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커피를 즐긴다.
그래서 하루에 통상 대 여섯 잔은 기본이다.
그렇다고 하여 다방이라든가 커피전문점에 가서 마시는 건 아니고
그저 회사 내지는 집에서 마시는지라 돈이 별로 들지는 않는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외국계 커피전문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농후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데서 마시는 커피값은 장난이 아니다.
커피전문점의 커피값엔 건물의 임대료와
인테리어비에 이어 마진이 붙어 있는 관계로
설렁탕보다 비싼 가격이 형성되는 때문이다.
작년 가을 중국여행을 갔을 때 상하이(上海)에 들렀었다.
상가 밀집지역에 갔더니 외국계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가 진출해 있었다.
본디 가난한 터였음에 치지도외하려 했으나
동행한 KBS PD 양반이 거기서 굳이 커피를 사 주기에 얻어먹긴 했다.
하지만 그 값이 엄청나게 비싸서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다.
주지하듯 커피 한 잔의 가격은 장소마다
\'그때 그때 달라요\'이다.
특급 호텔 커피숍에서는 커피 한 잔의 값이
자그마치 1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나같은 빈자는
그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저 200~300원 수준인 자동판매기가 딱 제격이다.
재작년 여식이 모 의대의 수시모집 시험을 보는 길에
서울을 따라간 적이 있었다.
장소는 명동이었는데 시간이 남기에 명동거리를 배회하였다.
근데 거기에도 스타벅스가 진출해 있어 젊은이들이
꽤나 부산하게 들락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역시도 나는 근처의 자판기 커피로서만 목을 축여야 했다.
우리 동네의 어떤 중국집은 자장면
한 그릇 값이 고작 1천원이다.
이는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의 일환인
저가 마케팅인데 하지만 값이 헐하다고 하여 맛까지 헐한 건 아니다.
여하간 요즘의 세상을 보노라면
웃기지도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선 자장면보다 비싼 커피값이 유감이다.
다음으론 피자 내지는 스파게티와 같은 외식의 값으론
몇 만원씩을 펑펑 쓰는 사람들이 정작 쌀(밥)은
잘 소비하지 않음으로 하여 지금 쌀 농가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는 거다.
커피든 자동차든 비싼 걸 마시고 타고자 하는 건
오로지 개인의 능력과 기호에 맞게 행(行)하는 몫일 터이다.
하지만 빈곤한 서민의 처지인 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고작\' 커피 한 잔의 값이 설렁탕 한 그릇 값보다
비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현실엔 동의하기 어렵다.
커피 제조업체와 유통업계의 관계자들은
커피의 역사가 길고 대중화된 나라는 상대적으로 물가와 비교해
커피 한 잔의 가격이 낮지만 우리나라와 아시아 국가처럼
커피문화가 새롭게 자리잡는 나라들은 물가에 비해
커피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단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기로 세상에 커피 한 잔의 값이
국민의 기호식품인 자장면을 훌쩍 뛰어넘어
설렁탕 값마저도 우습게 안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 아닐까 싶다.
고로 내 입엔 자판기 커피가 딱 알맞다.
구수한 숭늉이라면 동가홍상이고.
헌데 기왕지사 말이 난 김에 하는 건데
숭늉은 자판기로 팔면 안 될까?
\"일구야~ 자판기 숭늉은 안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