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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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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친구와의 만남 (1)


BY 루나 2006-03-11

코너집의 커다란 도토리 나무에 웅크리고 있던 가을 바람이

삼일절을 맞으면서 솔솔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여름은 꼬리를 길게 늘여 트리면서 한껏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살살부는 바람안의 뜨거운 폭양,

에어콘에다 천장위의 선풍기까지 휭휭돌아가고 있는 교실,

잦은 기침소리 재치기, 벗어면 서늘하고 걸치면 덥고.

일터는 살벌한 공간으로 변하기도 한다.

 

한계절과 또 다른 계절의 나눔이 나름대로 진한 진통을 겪고 있는것

일게다.

지난 달 중순, 29년하고도 2주가 넘을 즈음에 처음으로

친구가 서울에서 왔다.

고향이라는 말이 달리 고향인가.

자다 눈뜨면 이곳이 어디지? 한참을 너무나 먼곳임에 서운함에

잠기기도 하던  떠나온 처음도, 중간도, 지금에는 잊어버린양

살아 가는듯 하여도 교회에 새로 온분들을 소개할때면

이리도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아니오는가?

내가 아는 사람이 와서 반갑게 만날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 친구가 11년쯤 전에 이곳에 왔을때는 동창의 부인으로 만났다. .

장성하는 자녀들의 진로등으로 몇차례의 전화만남은 더 일찍

시작되었지만

한 여름, 시어머님을 모시고 단체관광으로 오는

기회가 있어 연락이 왔다. .

골드코스트 바닷가로 다녀오면서 썬크림도 바르지 않아 빨간

딸기코가 된 짧은 카트머리로 남자인지 여자인지.분간키

어려웠던 처음의 만남은 그랬다. 

 

그 이후로 때로는 사흘이 멀다않고 편지를 주고 받기도 하고.

소식이 뜸할때도 있기도 하고. 그럴때면 슬쩍 전화로 안부확인

하기도 하면서.   함께 보낸 세월이 얼마인지.

지난 7월 한국여성 프로골프코치로 입문하여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졌던

그가 이번에는 친정부모님과 함께 시드니관광을 온다고 하였다.

 

어느날 메일에 이제는 내 친구하자” “남편을 통하여 알게되었지만

우리가 더 친하게 잘 지냈잖니여태껏 잘 지냈으면서 이건 왠소리?

그러나 마음은 더한 기쁨과 흥분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내 친구””그래 내 친구지”.

이렇듯 오래 살으니 내 친구가 오기도 하는구나”.

 

저녁에 호텔로 갔다. 저녁식사후 부모님과 돌아오는 친구를 벤치에 앉아

멀뚱히 쳐다보면서 남편이 먼저 인사를 할때까지도 알아 보지도 못한

바보같은 나를 그래도 친구라고 연락하여 주었구나.

 

오랫동안 떠나왔다는 이유로 가슴 한구석에 감추어진 빈 공간,   

나의 마음을 이제라도 풀어주기 위하기라도

하듯이 시드니에서의 만남을 주었구나.

 

고마운 친구. 사랑하는 내 친구. 자랑스런 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