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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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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시지


BY 모퉁이 2006-03-29

[잘 지내죠?보곱다.]

하트 무늬  두 개가 추가된 문자 메시지가 떴다.

발신인 번호는 내 기억에 저장되지 않은 낯선 번호.

하트 무늬가 절절한 사이에게 보낸 문자같은

간단한 두 마디에 이유없이 내 가슴이 짜르르 하였다.

 

누군데 예사롭지 않은 메세지를 잘 못 띄웠을까.

정작 받아야 될 사람은 받지 못하고

엉뚱맞은 사람에게 날아갔으니 보낸이도 받는이도

오늘 부는 바람만큼이나 심란하겠구만.

 

모르는 번호로 뜨는 문자는 모른척 하고 넘어가는데

사뭇 궁금증이 발동하여

[누구세요? 잘 못 보낸 글 같으니 확인해 보세요.]

하고 친절한 답변을 보냈다.

다시 띠리링 울린다.

간단 명료한 두 글자 [서실]

 

서예교실에 오시는 분이란 말인데 도대체 누구신고?

잠깐이나마 짜리리했던 감정은 실망(?)으로 무너지고

서실에 누군지를 머리 굴려 보았다.

전화기에 입력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

오래전에 다녔던 사람이거나 아주 근래에 오신 분 같은데

그 사이에 뭔 정이 들어서 보고싶다는 야릇한 멘트로

내 속을 요상시럽게 만들었을까나..

 

전화기에 찍힌 번호를 찾아 보려고

서실에 총무님이 또박또박 새겨 코팅지에 끼워 준

전화번호첩을 꺼냈다.

아무리 찾아도 그 번호가 없다.

이상하다,누구실까.

이렇게 궁금하면 대부분 전화를 해볼텐데

잠깐 그 생각은 잊고 전화번호 주인을 찾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앞으로 봐도 없고 뒤집어 봐도 없고 정말 없다.

\'에이구 모르겠다.\'하는 순간 내 입에서 실소가, 푸하하하...

내가 들고 있는 전화번호첩은 서실 것이 아니고

다른 모임의 전화번호였었다.

\'아이구..두야(머리야)\'

 

\'여보세요~\'하고 전화를 걸었다.

지난 주와 이번 주 두 번을 빠진 서실에 언니였다.

그런데 가만..이상하다.

분명히 이 언니 전화번호를 입력해 놨는데 이상하네.

이상하다고 갸웃대는 것 보다 그 언니를 몰라 봐준게 더 미안하다.

 

\"언니 전화번호 바뀌었어요?\"

\"아니~! 몰랐구나.\"

\"아니요.분명히 입력했었는데..같이 했었잖아요.\"

\"그렇지..\"
\"이상하네..몰라봐서 미안해유.\"

 

전화를 끊고 확인 결과,

걸려온 전화는 010-****-@@@@

입력된 전화는 011-****-@@@@

이러니 이럴 수 밖에..

전화번호를 수정해서 단단히 입력을 시켜놓긴 했는데...

 

가끔 발신자 이름없이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올때가 있다.

전화야 [잘 못 걸었습니다]하고 내려 놓으면 되지만

문자는[잘 못 보냈습니다] 하고 답을 보내기도 그렇고 해서

묵묵부답으로 그냥 넘어간다.

그쪽도 잘 못 보냈음을 인정하는지 다른 회신이 없을 때가 많다.

 

나도 간혹 문자를 보낼 때 내 이름을 밝히지 않을 때가 있다.

으례히 나를 알아보리라 생각하고 보내긴 하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혹시 그쪽에서 내 번호를 잊었거나 입력에서 지워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면 상대가 나를 모를 수도 있겠다 싶다.

 

몇 해 전부터 뜬금없이 정중한 안부 문자를 보내 오는 이가 있다.

마지막에 0 0 0  이라고 이름 석 자를 꼭 넣어 보내긴 하는데

번호도 이름도 나는 모르쇠이다.

하여 궁금증이 남아 있는데 한번도 확인 전화를 해보지 않았다.

공연한 문자 요금만 낭비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정작 받아야 될 사람에게 건너가지 못하고

물 먹히고 있는게 아닌가도 싶다가도

답장 한번 없는 사람에게 매번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개인에게 보내는 문자이기 보다 전체에게 보내는

영업성 메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

 

먼지 바람 불어 싫은 날,문자 한 통으로

잠깐 행복했다가,살짝 실망했다가,한참 멍청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