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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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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앓이


BY 비단모래 2006-04-05

 

                              우리집 거실에 걸린 국전화가 청원선생의 매화사랑도

참나무 장작을 땐 사월의 황토방은

참나무 숯 냄새로 가득했다.

며칠동안 지독한 봄감기로 시달리는 나를 데리고

남편은 도화황토방 무릉원 형님댁으로 갔다.

 

3월초부터 단 하루의 휴식도 없던 내게 정말 봄 향기처럼 달콤 쌉사롬한

휴식을 선물했다.

형님 내외는 뜻밖에 찾아온 우리에게 넉넉한 막걸리 주전자를 내오셨다.

샐러드와 고등어조림의 저녁식탁을 차려주셨고

아름다운 음악감상을 하며 산속의 밤을 밝혔다.

 

\"황토방에 불 넣어놓았네...편안히 쉬게\"

 

황토방은 참 편안했다.

따끈한 아랫목에 광목이불

둥근 소반위에 놓인 책한권

그리고 작은 창하나 깨끗한 화장실

 

참숯나무 냄새가 가득한 방은 약간의 외풍으로 얼굴은 시원하고

등은 따뜻했다.

 

동창을 두드리는 봄 아침의 환한 햇살이,

홰를 치는 닭울음이 잠을 깨웠다.

씀바귀 무침과 콩나물 김치국  아무렇게나 놓아먹인 암탉이 낳았다는 유정란 찜이 

아침을 즐겁게 해주었다.

 

아침을 먹은 후 집 둘레에 핀 노란 수선화

그리고 토실하게 새촉으로 우주를 들어올리는

함박꽃 옥잠화

또는 매발톱 내가 알지못하는  새싹들이 봄잔치를 여는 집둘레를

돌아보며 봄 나절을 즐기고 해물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작은 아들이 간단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찔한 현기증

부리나케 병원으로 와 수속하고 아이 수술 시켜서 형을 보호자로 두고

지금 막 집으로 돌아왔다.

명치가 아프다.

저녁을 먹지 않았는데 소화기관이 잘못된것 같다.

겨우 감기를 다스려 놓았는데 신경줄을 타고 내린 줄 하나가 반란을 일으켰다.

 

작은 아이는 한달전 아마추어 야구단에서 활동하다가

발가락 하나가 뼈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었었다.

그때도 얼마나 놀랐는지...

이제겨우 발가락 나아서 다니는데.

또 불편하겠다.

 

간호대학을 다닌다고 엊그제 감기로 시달리는 엄마에게 링거를

놓아주며 간호하더니..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학용어 시험을 하나 틀렸다고 좋아하더니..

 

어린시절 여덟번의 수술로 엄마 눈물을 무던히도 흘리게 하더니

아무리 걱정안해도 될 수술 이지만 엄마는 그저 짠 하기만 하다.

 

\"이번 경험으로 아픈 환자들 더 잘 이해하는 간호사가 되겠네.\"

라고 위로하고 돌아왔지만

\"엄마 얼른 집에가셔요\" 라고 씩 웃던 아들이 아릿하게 아프다.

 

그 힘든 꽃샘추위를 견뎌내고 온세상이 봄꽃 천지다.

우리 아들도 이 아픔 이겨내면 멋진 남자간호사가 되겠지......

라고 스스로 위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