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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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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다발지역을 간다.


BY 은하수 2006-03-10

아침 안개가 가득 솟아난 곳을 뚫고 간다.

이승인지... 저승인지...

마냥 신비롭게만 보인다.

 

대지는 수증기(안개)로 가득차서

나의 시야를 흐려놓지만

앞서가는 앞차가 가야할 길을 안내해 주고

가로수의 검은 그림자만이 차례로 아침인사를 건네며 스쳐간다.

 

맑은 날 항시 보는 일상적인 풍경도

온통 안개 속에 갇히고 나면

그저 뻔하고 평범하던 것들이

잘 있는지 궁금하다 못해 갑자기 새롭다.

 

나는 앞차 꽁무늬만 물고 그저 쫓아간다.

대열을 이탈하지 않으려고...

안개 속을 달릴 땐 앞만 보면 된다.

어차피 잘 보이지 않으니...

 

안개 다발 지역을 지나면서 생각을 한다.

인생살이도 안개 다발 지역이 아닐까 하고.

눈에 보이는 듯 하고 손에 잡힐 듯 싶기도 하다가...

실제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염두에 두고

너무 많은 상상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엔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

저 인간이 내게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

세상이 내게 맞춰 이래저래 흘러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착각.

 

이건 이래야하고

저건 저래야하는

나의 기존의 가치관도 그저 고정관념일 뿐...

판단유보로 묶어둔채

안개 속에 던져 주고서

 

나는 그저

앞에 펼쳐지는 내 길을 가련다.

 

모든 상념은

안개 다발 지역에 묻어 두련다...

 

맑은 날

눈에 보이는 것이 항시 보이는 것이 아니라면...

안개낀 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면...

 

어쩌다 가끔 이런 생각쯤은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