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인것같다.
어머님과 주문 들어온 고추꼭지를 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어머님이 내게 물으신다.
**야야! 니는 다시 태어나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으냐?** 하고...
어머님의 물음에 나는 잠시 고민에 빠진다.
뭘로 태어나지?
나무...아니다. 나무는 되고싶은데 사람들이 내 몸을 베어 가서 아궁이에 넣을테니 불이
무서워서 안되겠고..
새...이것도 아니다. 큰 새라면 모를까.. 작은 새라면 잡혀 먹을것이 무서워 안되겠고..
그러면....음...그러면하면서 내가 다시 되고싶은 근사한 그 무엇을 찾고있는데 내가 되고 싶
은것만 생각하느라 어머님 물음에 답이 늦어지는것을 몰랐다.
내 생각의 끈을 놓아버린 어머님의 답에 나는 흥분하였다.
**내는 다시 태어난다면 이쁜 여자로 태어나 좋은 신랑 만나 사랑 많이 받고 싶데이**라고..
어머님도 아버님께 평생 남편의 든든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항상 남편을 이끌고 여기까지 오
신걸 나는 지금까지 어머님의 넋두리에서 들어서 알고있다.
그렇기에 어머님은 남자로 태어나 세상을 한 번 휘둘러 보아야하지 않겠느냐고 나는 흥분하
여 어머님 말씀에 반기를 들었다.
**아! 이제야 저도 뭘로 태어날지 정해졌어요. 어머니 저도 남자로 태어나고 싶어요**
아버님의 그 가부장적인 절대적인 남자 우위의 법칙
남편의 (진보하였다고하여도 대한민국의 남자이리라)그 남성 우월주위의 자만감을 알기에
그냥 그때는 나도 남자로 태어나 남편은 여자가되어 나와 바꿔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이 그때는 문득 들었던것같다.
그런데..
어머님은 다시 여자로 태어나고 싶으시단다.
얼마나 많은 세월 여자로 태어나 한숨과 슬픔으로 살아온 세월인데..
또 여자로 태어나고 싶으신걸까?
라는 물음 뒤에 어머님의 슬쓸한 생이 엿보인다.
항상 막내노릇만하면서 든든한 남편이되어주지도 못하시면서 남자라는 그 위엄만으로 어머
님의 생을 힘들게하였던 아버님..
그러면서 힘든것은 어머님앞으로 밀어놓으시는 아버님의 그 막내 기질때문에 평생을 눈물로
살아오셨다는 어머님의 그 한 맺힌 생을 나는 알고있기에 처음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그것도 예쁜여자로 태어나 사랑받고 살고 싶으시다고..
얼마나 남자처럼 억척스럽게 살아오셨다면 저렇게 말씀하실까 싶어 나는 더 이상 흥분하지
않고 어머님 소원대로 그렇게 되시라고 기원드리고 싶었다.
**어머님 될 수 만있다면 예쁜 여자로 태어나 정말 여자로서 사랑받고 살으시라고..**
그렇지만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