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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시간 점심을 준비해야 함에도 나물을 삶으려 가스 불에 물을 올려 놓고 물이 끓는 잠깐의 여유로움을 찾으니. 나의 마음을 뒷문 밖에서 불러 낸다
신문지에 불을 붙여 뒷뜰로 나갔다 내가 일하는 뒷뜰엔 서너평의 흙이 있다 그곳엔 은행나무.. 한그루 .단풍나무 한그루 목련나무 한그루가 있다 가을 내내 낙엽을 쓸어 내려 낙엽동산을 이루었다 봄이 오는데 그 낙엽을 어떻게 치울까 생각하다 낙엽을 불로 태우고 싶은 충동이 내 가슴에 발동을 했다
신문지에 타오른 불을 낙엽위에 대어보니 신이 나서 활활 타 오른다 이른 아침 빌딩 숲사이로 뽀얀 연기 보구 소방차 달려오면 어떡하지? 마음 졸이며 빗자루 들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요땅. 물한바가지 준비하구.. 낙엽을 태우니 시골초가집 굴뚝에서 타 오르는 연기 같아 얼마나 행복해져 오는지..... 남편과 언짢은 마음 낙엽을 태우며 그 불속에 던져 보았다. 미움과 섭섭함. 다 태워 버렸다... 아이처럼.. 또 불장난을 한다는 아줌마들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나는 행복했다..
반쯤 태우고 또 내일 태워야지 오늘 행복 조금 느끼구 내일 행복 조금 남겨 두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딩구는 은행잎들이 웃는다 난 언제 행복의 잔치에 초대하실려구요.. 그 바람에 나도 웃으며 부엌으로 일하러 들어왔다.. 웃으며 반찬을 만들어야지...낙엽을 태우며 웃던 내 마음을 갖고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