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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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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졸업식


BY 모퉁이 2006-02-14

오전 10시.

어느 대학 부설 중.고등학교 앞이 온통 꽃밭이었다.

예쁘게 치장한 꽃 한다발이 만 원이라며

지나가는 내게 안겨줄 듯하는 아주머니.

\'그렇구나.졸업식이 있는 날이구나.\'

학교 담벼락에 걸린 현수막을 읽고 나서 더 확실해졌다.

인도를 점령한 꽃길을 피해 차도 끝 옆으로 바쁜 걸음해서

그곳을 벗어났다.

 

낮 12시.

 며칠 동안 허술했던 밥상이 미안해서 자주 들르는 시장으로 향했다.

골목 입구에서 하얀 가루를 덮어 쓴 학생들을 만났다.

여학생들도 한 무리 남학생들도 한 무리.

서로 니 머리가 백발이니 내 머리가 은발이니 하며 밀가루를 덮어 씌운다.

하마터면 내 머리도 백발이 될 뻔했다.

슬쩍 피하자 뒤에 따라 오던 아줌마가 놀랬는지 아이들에게 뭐라고 한다.

 

간단하게 장을 보고 오는 시장 골목 자장면 집에는 손님들이 많았다.

점심시간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학생들이다.

\'그래..졸업식 날이 학교 근처 중국집 대목날이었지.\'

 

골목을 벗어나 길 건너  피자집에도 빈 자리가 없다.

자장면과 피자로 나뉘어진 점심 풍경이다.

갈비를 굽고 뜯기는 시간상 여건에서 탈락한 것일까.

아님 내가 모르는 장소가 있는 것일까.

츠암..별 생각을 다 한다.

역시 내 수준에서 보고 그린 그림이다.

 

자장면 집과 피자 집을 지나는  군데군데  밀가루 흔적이 흩어져 있었다.

자주색 앨범을 가슴에 꼭 안고 혼자 가는 여학생.

무슨 상을 받았는지 네모진 상자를 앨범 위에 포개어 들고 가는 학생.

꽃다발이 어색한지 자꾸 만지작 거리며 가는 학생.

분식집 이모한테 졸업했다고 인사를 하는 학생.

저마다 다른 표정들로 하나의 끝을 맺고 또 하나의 시작을 향해 걸어들 간다.

 

다시 학교 앞.

졸업식이 끝난 학교 앞 꽃길은 사라지고 대신 교복 카달로그와

학원 안내장을 든 아주머니들이 다시 내 팔을 붙든다.

가만..한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학원지는 재수 학원이다.

졸업하는 날 재수 학원 안내지를 받고 싶은 학생이 얼마나 있을까.

이것도 순전히 내 생각인가?

 

안개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었다.

오늘 졸업식을 한 학생들 어깨에 내려앉은 이 낮은 무게가

조금이라도 무겁거나 나쁜 기분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빛나는 졸업장이 부끄럽지 않도록 밝은 날개짓을 했으면 좋겠다.