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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21

외출.


BY 올리비아 2006-04-04

 

 

\"날씨도 좋은데 집에서 뭐해~ 여기 63빌딩인데 놀러 안올래~\"

 

그녀는 남편 친구의 아내로
나와 신혼때부터 흉허물없이 지내는 친구같은 사이다.

 

\"63빌딩?.. 거기서 뭐하는데?\"
\"웅 여기서 한 3일 매장에 있을거거든~ 구경하러 와~ \"

 

\"매장? 아~ 자기 알바하는구나?\"
\"응 심심하니깐 놀러와라~\"

 

\"음..그럴까..\"
\"그래 같이 차 한잔 하자~\"

 

\"그럼 전철타고 어디서 내리면 돼?\"
\"여의나루 3번 출구로 나오면 63빌딩이 보일거야\"

 

그렇잖아도 다음 달 모임에 대한 중요한 얘기도 할겸
서둘러 외출 준비를 마치고 전철을 탔다.

 

친구가 말한 여의나루에서 내려
머리 내밀고 두더지처럼 3번출구로 쏙~ 나오니
가까히 있을줄 알았던 63빌딩이 저 멀리 보인다.

 

\'..좀만 걸으면 된다더니...궁시렁 궁시렁..\'
..그래 운동하는 셈 치고 걷자구..

 

사람도 없는 인도로 혼자 씩씩하게 걷는데
옆 차도에 밀려 한줄로 쭉 서있는 차들이 모두
나만 바라보는것 같아 얼굴 팔려 혼났다..--;;

 

그나마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20여분 걸어 63빌딩에 도착하니
추웠던 몸이 열이 살짝 오른다.

 

친구가 있다는 홀을 두리번 거리며 찾아 가는데
복도 입구에서 왠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나를보자 반가히 안내를 한다.

 

거부감도 잠시 그녀를 따라 갤럭시 홀앞에 도착해서 보니
안내표지판에 까***정 VIP고객 초청이라는 문구가 써있었다.

 

그곳은 바로 고급 의류옷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옷판매하는 알바를 하는가 보군...
그나저나 이를 어쩌나..난 VIP가 아닌데..

 

차라도 한 잔 마시자길래 난또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을 하고 있을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친구는 손님들에게
옷을 판매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가가 눈인사 먼저 나누고 친구가 일 할수 있도록
혼자 매장안의 옷들을 천천히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중년부인들이 입을만한 정장과 코트등의 고급의류.

평소에 이런 옷들은 아예 눈길도 안주는데
이곳에선 선택의 여지도 없이 옷구경을 하여야만 했다.

 

팔짱을 끼고 원피스 투피스
관심없이 45도 각도로 슬쩍슬쩍 흘겨 보다가
괜찮아 보이는 코트가 눈에 보여 가격표를 바라보니..

숫자가 제법 길다.

 

일.십.백.천.만.십만.백만....헉!
세일가가 120만원이면 정상가가 얼마라는거야?

 

무슨 금실로 꿰메었나..뭐가 그리 비싼거야..

혹시 이 친구 바쁜 가정주부인 나보고
이곳에 옷 사라고 오라고 한거 아냐?

걸어다니는 벤쳐기업.. 살짝 기분 나쁠뻔 했다~ㅡㅡ;

 

매장 입구로 나와 그곳에서 준비한 커피를 혼자 마셨다.

 

그리곤 그 친구가 한가해질 때까지 기다리며
주변의 다른 홀들을 구경하는데 바로 옆 홀에서
그날 저녁 서동요의 종방연 파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난 왜 이런게 더 재밌나 몰라..

이참에 드라마 주인공처럼 63빌딩 전망대라도 올라가볼까?
누가 알아.. 이준기라도 만날지..ㅋ

 

잠시 다른 홀을 두리번 거리며 구경하다가
지루해진 난 친구가 있는 홀로 다시 갔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분도 점점 나빠졌다.
안되겠다.

 

\"자기 바쁜거 같은데 다음에 보자~\"

친구가 깜짝 놀란다.

\"아냐 잠깐만 기다려~이 손님 계산만 마치고.. \"

 

미안해 하며 서두르는 그녀를 위해 좀더 기다렸다.

한참만에 손님과의 계산을 마친 친구와 둘이
커피 한잔을 더 마시며 휴게실처럼 꾸며놓은 자리에 앉았다.

 

\"재주도 좋아~ 언제부터 이런 일을 시작한거야\"
\"웅~한달쯤 됐는데 수입도 괜찮고 일단 집밖에 나오니깐
심심하지 않고 좋아~\"

\"그렇게 좋은 일은 같이 나누자구~ㅎㅎ\"

 

커피를 마시던 친구가 내게 명함 한장을 건네준다.
실장이라는 직함에 낯선 이름 석자가 보인다.

 

\"김.. 지..은? 이 이름..자기 이름 맞어?\"
\"아니 내이름은 춘자지~ㅎㅎ\"

 

갑자가 삼순이 생각이 나서 웃었다.
그 친구가 묻는다.

 

\"참 옷은 구경했어? 어때? 마음에 드는 옷이 없나보지?\"
\"마음에 드는 옷이 없는게 아니라 비싸서 못사는거지!\"

 

\"내가 혜린아빠한테 전화해서 한벌 사주라고 해야겠네~\"

 

(사오면 나한테 죽..지..ㅡ,-*)

 

짧은 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다음 모임건에 대한 상의를 마치고 서둘러 일어섰다.

 

\"그만 가봐야겠다.. 자기도 얼른 일해야지..\"
\"아냐 괜찮아 지금은 한가해~\"

 

내가 불편했다.

 

\"그래도 매장에 있어야지..그나저나 미안하네~ 옷도 못사서..\"
\"아냐 무슨 소릴..\"

 

친구와 헤어지고 63빌딩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상쾌했다.
엠피쓰리에 소리를 키우고 전철역으로 걸었다.
 
\'안와도 될뻔한 곳을 온 것 같아..
내가 이런 옷을 사입을 형편으로 봐준 그 친구를
고마워 해야할지.. 서운해야 할지...\'

 

전철역에 내려 집앞 마트로 두더지마냥 쏙~ 들어갔다.

 

마트안에는 올망졸망 제철 만난 과일들이
좀전에 63빌딩에서 본 그 어느 고급옷보다
더 화려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난 마치 그곳이 제집인양 편안한 마음으로
딸기도 사고 바나나도 사고 토마토도 샀다.

 

청양고추도 사고 양파도 사고 감자도 샀다.
신라면도 사고 짜파게티도 사고 돈까스도 샀다.

 

3만원의 돈으로 장바구니가 한가득이다.

집으로 들어오니 아이들이 빨간 딸기를 보고 좋아한다.

 

\"와! 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