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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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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 주인(친구 2)


BY 김현수 2006-03-11

시골에는 아직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고있는  친구들이 많이있다.

그중에 정육점을 하는 친구는, 터줏대감 역활을 하기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나또한 시골에 가기만 하면, 그 친구의 가게를 빼놓지 않고 들른다.

 

오랫만에 고향에 갔다.

옛날에는 조그만 시골에서 사는게 지겨워서,

여기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의심스럽기 까지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일까.

너무도 아름답고, 그립고, 푸근하게 다가왔다.

 

서해안이기 때문에,

푸른바다는 아니지만 바닷길을 따라 해안도로가 놓이고,

산이 있고, 한가로운 사람들의 움직임,,,,,,,

낯이 익어서일까 정감어린 풍경에 난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다.

아! 내고향이 이렇게 아름다운이 곳이었구나!

 

해안도로에 매료되어서 운전이 제대로 안될 지경이었다.

감탄에 또 감탄.

 

친구의 가게를 들렀다.

하도 많은 친구들이 오기때문에,

친구의 아내는, 여자동창도 남자동창으로 느낄만큼 성별에 얽메이지 않는다.

우리 또한 친구의 아내를, 우리의 동창쯤으로 생각될만큼 거리낌이 없다.

 

\" 고향이 이렇게 아름다운곳인지 몰랐어! \"

\" 나이 먹으면, 여기 와서 살아야겠어\"

난 흥분까지 해가면서, 갑자기 고향예찬론자로 변해 있었다.

 

얼마나 수다를 떨었을까.

슬~ 슬 지루해지기 시작하자 생각나는 이름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누구는 뭐하니, 누구는 어디사니, 누구좀 불러봐라,

모든 동창들의 소식이, 우리 대화의 주요테마다.

 

\" 아!  00는 어떻게 사니?

 

몇년만일까 15년은 됐을까?

우리보다 1년 후배인 그는 중후한 중년이 되어있었다.

중년의 모습이 낯설어 그만 웃움이 나왔다.

 

친구의 한마디가 나의 어색한 웃움을  단숨에 깨버렸다.

 

\" 야 잘됐네, 얘도 기러기 아빠야. 요즘 혼자 있잖아! \"

 

난 그만 숨이 턱 막히고, 목이 메었다.

한마디 해야하나,

가만 있으면 바보 되는거 아니야,

나만 참으면 분위기 깨지 않고 넘어갈텐데 참아야 되지 않을까,

몇초의 순간에 많은 생각들을 했다.

 

\" 아 그랬구나! \"

\" 친구도 알고 있었구나! \"

\" 내가 이혼한 사실을 역시 소식통이라 다르긴 다르구나\"

 

하지만 서운했다 몹씨............

 

나의 이혼사실을  소재삼아 이야기 하는건,

사실인지라 뭐라 탓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혼한 독신녀가 된 나와, 기러기 아빠가 된 후배는 무슨관계가 있다는건가?

 

이혼서류에 도장 찍은지 2달만에

난 그렇게 싸구려 여자가 되고 말았다.

 

이혼한 여자를 남자들은 다 그렇게 우습게 보는구나!

친구가 저럴진데, 다른 남자들은 오죽하겠어?

 

난 결심했다.

 

그래 어차피 숨길 일도 아니고, 숨길 수도 없고,

그렇다면 그대들이 궁금해 하는, 이혼의 사유들을 밝히리라.

내가 왜 이혼했는지 추측하거나, 추정함으로써 더 큰 오해를 받고 싶지는 않다.

 

프린트해서,

제일 먼저 소식통인 친구에게 갖다 주기로 마음 먹었다.

몇부가 필요한지 복사해서,

아예 그 친구 가게에 비치해 두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인쇄를 한다.

모두 모아서

내 친구에게 주기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