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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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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경험


BY 곤이네 2006-03-29

오늘 꽤 춥군...
정말 겨울이 왔구나...오히려 지금은 바람이 좀 자고 있다...
마지막 은행잎이 사방에 추락하여 딱딱한 아스팔트는 낭만 내리는 쿠션 좋은 길이다.

근 이십년 전의 황당한 생각이 바람 이래 씽씽 부는날 낭만하곤 거리가 없는데...
왜 별안간 생각날까.

아마도 그때 친정 가는 길 이었지...
여섯 일곱 먹은 두 오누이와 아이 아버지랑 바리바리 싸들고 버스 터미널에서다.
갓삼십 정도의 나이니 당시엔 나도 제법 멋깨나 부렸지.

롱스커트에 힐 있는 앵클 부츠 바르듯이 신고 뭣같아 보일려고 난 짐도 들기 싫어서
남편에게 보따리? 어린 졸개들 다 선물? 하고 떡 하니 에스컬레이트에 한발을 내 디뎠다....

아차 순간 찌뿌텅~ 이런 이런..... 멋지게 성장한 잔골 후레아 롱치마가 그넘의
자동 계단에 휘말렸던 것이다.
엎어지지 않을려고 두손 힘껏 난간을 붙들고 거의 아사 상태에서 위에 닿았을때

어떻게 됐는냐..... 다시는 이런일 없을끼다....
아니 무슨 니트 치마가 올 풀리는것두 아니고 어찌 골덴 원단이 ....

졸졸 돌아가며 찢어져서 땅위에 도착하니 웬 무릅정도 미니 스커트가??..
아이구 얘들이 울고 불고 신랑이 상판이 파래가지고 쫓아오고....
일단 여편네는 말짱 하다는거 확인 하더니 이 남자.... 퍼부어 대더라...^^

고마 바지 입고 가자쿤게 뽄낸다꼬 긴치마 치렁치렁 입을때 알아봤다는둥,,
고마 좋은 다리에 계단으로 갈낀데 방정시리 그걸 탈때 알아 봤다는둥.

그 기억.... 그래도 그땐 젊음으로 뻔뻔해 질수 있었다.
해서리.... 에스컬레이트는 당근 안타는걸 철칙으로 하고 살았지..
아니 노이로제가 있어서 도저히 못탄거야.

그런데 요 근간에 일년에 대여섯번씩 서울을 가다보니
양손에 짐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게 다리도 아프려거니와 남의눈이 시원찮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 하는것이다.

슬슬... 그넘의 것이 넘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눈치가 명치라 ..울신랑은 서울 갈때마다 \" 뱅기에서 내리몬 절대로 그거 타지 마라이..\"
내 마음을 긁어 버리고 재차 일러주더만.

내가 맨날 이리 촌시럽게 살수 있나.. 그땐 그때고 지금은 탈수있을거야.
계단 앞에 서서 두 다리 벌벌 떨면서 한발 들고 착지를 하느냐 마느냐.
가슴이 팔딱팔딱 진정을 못하는데...

아이 아줌마 뭐해요 .. 하는 바람에 떠밀려서 우찌우찌 올라 탔는데.
고마....ㅜㅜ ...중심을 못잡고 앞의 할머니를 껴안고
아악~~ 소리지른 할무이 그앞 아가씨 밀고..

꼭대기 당도하니 두 여인 .
무섭게 쏘아보며... \" 아줌마 서툴면 남에게 피해주지 않게 했음 좋잖아? \" ..
이왕에 들은말 날씬하게 성공하고 말거야.

그다음번 시도땐 주산을 좀 놓아보고 거리를 재보고...ㅋ
역시 덜덜거리며 절대로 여자 뒤에 서지 않을거라 계산하며 이제나 저제나.
첫발을 절묘하게 딛느냐 하다가 ....

이거뭐 ..나혼자 노는 놀이터도 아니고 뒤에서 썽내몬 화들작 놀래라 싶어
밀려 발대죽 내딛는 순간 또 실패다.
구두가 끄트머리에 뿌디디~~..... 기우뚱 앞에선 남자를 으스라지게 껴안았다...ㅎ

오십줄은 되어 보이는 이남자 ....
괜찮으세요?.... 아주 친절하게 감싸 안아주네?.ㅋ
근데 뒤에도 아저씨네?.. 이 남자도 마치 물건 떨어지는거 줏어올리듯이 뒤에서도 껴안넹?ㅎ

어멈머~~....웬일이래..ㅋ... 내가 샌드위치로 복 받았네...^^
서방품도 아들넘 품도 아닌것이 알싸한게 얄궂다야~~..ㅋㅋ
처녀적에 깃발 한번 날려보고 다늙어서 얼토당토 않게 굿 이여~

본의 아니게 외간 남자품에 다 안겨보고. 것도 별로 나쁘진 않네..
얼레 이 남잔 땅바닥 착지 하니 찡긋 윙크 까정 다하네.ㅋ
옴머나 촌아낙 부끄럽사옵니다.

울신랑 한테 자동 계단 안타고 수동계단 걷다가 엎어졌는데 어떤 남자 품에 엎어졌다고
해야것다..ㅎ그라고 이젠 엘레베이터 끄떡 없다고 극복 했다고 말 해야것다.


아이구 춥어라 오늘 괘 춥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