화 또는 매발톱 내가 알지못하는 새싹들이 봄잔치를 여는 집둘레를 돌아보며 봄 나절을 즐기고 해물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작은 아들이 간단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찔한 현기증 부리나케 병원으로 와 수속하고 아이 수술 시켜서 형을 보호자로 두고 지금 막 집으로 돌아왔다. 명치가 아프다. 저녁을 먹지 않았는데 소화기관이 잘못된것 같다. 겨우 감기를 다스려 놓았는데 신경줄을 타고 내린 줄 하나가 반란을 일으켰다. 작은 아이는 한달전 아마추어 야구단에서 활동하다가 발가락 하나가 뼈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었었다. 그때도 얼마나 놀랐는지... 이제겨우 발가락 나아서 다니는데. 또 불편하겠다. 간호대학을 다닌다고 엊그제 감기로 시달리는 엄마에게 링거를 놓아주며 간호하더니..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학용어 시험을 하나 틀렸다고 좋아하더니.. 어린시절 여덟번의 수술로 엄마 눈물을 무던히도 흘리게 하더니 아무리 걱정안해도 될 수술 이지만 엄마는 그저 짠 하기만 하다. \"이번 경험으로 아픈 환자들 더 잘 이해하는 간호사가 되겠네.\" 라고 위로하고 돌아왔지만 \"엄마 얼른 집에가셔요\" 라고 씩 웃던 아들이 아릿하게 아프다. 그 힘든 꽃샘추위를 견뎌내고 온세상이 봄꽃 천지다. 우리 아들도 이 아픔 이겨내면 멋진 남자간호사가 되겠지...... 라고 스스로 위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