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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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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습관


BY 은하수 2006-04-02

봄비는 내리고

활짝 만개한 산수유가 봄을 환영한다.

 

오늘 같은 날

수제비와 파전과 보리비빔밥은 역시 제격이었다.

 

티비를 틀어 보니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에는

모래땅과 공 하나만 있으면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축구가

아프리카사람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데, 잘만 하면

유럽으로 뽑혀가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탈출구 역활까지도 하게 되니

삶의 희망인 종교 내지는 투자산업으로

축구가 떠올랐다 한다. 한편으론

떼로 흑인들이 유럽으로 몰려가니

불공평한 계약으로 신흥노예선이 돌아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다.

반군들의 잔인한 악행으로

아무 이유도 없이 팔이나 다리를 잃은

청년들이 만든 외다리 축구단...

거기에 분배되는 약간의 돈이 생계수단인 고로

정말 사력을 다해 뛰며 공을 골대로 몰아 가는

골을 넣고 환호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콧등이 시큰해져옴을 느꼈다...

한쪽다리와 목발에 의지해 축구를 하는 그들을 보며

다치는 것 보다도 목발이 부러질까봐 두려워하는 그들을 보며

왠만한 건 불평하지 말자고 느낀다...

 

 

1월 중순에 미국 동생에게 간 엄마는

4월이 다 되도록 아직 거기 계신다.

뒤늦게 직업학교에 들어간 동생의 뒷바라지가 급해서이다.

지난번 이사때 우리집에 왔다가

3일도 못되어서 집에 가야겠다시던 일이 생각난다.

너희 일보다는 아버지가 우선이라던...

나의 간곡한 만류로 겨우 1주일을 채우고 가셨던...

좋은 일로 오셨건만 나에게 또하나 섭섭함을 남겨주고 가셨다.

40이 다된 지금까지 엄마의 매몰참에 난 놀랄 때가 있다.

의식적인건지 아님 무의식적인건지 모르겠다.

그것은 항상 새롭다.

 

동생은 나보다 지금 어렵다.

나보다 아프다.

하지만 그것으로 다 잊고 양보해 버리기에는 너무 오래된 습관들이다.

열손가락 깨물어

더 아픈 손가락이 있나 보다.

내가 좀더 나으니까 하고 이해하기에는

나도 그저 아픈 손가락에 지나지 않고 싶을 때가 있다.

이것도 질투라고 해야 되나.

언제쯤 포기가 되려나.

나도 참 질긴 구석이 있다.

 

미국에 말뚝 박으세요... 내가 말한다.

방뚝에 넘는 물 막고 있단다. 아버지도 그게 안심된대... 엄마가 말한다.

애들 아빠랑 다시 잘 되면 좋겠어... 내가 말한다.

그래도 언니라고... 엄마가 내 말의 저의를 곱씹는 것이 느껴진다.

엄마는 나의 잘못을 지적하는데는 총알이다.

하지만 내가 듣기 좋은 말을 했을 때는 잠시 판단을 보류하고

그 말뜻이 쓴지 단지를 곱씹는다.

전화선 넘어 엄마의 고민하는 표정을 상상한다.

이것이 왠일로... 하는.

앞으로는 듣기 좋은 말만 하리라... 

 

 

참 무서운건 부모님이 옛날에 할아버지,할머니께 섭섭해하던 일들을

그대로 우리에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골고루 내리쬐는 환한 봄햇살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